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B유전자 돌연변이’ 있으면 재발률 3배 높아 … 한국인·서양인 유전자 변이 차이점 확인
장세진(왼쪽)·김형렬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폐암센터 교수
국내 폐암 환자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폐선암의 재발을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장세진(병리과)·김형렬(흉부외과)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폐암센터 교수, 공구 한양대 의대 교수, 백대현 서울대 자연과학대 교수로 이뤄진 공동연구팀은 서울아산병원에서 근치적 폐절제술을 받은 폐선암 환자 247명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RB유전자 돌연변이’가 조기폐암 재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팀은 폐선암 1기 157명, 2기 44명, 3기 40명, 4기 6명 등 총 247명 환자에서 얻은 폐암 조직과 정상 폐조직을 차세대 유전체 검사법인 전체 엑솜 염기서열분석법(Whole Exome Sequencing, WES)을 통해 비교 분석했다.
폐선암과 관련 있는 돌연변이 유전자 중 환자의 임상병리학적 정보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계를 보이는 유전자 변이 22개를 발견했으며, 이 중 16개는 새로운 형태의 변이였다.
또 조기 폐선암 환자군(1·2기)의 5년 재발률을 비교한 결과 RB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된 환자군 그렇지 않은 환자군보다 수술 후 재발률이 3배 가량 높았다.
RB 유전자의 변이는 망막아세포종, 난소상피암, 신경내분비암종 등을 유발하는 중요한 유전자로 알려져왔다. 하지만 재발률 및 생존율과의 연관성을 입증하고, 유전체 분석법을 통해 폐암의 유전자돌연변이(driver mutation) 후보군으로 제시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연구팀은 또 한국인의 유전자 변이가 다른 인종과는 다른 점을 확인했다. 즉 서양인의 폐선암종 유전체 분석 결과는 한국인에게 직접 적용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세포 분화 및 성장 촉진과 관련 있는 EGFR유전자 변이는 폐암의 대표적인 바이오마커다. 서양인의 경우 폐암 환자의 15% 이하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결과 한국인 폐암 환자에서의 발현율은 42%로 나타나 인종간 뚜렷한 차이 입증됐다.
이와 함께 COL11A1, CENPF, SLIT2 등 16개의 암 관련 유전자를 새로 발견해 폐암 치료의 전기를 마련할 후속연구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장세진 교수는 “총 247개의 폐선암종 유전체와 정상유전체를 함께 분석한 이번 연구는 폐암 유전체 단일연구 중 최대 규모로 유전체 연구 결과의 임상적 응용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며 “RB유전자 돌연변이의 발견으로 조기 폐암에 대한 근치적 절제술 후 재발 고위험군을 분류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형렬 교수는 “16개의 폐암 관련 유전자 발견과 EGFR유전자 변이 확인 등 성과는 한국인 폐암 환자에게 적합한 개인 맞춤 치료제의 개발을 이끌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가 지원한 다부처 유전체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미국 암연구학회(AACR)가 발간하는 ‘임상암연구(Clinical Cancer Research)’ 최신호에 게재됐다.
국내 암 사망률 1위인 폐암은 조기발견이 어렵고 재발률이 높다. 최근엔 폐암 중 비소세포폐암, 특히 폐의 선(腺)세포에 생기는 선암의 발병률이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암의 40% 정도가 폐선암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기 폐선암에 대한 가장 적합한 치료법은 수술이지만 재발률이 10∼20%로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