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현대인의 고질병 중 하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이 되면 우울장애가 사회적 부담이 큰 두 번째 질환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전 인구의 15%는 한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받는 스트레스의 양이 크기 때문이다.
흔히 우울증은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는 것으로 잘못알고 있다. 하지만 환자의 10%는 자살로 생을 마감할 정도로 위험하다. 우울증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해야 한다.
최근에는 우울증이 체내 염증물질로 인해 유발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염증을 일으키는 자극을 주면 실제 우울한 증상이 생긴다는 연구도 있다.
이런 가운데 나경세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우울증 치료시 염증 치료를 병행하면 효과가 좋다는 연구결과를 24일 발표했다. 나 교수팀은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연구 논문 654편 중 총 4편을 메타분석해 이같은 결과를 도출해냈다.
4편의 논문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와 위약을 비교분석한 것으로 150명의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나 교수는 연구대상자를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NSAID) 투여군(75명)과 위약투여군(75명)으로 구분한 뒤 치료효과를 비교했다.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로는 ‘셀레콕시브’가 사용됐다. 셀레콕시브는 조직 염증을 유발하는 COX-2 효소의 작용을 억제해 통증감소와 항염증을 목적으로 사용된다.
이번 연구에서 셀레콕시브 투여군은 위약 투여군보다 해밀턴우울증척도(HRSD) 평균점수가 3.26점 높았다. 우울증 증상이 빠르게 호전되는 관해율은 6.85점, 우울증 치료 반응을 의미하는 반응률은 6.49점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체내 염증치료를 병행하면 우울증 증상이 빠르고 효과적으로 개선됐다.
나 교수는 “우울장애는 향후 보건분야의 큰 장애가 될 질환이지만 항우울제의 관해율은 60~70%에 불과하다”며 “셀레콕시브와 같은 NSAID 투여 치료는 우울장애 환자의 치료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내 염증물질은 정신건강에 해롭다. 염증물질과 우울증과의 상관관계는 1991년 대식세포 유도 염증반응 활성화가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연구가 발표되면서 관심을 끌었다.
즉 염증을 일으키는 염증반응 촉진 사이토카인이 여러 기전을 통해 혈뇌장벽을 통과해 정신건강에 해를 입힌다는 설명이다. 술을 마시면 우울한 기분이 들어 만사가 귀찮아지는 게 대표적인 예다.
우울증은 생물·심리·사회적 측면에서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치료와 예방에 무관심하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며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한 순간 우울하다고 해서 모두 우울증으로 진단되지 않는다. 순간적인 우울함은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아 상황에 적응하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적응에 실패해 지속적으로 우울함이 이어진다면 우울증으로 볼 수 있다.
다른 질환처럼 조기에 진단 및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엔 정신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한 ‘통합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나 교수는 “우울증 치료약이 중독을 유발한다는 오해는 빠른 증상 회복의 걸림돌이 된다”며 “치료를 너무 늦게 시작하거나 임상근거가 없는 부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으므로 조기에 병원을 방문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