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팀은 고도 난청은 물론 경도·중등도 난청도 ‘유전자 결합’으로 인해 발병한다는 사실을 국내 최초로 발견했다고 25일 밝혔다.
아이의 발음이 이상하거나 크고 작은 소리에 반응이 없으면 난청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고도 난청’은 절반 이상이 유전자 결합으로 인해 발병한다. 하지만 새소리처럼 작은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경도 난청’과 보통의 대화소리가 제대로 안 들리는 ‘경도·중등도 난청’의 경우 발병원인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가족 중 난청 환자가 없는 아이의 경도·중등도 난청은 유전이 아닌 외부 요인에 의해 발병한 것으로 추측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 어린이 난청의 절반 가까이가 유전적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 교수팀은 가족력이 없는 경도·중등도 난청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전체엑솜시퀀싱(whole exome sequencing) 유전자검사를 시행해 45%에서 난청 유전자 돌연변이를 발견했다. 이 중 18%는 ‘어셔증후군’과 ‘샤르코마리투스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돌연변이었다. 어셔증후군은 시각장애,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손발 근육의 위축 및 변형을 유발하는 난치성질환이다.
연구팀은 유전자검사를 통해 난청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돌연변이 및 질병의 조기 발견, 형제·자매의 난청 위험 확인, 환자의 2세에 대한 난청 확률 예측 등이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소아의 경도·중등도 난청은 다양한 유전자 변이로 인해 발생하고, 돌연변이 유형에 따라 청력저하 정도와 진행 속도가 달라진다”며 “소아난청 환자는 치료 전 먼저 유전자검사를 실시해 보청기, 중이임플란트, 와우이식 등 자신에게 맞는 맞춤형 청각 재활치료법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신생아나 영·유아기 어린이는 난청이 늦게 발견돼 치료 시기를 놓칠 때가 많다. 성장 과정에서 적절한 시기에 소리 자극이 전해지지 않으면 언어 발달이 늦고 뇌 발달에 문제가 생겨 행동 및 학습장애 등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조기에 난청검사를 받고 원인을 파악한 뒤 맞춤형 치료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이번 연구결과는 저명 국제학술지 ‘유전의학(Genetics in Medicine)’에 실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