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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에 콘돔 매출 우뚝 … 아직까지 대세는 ‘초박형’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5-04-30 11:36:19
  • 수정 2015-05-06 09: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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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한 미래, 출산 미루는 부부 늘며 매출 증가 … 0.03㎜로 동양인 머리카락보다 얇은 수준

다양한 기능성 콘돔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콘돔시장의 핵심 경쟁요인은 콘돔의 두께다.

흔히 경제가 어려울 때 불티나게 팔리는 물건으로 빨간 립스틱, 반값 화장품을 떠올린다. 하지만 뜻밖에 ‘콘돔’ 매출도 늘어난다. 극심한 내수침체 속에서 남성 피임도구인 콘돔 시장은 3년 새 57%나 성장했다. 국내 콘돔시장은 120억~170억원대로 추산된다. 대형마트, 편의점, 약국, 드럭스토어 등에서 판매되는 것뿐만 아니라 성인용품점, 모텔, 유흥업소에서 소비되는 양도 많아 정확한 집계를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콘돔이 잘 팔리는 것은 건강한 성생활에 대한 인식이 확산된 측면뿐만 아니라 ‘불황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적잖다. 고용이 침체되고 소득정체·감소 등으로 미래가 불안한 젊은 부부들은 출산을 미루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부부관계를 갖는 빈도가 자연스레 늘어난 것으로 본다. 불황의 골이 깊을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일종의 ‘열등재’ 상품인 셈이다.

그렇다고 아무 콘돔이나 쓰지는 않는다. 의외로 취향을 타는 제품이다. 가장 잘 나가는 것은 흔히 ‘초박형’으로 불리는 얇디 얇은 콘돔이다. 편의점이나 드럭스토어 콘돔 진열대에 놓인 상품 중 커다랗게 ‘002’, ‘003’ 등 숫자가 쓰인 게 제품명이자 해당 상품의 두께다. 다양한 기능성 콘돔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콘돔시장의 핵심 승부수는 콘돔의 두께다.

흔히 동양인의 머리카락 굵기는 보통 0.05~0.15㎜ 안팎이다. 인간 세포의 평균지름은 0.03㎜다. 이를 들여다보기 위해선 현미경을 써야 한다. 그보다 얇은 0.02㎜ 콘돔이 나온 것이다.  요즘 시중에 팔리는 웬만한 콘돔은 대개 0.05㎜ 이하의 제품으로 웬만한 동양인의 머리카락보다 얇은 수준이다.

콘돔의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5000년 전 이집트 왕조에서다. 당시 돼지나 염소의 방광이나 맹장을 덧씌워 피임했다고 알려져 있다. 콘돔이라는 이름은 17세기 영국에서 유래됐다. 당시 영국의 찰스 2세는 유명한 호색한이었는데, 매독과 원치 않는 임신을 두려워했다. 그는 주치의인 콘돔(Condom) 박사에게 어린 양의 맹장으로 만든 피임기구를 특별 주문 제작하도록 했다. 이 주치의의 이름을 따 콘돔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후로 고무를 활용해 위생적이며 착용감까지 훌륭한 콘돔을 만들기 위한 기술개발이 꾸준히 이뤄졌다.

초박형 콘돔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라텍스 덕분이다. 0.03㎜가 0.02㎜로 되는 데에는 무려 29년이 걸렸다. 콘돔의 주원료인 천연 라텍스로는 0.03㎜가 한계다.

이보다 얇은 0.02㎜ 콘돔이 등장한 것은 폴리우레탄을 활용한 뒤부터다. 폴리우레탄은 라텍스보다 튼튼하고, 드물지만 피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단점까지 보완했다. 무엇보다 열전도가 뛰어나 체온이 가감 없이 전달된다. 다만 신축성이 떨어진다. 음경 크기에 따라 쭉쭉 늘어나고 줄어들지 않는다. 자칫 발기가 지속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자꾸만 얇아지는 콘돔이 에이즈의 원인균인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나 성병 등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정자의 최대 지름은 3000㎚이고, 임질균의 지름은 800㎚인데 비해 HIV의 지름은 125㎚에 불과하다. 모든 콘돔은 국제규격(ISO)에 따라 정자와 바이러스를 모두 막을 수 있도록 만들어지며 공기를 18ℓ 이상 불어넣어도 터지지 않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콘돔을 제대로 착용하더라도 막을 수 없는 몇몇 성병이 있다. 피부와 피부 사이에 전파되는 사면발니는 콘돔을 쓰더라도 옮을 수 있다. 매독으로 피부 또는 성기 등에 궤양이 생긴 사람은 콘돔을 쓰더라도 접촉되는 피부로 감염될 수 있다. 이밖에 피부접촉으로 감염될 수 있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나 단순포진도 존재하므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의 안전한 성생활이 기본이다.

두께가 얇을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을 가진 콘돔도 있다. 대표적인 게 ‘사정지연 콘돔’이다. 콘돔 끝부분에 벤조카인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음경 민감부를 마비시켜 사정을 지연시켜준다. 하지만 성분의 양이 생각보다 많아 페니스가 촉각을 잃어 사정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한다. 이를 겪은 남성들은 ‘치과에서 마취가 덜 풀린 기분’이라고 표현한다.

