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관 17㎝ 절제한 뒤 항문으로 빼내 … 수술 후 배변기능 장애 감소, 복벽손상 최소화
이상철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김모 씨(62)는 지난 8일 직장에 생긴 가로 4.5㎝, 세로 2.5㎝의 암덩어리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약 17㎝ 길이의 장관(창자)를 잘라내는 큰 수술이었지만 배에는 작은 상처조차 남지 않았다.
이상철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최소침습 복강경수술센터장)팀은 국내 최초로 진행성 직장암 환자에게 항문을 통해 복강경수술을 시행해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수술은 바늘구멍 크기 만한 절개도 하지 않고 병변을 포함한 장관을 항문으로 빼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병변이 아래 쪽에 있던 조기 직장암에만 시행했던 수술을 진행성 직장암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일반적으로 진행성 직장암은 개복수술과 복강경수술로 치료했다. 개복수술은 배에 15~20㎝ 내외의 큰 흉터가 남는 게 단점이다. 단일공 복강경수술은 배꼽 부위를 작게는 1.5㎝, 크게는 3~4㎝ 절개한 뒤 수술 기구를 넣어 병변을 절제한 뒤 끄집어내고 봉합하는 순으로 진행된다.
이같은 방법에 비해 경항문 복강경수술은 미용적으로 우수하고, 수술 중 출혈량이 적으며, 회복이 빠르다. 또 수술 후 소변·배변기능 장애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병변에 접근한 뒤 제거 및 문합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범위만을 선택적으로 절제하기 때문에 복벽 손상을 줄일 수 있다.
이 교수는 “직장은 골반 속에 깊이 위치해 있고 여성의 경우 자궁과 질, 남성은 전립선·방광·정낭 등에 둘러싸여 이들 장기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정교하게 수술하는 게 핵심”이라며 “지난 6~7년간 2300례의 단일공 복강경수술을 시행하면서 환자만족도를 조금이나마 높이기 위해 연구해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