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구조 ‘포시가’와 거의 같아 … SGLT-2 선택성, ‘자디앙’과 ‘포시가’ 중간 수준
복합제 ‘세글루로메트’·‘스테글루잔’ 등 3품목 美서 싸게 출시 … 연내 한국 승인 예상
다국적제약사 MSD와 화이자가 ‘살 빠지는 경구 당뇨병신약’으로 알려진 SGLT-2억제제(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 sodium glucose cotransporter-2) ‘스테글라트로’(성분명 얼투글리플로진, ertugliflozin)를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았다.
DPP-4억제제 열풍을 이을 새로운 경구용 제2형 당뇨병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는 SGLT-2억제제 시장에서 두 회사가 후발주자로서 어떤 전략을 펼칠지 업계 관심이 높다. MSD는 ‘자누비아’(시타글립틴, sitagliptin)로 전세계 DPP-4억제제(디펩티딜펩티다제-4, dipeptidyl peptidase-4) 시장을 개척, 10년 넘게 이 시장 매출 1위를 지켜왔다.
스테글라트로 출시로 MSD는 DPP-4억제제 부문에서 또 다른 강자인 베링거인겔하임과 SGLT-2억제제를 두고도 맞붙게 됐다. 그동안 당뇨병치료제 품목이 없었던 화이자가 SGLT-2억제제를 통해 이 시장에 진출한 것도 눈길을 끈다. 화이자의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아토르바스타틴, atorvastatin)는 전세계 스타틴 단일제 시장에서 매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스테글라트로는 SGLT-2억제제 중 미국에서 △얀센 ‘인보카나’(카나글리플로진, canagliflozin, 약가협상 문제로 국내 미발매) △아스트라제네카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 dapagliflozin) △베링거인겔하임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 empagliflozin) 다음인 4번째로 출시됐다.
FDA는 스테글라트로 단일제를 비롯해 이 약과 1차치료제 메트포르민(metformin) 성분을 결합한 ‘세글루로메트’, 자누비아와 합친 ‘스테글루잔’ 등 3품목을 동시에 승인했다. 이들 약은 지난 1월 유럽 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 자문위원회(CHMP)도 승인을 권고해 곧 허가가 날 전망이다. 국내에선 이르면 올해 안에 승인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의약품정보 사이트 ‘파마포럼’(Pharmaphorum)·‘굳Px’(GoodPx) 등에 따르면 MSD와 화이자는 스테글라트로(1일 약값인 1정 기준 8.94달러)를 인보카나(15.8~19.4달러), 자디앙(13달러 이상), 포시가(11.57달러) 등 경쟁약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SGLT-2억제제는 신장 사구체여과 과정에서 포도당을 재흡수하는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 작용을 선택적으로 억제, 소변으로 포도당을 배출한다. 기존 경구약인 DPP-4억제제와 혈당강하 효과가 유사하면서도 체중을 2~3㎏ 줄이고,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을 직접적으로 낮추는 부가적인 이점이 있다.
다만 DPP-4억제제가 부작용이 거의 없어 처방하기 수월한 것에 비해 SGLT-2억제제는 기전상 진균(곰팡이)으로 인한 요로감염이 흔히 발생해 처방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또 신장기능이 나쁘면 혈당강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스테글라트로는 분자구조나 SGLT-2 선택성만 놓고 보면 포시가와 자디앙 중간의 성격을 지닌다. 포시가나 자디앙처럼 SGLT-1 대비 SGLT-2에 강하게 달라붙어 하지절단 부작용 우려를 피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인보카나가 SGLT-2 선택성이 낮은 것은 이 약이 다른 SGLT-2억제제에 비해 하지절단 부작용 위험이 높은 이유 중 하나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인보카나는 다른 3종과 비교해 구조에서 다소 차이나고 SGLT-2 선택성이 떨어진다. SGLT-1 대비 SGLT-2 선택적 결합력은 자디앙(약 2500배), 스테글라트로(약 2000배), 포시가(약 1200배), 인보카나(약 250배) 순으로 높다.
