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잘 극복하고 적응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좌절감과 우울증 등 각종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력 차이는 개인의 성격 때문인 것으로 생각돼왔다. 이런 가운데 ‘스트레스 회복력(Resilience)’이 뇌 속 스트레스 회복물질의 활성화 차이에 따라 달라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동구·김철훈 연세대 의대 약리학 교수와 강지인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뇌 속의 신호전달 물질을 받아들이는 수용체(Receptor) 중 하나인 ‘mGluR5(대사성 글루타메이트 수용체5)’이 부족하면 스트레스 회복력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뇌과학 학술연구지인 5월 26일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 온라인판 최신호에 ‘mGluR5 in the nucleus accumbens is critical for promoting resilience to chronic stres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mGluR5’을 제거한 실험용 쥐와 일반 실험용 쥐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을 부여했다. 몸집이 큰 쥐가 작은 쥐에게 적대(공격)적 행위를 가해 서열을 정하는 위계(Hierarchy)스트레스, 전기자극 스트레스, 행동구속 스트레스 등을 부여한 뒤 스트레스를 해제한 안정된 상황에서 쥐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mGluR5가 제거된 쥐는 그렇지 않은 일반 쥐보다 실험용 케이지 한쪽 구석에만 머무는 등 행동이 위축된 스트레스 상황을 나타냈다.
연구팀이 실험용 쥐의 뇌 속 물질을 분석한 결과 스트레스 상황을 잘 극복한 쥐의 ‘mGluR5’가 제거된 쥐에 비해 활성화됐고, 이에 비례해 ‘델타포스비(ΔFosB)’라는 스트레스 회복물질이 발현된 것을 찾아냈다.
이번 연구로 mGluR5를 활성화시키면 스트레스 회복물질인 델타포스비의 발현이 촉진된다는 사실이 밝혀져 스트레스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지인 교수는 “스트레스가 어떻게 우울증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생물학적 기전과 뇌 안에서의 치료기전을 규명함으로써 새 우울증치료제 개발의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동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스트레스 회복인자를 조절해 스트레스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며 “우울증, 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각종 정신질환과 암을 비롯한 생활습관병으로 유발된 스트레스에 과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초로 스트레스 회복물질과 조절기전을 규명한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자)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