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팅 기술로 인체 장기를 정확히 구현해 암 덩어리를 안전하게 떼어내는 기술이 개발됐다. 김청수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교수, 김남국 융합의학과 교수, 경윤수 건강의학과 교수팀은 최근 6개월간 3D프린터를 활용해 신장암 환자 15명의 개인별 신장 및 암 조직의 형태를 3차원으로 재현한 뒤 맞춤형 신장부분절제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25일 밝혔다.
3D프린터를 이용하면 개인마다 조금씩 차이나는 신장의 해부학적 상태를 실물과 같이 출력할 수 있다. 의사는 이 모형을 눈으로 직접 보며 절제 범위를 파악하고 구체적인 수술계획을 세운다. 이는 암 덩어리를 완벽히 제거하고 정상조직은 최대한 보존하는 데 도움된다.
신장을 보존한 채 암조직만 선택적으로 떼어내는 신장부분절제술은 비뇨기과에서 고난도수술로 꼽힌다. 몸 속 노폐물을 걸러내는 신장은 많은 양의 혈액이 지나가기 때문에 혈류를 차단한 상태에서 암을 잘라내고 남은 신장을 다시 꿰매는 과정이 빠른 시간 안에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신장 주위의 혈관 구조 및 요관의 분포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지만 기존 컴퓨터단층촬영(CT) 등 2차원 이미지로는 한계가 있었다.
김 교수팀은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 이미지(Volumetric CT)와 서울아산병원에서 직접 개발한 3D모델툴(A-view software)을 바탕으로 3차원 신장 모형을 만들었다. 표면은 투명 재질로 만들어 내부가 보일 수 있게 했고 신동맥, 신정맥, 요관, 신우, 암조직 등을 구분해 제작했다.
신장내 혈관 구조가 특이한 환자의 경우 3D프린터를 활용하면 높은 정확도로 재현할 수 있어 맞춤형 수술 계획을 세우기가 수월하다.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도 장기를 그대로 재현한 모형을 보며 수술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김청수 교수는 “3차원 신장 모형과 실제 환자의 신장 상태 및 암 조직 위치가 유사했고 종양 상태도 거의 같았다”며 “3D프린터를 이용하면 환자 맞춤형 장기를 출력하고 이를 토대로 상세한 수술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윤수 교수는 “앞으로 형태, 재질, 색감 등 모든 면에서 더 완벽하고 정교한 3D프린터 모형을 개발해 신장암은 물론 선천성 비뇨기질환 등 해부학적 구조의 파악이 중요한 비뇨기계질환 치료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병원은 의료 현장에서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현재 신장암수술뿐만 아니라 자궁경부암, 폐종양, 만성폐쇄성폐질환, 심장판막재건술 등에서도 환자 맞춤형 장기 모형을 제작해 수술 전 시뮬레이션과 환자 설명에 활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3D 프린터를 이용한 맞춤형 인체내 삽입물, 특이 기도 스텐트, 환자 특화 흉벽재건, 폐기종 맞춤형 내시경치료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번 수술결과는 지난 24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유럽비뇨기학회에서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