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KBS 드라마 ‘무림학교’의 주인공 윤시우(이현우 분)의 지병으로 소개된 ‘이명’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현우는 극 중에서 이명 소리에 고통스러운 듯 머리를 감싸고 약을 챙겨 먹는 등 점점 증세가 심해지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현우가 앓는‘이명(耳鳴)’은 실제 소리가 나지 않는데도 모기나 매미소리, 파도소리, 기차소리 등이 들리는 현상으로 두통, 어지럼증, 구토, 난청을 동반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이명의 강도는 주변 잡음에 묻힐 정도로 약할 수도 있으며, 하루 종일 다른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강할 수도 있다. 한번 들리기 시작하면 계속 신경이 쓰이고, 신경을 쓸수록 더욱 또렷하게 들리는 게 특징이다. 자신에게만 들리는 특성 상 주변 사람들이 꾀병 환자 취급을 하기도 한다.
또 이명은 이현우처럼 어느 날 갑자기 발병하는 경향이 있는데, 스트레스와의 상관성이 깊어서 현대인이라면 누구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 증상이 자연스럽게 나타났다가 사라지지만 사람에 따라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중증 이명 환자의 경우 일상생활이 어려운 것은 물론 잠도 못잘 정도다. 급기야 우울증에도 빠진다.
현대의학에서 이명은 대부분 신경안정제, 항우울제, 진정제로 치료한다. 이명을 신경정신과적인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마 ‘무림학교’의 총장 황무송(신현준 분)은 “사람의 기혈은 이 세상과 같지. 귀가 안 들린다는 것은 자네 몸 속 어딘가에 기혈이 막혔다는 것을 의미하네. 그것을 해결하는 게 좋겠군”하면서 주인공을 치료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무협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가 아니다. 신현준의 대사는 한의학에서 쓰는 이론을 근거로 했다. 한의학에서는 이명 증상의 원인을 기혈순환장애로 설명하고 있다. 한의학을 대표하는 서적인 동의보감에서는 “칠정(七情, 오늘날의 스트레스)이 과해지면 오장육부의 균형을 무너트려 간신(肝腎)을 손상시키고, 귀 부근에 열독을 생성시키며 기혈소통을 방해해 이명을 야기한다”고 밝히고 있다. 인체 오장육부의 균형이 깨지면 전신의 기혈순환과 신체기능에 장애가 생겨 이명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유종철 청이한의원 원장은 “인체가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면 체온의 항온성이 무너지면서 열이 머리와 안면부에 집중되는데, 이때 기혈순환장애가 발생하고 상승하려는 열의 성질로 인해 청각기관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혈액순환이 저해되고 내이의 청각세포도 손상돼 이명이 유발된다”고 설명했다.
유종철 원장은 “이명을 치료하고 재발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청각기관에 대한 치료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로 문제된 생체기능을 정상화시키는 치료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의학에서는 막힌 기혈을 뚫어주는 침술과 더불어 기혈순환을 촉진시키는 ‘원지’와 ‘산약’, 상열감을 해소시키는 ‘황금’, 신장의 기운을 돕는 ‘산수유’ 등 한약재를 처방해 이명을 치료한다. 이명을 단순한 귀 질환이 아닌 전신질환으로 보고 치료에 접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