사실 콘돔의 두께 못잖게 중요한 게 길이와 폭이다. 하지만 이를 간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콘돔 규격은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의해 소형, 중형, 대형 등으로 분류된다. 한국에서는 주로 중형이 팔린다. 폭은 각각 3㎜ 안팎으로 차이가 난다.

콘돔은 이미 얇아질대로 얇아진 만큼 앞으로는 두께보다 형태의 변형을 추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의료용품인 만큼 형태가 혁신적으로 바뀌기는 어렵다. 이런 경우 오히려 ‘어떤 윤활유를 얼마만큼 넣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여성들은 젤 함유량이 높은 콘돔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2013년 12월 기준 국내서 가장 잘 나가는 콘돔은 시장점유율 30.3%를 차지한 미국의 ‘듀렉스’다. 2위는 28.5%를 차지한 ‘오카모토’다. 이어 동아제약의 ‘아우성’(16,7%), 빅앤트인터내셔널의 ‘바른생각’(8.9%)이 뒤를 이었다.

바른생각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아들 박서원 빅앤트인터내셔널 대표가 ‘미혼모 줄이기 사회공헌활동’으로 동화약품, 유통기업 컨비니언스와 시행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온 콘돔 브랜드다.

박 대표는 지난해 자신의 SNS에서 일본산 콘돔 오카모토를 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오카모토가 일본군 위안소에 콘돔을 공급했던 사실 때문이다. 오카모토는 2006년 강제동원진상규명시민연대가 지목한 전범기업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소에 콘돔을 공급하는 등 일본 군부와 손잡고 성장한 기업이다. 강정숙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문제연구소 교수의 논문 ‘일본군 위안부제도와 기업의 역할’에서는 오카모토사가 태평양전쟁 개전을 앞두고 일본 군부에 군수품을 납품하면서 위안부에 ‘콘돔’(사쿠)을 지급했다는 내용이 있다.

강정숙 교수는 “여성의 몸을 성노예화하는데 종사한 대표적인 일본기업이 오카모토”라며 “당시 일본은 전쟁 말기로 후방에서는 콘돔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전방에서만 사용됐으며 오카모토는 일본군의 목적에 맞게 독과점 상태로 물자를 제공하고 이익을 얻었다”고 밝혔다.

오카모토는 당시 ‘돌격일번’이라는 이름으로 군배급용품으로 배포했다. 현재 오카모토의 002, 003 시리즈는 위안소 당시 사용된 이름 돌격일번을 변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돌격일번은 윤활제 없이 고무로만 만들어진 건식 콘돔으로 일본군 위안부에게도 지급됐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콘돔 물량이 부족해 이를 물에 씻어 여러번 사용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오카모토사의 창업자 오카모토 미노스케는 1933년 라텍스제 스킨을 개발하고 1934년 오카모토고무공업소를 설립했다. 2년 후 이름을 국제고무공업주식회사로 바꿨다. 1939년 오카모토 일가는 임시육군동경리부와 콘돔을 직거래했다. 1941년 오카모토사는 일본군부의 감독공장으로 지정돼 증산체제에 돌입했다. 또 감독공장에서 관리공장으로 승격되는 등 본격적으로 ‘군수공장’의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강 교수는 이 논문에서 1941년 태평양전쟁 개전을 앞두고 일본군이 군수물자를 조달하는 수품창을 발족하자 오카모토사가 수품창 창장과 기업 창립자 간 인척 관계를 활용해 군부와 결합했다고 분석했다.

다시 최근으로 돌아와서, 오카모토는 한동안 많은 남성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다른 제품과 차별화된 두께 때문이었다. 알음알음으로 입소문이 나고, 남성커뮤니티에서 회자되면서 지금도 초박형 콘돔의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의 준말) 쯤으로 여겨진다.

다만 오카모토사의 003은 최초의 초박형 콘돔인 것은 사실이나 실제 두께는 0.03㎜이 아닌 0.038㎜였다. 최근엔 중국 광저우의 기업 댐핑이 내놓은 ‘아오니’가 얇은 콘돔의 기네스 기록을 갈아치웠다. 아오니의 두께는 0.036㎜로 오카모토의 0.038㎜보다 0.002㎜ 얇았다.

오카모토는 기네스북 기록 변경 이후에도 계속해서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얇은 콘돔을 만든다’는 선전 문구를 사용해왔다. 이를 불편해하던 댐핑은 오카모토사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시장교란 혐의로 고소했다.

최근 콘돔이 워낙 다양해지는 추세다. HIV퇴치에 관심이 많은 빌게이츠도 콘돔사업에 뛰어든다고 한다. 다만 국내 콘돔 판매와 관련한 정확한 통계자료가 없다 보니 저마다의 기준으로 시장 1위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맘에 드는 제품으로 취향껏 골라 쓰면 된다. 직접 써보기 전엔 모른다. 주변에서 아무리 좋다고 말한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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