VERTIS FACTORIAL 임상은 메트포르민 단독요법 후에도 당화혈색소(HbA1c)가 7.5~11%에서 더 떨어지지 않는 환자 1233명을 대상으로 총 52주간 진행됐다. 연구진은 치료 26주째에 1차 유효성 평가를 하고 연구 기간을 26주 연장했다. 이들 환자를 스테글라트로 저용량(5㎎) 단독투여군, 스테글라트로 고용량(15㎎) 단독복용군, 자누비아 최대용량(100㎎) 단독투여군, 스테글라트로 5㎎·자누비아 100㎎ 병용투여군, 스테글라트로 15㎎·자누비아 100㎎ 병용투여군 등 5그룹으로 무작위배정했다. 환자들은 스테글라트로 또는 자누비아를 1일 1회 1정 복용했다.
임상 결과 스테글라트로 고용량은 자누비아 최대용량과 동등한 수준의 당화혈색소 강하효과를 보였다. 공복혈당(FPG, fasting plasma glucose) 감소효과는 스테글라트로가 자누비아보다 뛰어났다.
치료 52주 후 5그룹의 당화혈색소 7% 미만 도달률은 각각 64%, 56%, 66%, 99%, 97%로 스테글라트로·자누비아 병용투여군은 스테글라트로 용량과 관계없이 거의 모든 환자가 목표 혈당에 도달했다.
FPG는 각각 1.6㎎/㎗, 1.7㎎/㎗, 0.8㎎/㎗, 2.2㎎/㎗, 2.3㎎/㎗ 감소해 자누비아 단독요법의 강하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체중은 각각 2.4㎏, 3.2㎏, 0.1㎏, 2.4㎏, 2.8㎏ 줄어 스테글라트로 고용량 단독투여군이 가장 많이 감소했다.
수축기혈압(SBP, systolic blood pressure)은 각각 2.7㎜Hg, 1.6㎜Hg, 0.2㎜Hg, 2.3㎜Hg, 2.2㎜Hg 낮아져 스테글라트로 저용량 단독투여에서 감소폭이 가장 컸다.
스테글라트로와 자누비아를 병용투여한 두 그룹은 당화혈색소가 기저치(평균 8.6%) 대비 동일하게 평균 1.4%p 감소했다. 스테글라트로 5㎎(1%), 스테글라트로 15㎎(0.9%), 자누비아 100㎎(0.8%p) 등 단독투여군에 비해 혈당 감소폭이 컸다.
VERTIS SITA2 임상은 메트포르민·자누비아 병용요법으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이 참여했다. 총 52주간 스테글라트로 또는 위약을 추가한 3제요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디자인됐다. 스테글라트로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기존 SGLT-2억제제와 비슷했다. 흔한 부작용은 경미한 요로감염으로 여성(VERTIS SITA2 데이터 기준 8~12.7%)이 남성(3.7~4.9%)보다 발생률이 높았다. 스테글라트로는 사구체여과율(eGFR)이 60㎖/min/1.73㎡ 미만인 신장애환자나 고령(만65세 이상) 환자 등에선 저혈압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MSD와 화이자는 죽상동맥경화증 병력이 있지만 뇌졸중처럼 치명적인 심혈관질환을 동반하지 않은 당뇨병 환자 등 약 8000명을 대상으로 스테글라트로의 심혈관혜택을 입증하기 위한 ‘VERTIS CV’ 3상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도 비슷한 목적으로 관련 3b상 임상 ‘DECLARE’, ‘CANVAS’를 각각 수행 중이다.
SGLT-2억제제 관련 의료비 청구데이터를 후향분석한 결과 심혈관질환 발생위험 감소효과는 SGLT-2를 차단하는 기전적 특성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전향적으로 추적관찰한 대규모 임상에서 이를 입증한 약은 자디앙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