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귀 울음)’은 몸이 보내는 고장신호다. 소리 없이 찾아오는 간 질환보다 백번 낫겠지만, 고작 귀에서 나는 소리라고 무시했다간 일은 고사하고 잠도 못 잘 수 있다. 간혹 환청으로 착각해 정신병원에 가기도 한다.
이명은 시간이 갈수록 발생 주기가 짧아지고 강도도 커지면서 어느 날 갑자기 대화와 일상생활이 힘들어진 것을 느끼게 된다. 그 때는 이미 중증이명 단계로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한의학에서는 6개월 이내에는 치료를 받으라고 권장한다. 하지만 한 조사에서는 많은 이명 환자들이 이를 따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이한의원(원장 유종철)이 이명환자 1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명 발병 후 최초 치료 시기는 6개월 이내’라고 대답한 비율은 24%(37명)로 나타났다. 10명 중 6~7명이 치료시기를 놓친 셈이다.
유 원장은 “어지럼증과 난청까지 동반하면 치료는 더 복잡해지고 힘들어진다”며 “한쪽 귀에서 시작된 증상이 치료시기를 놓치면 다른 쪽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되도록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명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우리네 속담이 딱 들어맞는 질환이다. 다행히 몸이 보내 작은 신호를 파악하고 전문적인 진단을 거쳐 치료·관리한다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귀의 방향에 따라 좌측은 ‘간화(肝火, 간에 화기가 심해 기능이 손상되는 것)’, 우측은 ‘신허(腎虛, 신장의 기력이 쇠한 상태)’, 양방향은 ‘담화(痰火, 비 생리적 체액이 과도해져 기혈순환이 약해진 것)’의 증상을 원인으로 꼽는다. 이명의 원인이 다른 만큼 치료법도 달리한다.
이 가운데 ‘양방향 이명’은 간화와 신허 증이 동시에 진단되면서 기본적인 생리적 기능까지 저하된 상태에 해당하기 때문에 더욱 세심하고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이 상태에서는 응급치료와 더불어 장부 균형을 맞춰 체열불균형을 해소하고 전신기능과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데 치료의 중점을 둔다. 이명의 즉각적인 호전반응을 이끌어내기보다는 더 나빠지지 않도록 유도하면서 본격적인 치료의 시작에 들어가는 셈이니 치료에 인내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