한국화이자제약이 특허 방어에 성공해 연매출 2억7100만달러(2900억원)에 달하는 세계 판매 1위 금연보조제 ‘챔픽스’(바레니클린, varenicline)의 시장 지배력을 굳힐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챔픽스는 니코틴 대체제(NRT, nicotine replacement therapy, 대표약 삼양바이오팜의 ‘니코스탑’), 부프로피온(bupropion,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한국법인의 ‘웰부트린’) 제제와 함께 1차 약물요법으로 추천된다. 다른 보조제와 직접 비교한 글로벌 3상 임상연구 ‘이글스’(EAGLES) 등에서 다른 성분 대비 안전성은 동등하면서 금연 성공률이 5~10%p 높은 것으로 확인된 게 강점이다.
챔픽스는 지난해 650억원어치가 팔릴 정도로 국내 금연보조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점유율은 약 80%로 추정된다.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지만 정부가 2015년 2월부터 금연 프로그램을 통해 치료비를 지원하면서 지난해 매출이 2014년(약 63억원) 대비 10배 이상 뛰었다.
챔픽스가 대형 품목으로 성장하면서 국내에서 이 약의 제네릭(복제약)이 전세계 최초로 출시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최근 국내 제약사 22곳(종근당·한미약품·JW신약·대웅제약 등)이 챔픽스의 염 성분을 변경해 이 약의 특허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이르면 오는 11월에 제네릭을 발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이자는 이들 제약사가 승소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 1심 판결에 항소해 국내 물질특허가 만료되는 2020년 7월까지 제네릭 진입을 저지할 계획이다.
이글스는 챔픽스에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자살충동·우울증 위험 논란을 잠식시킨 대규모 연구다. 2016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 약의 제품설명서에 표기한 심각한 신경정신학적 이상반응 관련 블랙박스 경고문을 약 7년 만에 삭제한 근거가 됐다. 이 임상에 힘입어 챔픽스는 지난해 전세계 매출이 전년 대비 28% 성장하기도 했다.
이글스 연구 결과 치료 시작 후 9~24주 금연유지율은 챔픽스가 21.8%로 가장 높았다. 부프로피온 16.2%, 니코틴패치 15.7%, 위약 9.4%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많은 흡연자가 금연에 도전하지만 자신의 의지만으로 성공할 확률이 3~5%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최대 7배 높은 수치다.
화이자는 이글스 연장연구를 통해 최근 심혈관계 안전성을 입증한 결과도 발표했다. 오리지널 약 개발·판매사로서 대규모 임상연구 데이터를 내세워 환자와 의료진의 신뢰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글로벌 3상 임상 ‘EVITA’에선 북미 심근경색 등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으로 입원한 흡연자를 대상으로 위약 대비 챔피스의 내약성을 확인, 2011년에 FDA가 제기한 심혈관질환자에서 심혈관계 부작용 위험을 소폭 증가시킨다는 의혹을 종식시켰다.
이기헌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챔픽스의 흔한 부작용은 오심으로 대부분 투여 30분 만에 자연적으로 소실된다”며 “구토는 치료경험 상 2건으로 드물었고, 각종 요인이 복합돼 변비가 일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지만 관리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물이 혈관뇌장벽(BBB, blood-brain barrier)을 통과해 뇌 상태를 흡연 전으로 자연스럽게 되돌리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며 ”당분간 챔픽스를 뛰어넘는 신약이 등장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1차 약물요법 중 챔픽스와 부프로피온 제제는 전문약, 니코틴 대체제는 일반약으로 분류되는데 부프로피온 제제만 보험급여가 인정되고 있다. 챔픽스는 뇌의 니코틴수용체에 붙어 도파민이 소량씩 지속적으로 분비되도록 한다. 금연 후 도파민 분비량이 줄어서 나타나는 금단증상과 흡연 욕구를 줄여준다.
부프로피온 제제는 신경말단에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를 차단하고,아세틸콜린이 니코틴성 아세틸콜린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막는다. 우울증 치료에도 사용된다. 흔한 부작용은 수면장애(발생률 40%)·목마름(10%) 등이 꼽힌다. 경련·두부외상 환자 등은 복용할 수 없다.
패치·껌·캔디 제형 등으로 판매되는 니코틴 대체제는 담배의 유해 화학성분을 배제돼 니코틴 성분만 피부·구강점막 등으로 소량 공급한다. 흡연량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지만 금연유지율이 낮은 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5년부터 ‘금연치료 건강보험 지원사업’을 실시, 보험가입자를 대상으로 약제비를 비롯한 총 진료비의 80%를 지원하고 있다. 56일 이상 투약 또는 6회 내원하는 금연프로그램을 이수한 경우 환자 본인부담금 20%를 환급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