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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앤모어, 美 생리컵 ‘페미사이클’ 1월말 출시 … 사용자 84% 만족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8-01-23 16:57:11
  • 수정 2020-09-13 15: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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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금테크 ‘유니컵’, 2월 국산 최초 허가 기대 … 국내 허가심사 기준 미비로 수출 먼저해
이지앤모어의 생리컵 ‘페미사이클’(왼쪽)과 광금테크의 ‘유니컵’

사회적기업 이지앤모어가 지난달 국내 최초로 허가받은 생리컵(menstrual cup) ‘페미사이클’이 이달 말에 출시될 예정이다. 일회용생리대보다 안전하고 경제적인 대안을 찾는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생리컵 관련 국내사 제조 품목 1개와 수입 품목 2개도 허가심사를 받고 있어 월경용품 선택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이지앤모어 측은 “해외에서 임상시험 자료가 확보된 페미사이클을 먼저 출시하고 오는 6월에 국산 제품 ‘블랭크컵’을 추가로 발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2016년 11월부터 50여종의 생리컵을 직접 만져보며 관련 정보를 나누는 ‘월경컵 수다회’를 전국 여러 도시에서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페미사이클은 미국 펨캡(FemCap)이 제조했으며, 북미·유럽 등 10여개국에 발매됐다. 3가지 제형 중에서 선택하고 가격은 4만원대 초반으로 형성돼 있다. 전세계 시판된 생리컵 브랜드 중 유일하게 여성 산부인과 전문의인 알프레드 시하타(Alfred Shihata)가 개발, 2012년 이 회사를 설립했다. 146명이 참여한 임상시험 결과 사용자의 84%가 사용했던 기존 월경용품보다 뛰어나다고 답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의학술지인 ‘브리티시의약품·의학연구’(British Journal of Medicine & Medical Research) 2014년 4월호에 게재됐다.
   
친환경 실리콘 제품 개발·판매 회사인 광금테크도 최초의 국산 생리컵 허가를 목표로 자체 개발한 ‘유니컵’의 시판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이르면 3월부터 국내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2016년 3월에 유니컵을 개발하고 공급을 서둘렀지만 당시 국내에선 생리컵 허가심사 기준이 명확히 갖춰지지 않아 우여곡절을 겪은 뒤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2017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료기기로 등록했으며, 미국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 등을 통해 외국인에게 판매하고 있다. 제품 가격은 2만~3만원으로 페미사이클보다 싸다. 생리컵·생리대·탐폰(막대 모양의 일회용 체내형 생리대) 등 월경용품은 국내에서 의약외품, 미국에선 의료기기, 유럽에선 생활용퓸(공산품)으로 분류된다.

광금테크 측은 “2016년 3월 유니컵을 기존 월경용품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의약외품으로 허가받으려 했지만 당시 식약처 담당자는 생리컵은 의약외품이 아니므로 품목허가신청을 자진 취하해 달라고 했다”며 “그해 4월부터 국내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지만 의약외품 무허가 제품 판매로 고발당해 약사법 위반으로 500만원 벌금을 내고 판매중단 조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같은 해 7~8월에 의약외품으로 허가받으려 다시 식약처에 문의했다”며 “담당자가 아직 허가신청을 한 생리컵이 단 한 건도 없어 딱히 정해진 허가 기준이 없지만 안전성·신뢰성 평가를 거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모호한 답변을 내놔 국내 출시를 미루고 수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생리컵은 의료용 실리콘이나 천연고무로 만든 15~30㎖(너비 3.7~4.5×높이 4~5㎝) 크기의 작은 종 모양의 용기로 질내 삽입해 생리혈을 받아낸다. 고무컵을 접어 삽입하면 몸 속에서 본래 형태로 모양이 펴진다. 10~12시간 후 몸에서 꺼내 모아진 혈을 버린 다음 따뜻한 물과 순한 비누로 닦아 재사용할 수 있다.

생리컵은 여성환경연대가 지난해 상반기에 국내 사용자 50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41명(82%)이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답해 기존 월경용품보다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넣고 빼는 게 불편하기 하지만 적응되면 전혀 착용감이 없다는 게 주된 의견이다. 일부 사용자는 생리통이 완화됐다고 말했다.
 
생리컵은 제품 하나당 가격은 2만~4만원으로 한 번 구입하면 최대 10년간 재활용할 수 있어 일회용품보다 비용 부담이 적고 친환경적이다. 해외에선 2~5년마다 새 제품으로 교체해 쓰는 게 일반적이다. 월경용품이 없어 학교를 결석해야만 했던 아프리카 소녀 등에 무료로 보급되고 있다.
일회용생리대는 국내 평균 가격이 개당 331원으로 세균 번식을 막으려면 약 3시간마다 교체하는 게 권장된다. 생리기간이 보통 3~6일이므로 연간 생리대 구매비는 9만5000~19만원에 달한다. 개당 125원으로 저렴한 편의점 생리대가 지난해 2월 출시됐지만 저소득층에겐 이마저도 부담이 돼 한 생리대를 장시간 착용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생리컵은 1932년 맥글라슨&퍼킨스(McGlasson and Perkins)가 개발해 세계 최초로 특허등록을 했다. 미국·유럽 등에선 5~6년 전부터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선 아직까지는 소수만이 해외 사이트에서 비싼 배송비를 지불하고 직접 구매해 쓰고 있다. 월경하는 국내 여성 중 80.9%는 피부 짓눌림·악취 등 불편함을 감수하고 일회용생리대를 쓰고 있으며, 약 17%가 탐폰을 활용하고 있다. 서양에선 생리대를 기저귀와 비슷하고 활동성이 떨어진다고 여겨 탐폰·생리컵·생리팬티 등이 보편화됐다.

생리컵은 의료용 실리콘이나 천연고무 외에 다른 화학성분을 첨가하지 않아 기존 월경용품에 비해 안전성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 탐폰 사용자에서 드물게 원인불명의 독성쇼크증후군(Toxic shock syndrome, TSS)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비슷한 방식으로 질내 삽입하는 생리컵에서도 이같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이 있으나 발생률은 극히 드문 편이다. 생리컵 사용 후 TSS 보고 사례는 전세계적으로 단 한 건으로 미국 디바인터내셔널(Diva International)의 ‘디바컵’(DivaCup)을 사용한 현지 37세 여성에서 발생했다. TSS는 황색포도상구균 독소 노출로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고열·구토·설사·어지러움 등을 동반하며,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혈압저하 등 쇼크상태로 이어진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포트링커’(Reportlinker)는 세계 생리컵 시장이 2016년 9억9500만달러(약 1조700억원)에서 2023년 14억달러(1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성이 가장 큰 북미 지역에서 제품 인지도가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사용률이 낮은 아시아에서도 선택자가 늘고 있어 조만간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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