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시작 후 무거운 가방 탓에 척추 건강에 이상이 생겨 병원을 찾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초·중·고교 시기는 한참 성장이 진행되는 시기인만큼 작은 환경 변화나 습관이 척추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평소 무거운 가방을 메고 다니는 어린이나 청소년은 척추옆굽음증(척추측만증)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척추옆굽음증은 척추변형으로 척추뼈의 만곡이 소실되고 한쪽으로 C자형 또는 S자형으로 10도 이상 틀어지는 질환이다. 10살 전후 성장기 무렵부터 서서히 진행돼 사춘기에 집중적으로 악화된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결과 최근 5년간 척추옆굽음증으로 진료받은 인원 11만3000명 중 10대가 44.4%로 가장 많았다.
아이들의 책가방 무게는 체중의 15%를 넘지 않아야 한다. 이보다 무거운 책가방은 척추옆굽음증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요추간판수핵탈출증(허리디스크)나 경추간판수핵탈출증(목디스크)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밖에 거북목이나 골반불균형 등 합병증은 성장기 어린이의 키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이정우 서면자생한의원 진료원장은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다니면 몸이 한쪽으로 쏠리거나 허리가 구부정하게 앞으로 숙여지고,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척추측만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가방을 한쪽으로만 메거나 양쪽 가방 끈의 길이가 달라 무게가 치우쳐도 척추측만증이 발생할 수 있어 가방 양쪽 끈 길이를 알맞게 조절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도 가방 못지 않게 척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미래창조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간한 ‘2016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0~19세 청소년 10명 중 3명(30.6%)이 스마트폰으로 인한 금단, 내성, 일상생활 장애 등을 겪는 과의존(중독)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만 10세 미만 유·아동의 스마트폰중독 비율은 17.9%로 2015년보다 5.5%p 늘었으며 이는 성인(20~59세)의 16.1%보다 높은 수치다.
최근 인기몰이 중인 ‘포켓몬고’ 같은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게임은 중독성이 강해 더 치명적이다. 스마트폰에 집중한 상태로 길을 걷다보면 주변을 살피지 못해 교통사고를 당하기 쉽고 목 건강에도 좋지 않다. 어깨와 목 주변이 뻣뻣해지면서 거북목증후군과 목디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진료원장은 “목 건강을 지키려면 스마트폰을 10분 이상 고정된 자세로 사용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0년 전 유행하다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바퀴달린 운동화도 척추 건강을 위협한다. 지난달 한국소비자원 발표에 따르면 2014년과 2015년엔 바퀴 달린 운동화 관련 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지만 2016년엔 어깨골절과 타박상 등 5건의 사고 사례가 접수됐다.
이 신발은 걷다가 뒤축에 무게중심을 실어 바퀴를 굴리면서 스케이트를 타듯이 미끄러져 나간다. 뒤축에 무게를 싣기 위해 앞발을 들면 무게중심이 뒤쪽으로 이동, 반대쪽 무릎이 뒤로 심하게 구부러진다. 또 장애물에 부딪히거나 급정거하면 무릎에 모든 부담이 가중된다.
외부충격 후 다친 관절 부분에 멍울이 만져지거나 ,무릎이 한쪽으로 휘는 듯한 느낌이 들면 성장판 손상을 의심해야 한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다가 성장장애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 진료원장은 “무거운 가방이나 불편한 신발 등 척추변형을 일으켜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며 “한방에서는 척추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추나요법이라는 수기치료법으로 손가락과 손바닥으로 힘의 방향과 강약을 조절하며 체형을 교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상생활 속에서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할 수 있도록 부모가 관심을 갖고 지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