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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국민 먹거리 안전관리 엉망 … 식약처, ‘대기업 봐주기’ 드러나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3-10-21 18:35:44
  • 수정 2013-10-23 15: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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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암물질 ‘아크릴아마이드’ 모니터링 허점 투성 … 양잿물 혼입 맥주, 과학적 근거없이 무해 결론

맥주, 감자스낵 등 국민들이 즐겨먹는 먹거리에 대한 안전관리 및 위생상태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발암물질에 대한 사업자료를 분석한 결과 식약처는 2006~2013년간 국내 유통 중인 감자스낵 등 일부 식품에서 발생하는 자연 발암물질을 관리하기 위해 대책을 세웠지만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또 식약처가 가성소다(양잿물) 혼입 맥주를 유통한 업체를 감싸기에 급급했다는 주장도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식약처는 2006년부터 식품에서 자연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와 ‘에틸카바메이트’ 등에 대한 권고기준을 설정했다. 아크릴아마이드는 감자, 커피, 팝콘 등을 튀기거나 볶을 때 나오는 화학물질로 과다 섭취하는 경우 신경계통에 마비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이에 전세계적으로 이 물질을 줄이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신 의원 측 주장에 따르면 식약처가 보유하고 있는 아크릴아마이드에 대한 모니터링 자료는 2010~2013년간의 결과뿐이었다. 2006~2009년의 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 식약처는 해당 기간 모니터링은 했지만 데이터가 없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0년부터 조사한 모니터링 결과도 헛점 투성이었다. 아크릴아마이드 수치는 시간이 지나도 감소하지 않았으며, 같은 제품인데도 수치가 들쑥날쑥해 검사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제품의 경우에도 검사할 때마다 수치가 달라져 저감화 계획이 실효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또 모니터링을 정확히 하기 위해서는 같은 제품을 대상으로 매년 추적조사를 실시해야 하지만 식약처는 매번 모니터링 제품을 다르게 해 효율성이 떨어졌다.

이처럼 모니터링 검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식약처는 2012년 성과보고서를 통해 ‘유해물질 저감화’를 달성했다고 허위 보고했다. 또 지난해 회계연도 결산 사업설명자료에는 ‘유해물질 저감화 TF운영을 통한 신기술 적용 및 맞춤형 교육 등 실시’라고 보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식약처가 보고한 신기술은 ‘감자스낵을 만들 경우 낮은 온도(120도 이하에서 튀김)에서 조리하고 동시에 보관을 잘하는 것’으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었다.

신 의원은 “국민에게 안심을 주는 면피성 대책보다는 자체 예산을 편성해 독립적이고 효과적인 모니터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선진국은 어떤 방법으로 저감화를 추진 중인지 벤치마킹이 필요하며, 기술상 어려운 부분을 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행위는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가성소다(양잿물)가 혼입된 맥주가 유통됐음에도 식약처는 수수방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7월 12일 OB맥주사는 전남 광주공장에서 생산한 ‘OB골든라거’ 제품에 가성소다가 혼입돼 자진회수를 하겠다며 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사과문에는 ‘워낙 극미량만 희석됐기 때문에 정상제품과 pH농도나 잔류량 등에서 차이가 없어 인체에는 전혀 무해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 ‘가성소다는 관련 법규상 식품첨가물로 유해식품이 아니기 때문에 법에 따른 행정처분대상이 아니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신 의원측이 사과문에 게재된 전문가가 누구인지 확인한 결과 식약처 직원이 위해성검사도 하지 않은 채 무해하다고 결론을 내려 업체에 면죄부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신 의원은 “식약처는 식품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철저한 진상조사, 과학적 위해성조사,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련 등 적극적 조치를 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 대기업인 OB맥주의 주장에 대해 어떠한 자체적인 검증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기업을 옹호하고 있음이 밝혀졌다”고 비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가성소다는 식품공전상 첨가물이기 때문에 행정처분을 할 수 없으며 산성인 맥주원액과 혼입돼 중화됐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식품첨가물 공전에는 ‘수산화나트륨은 최종 식품 완성 전에 중화 또는 제거해야 한다”고 기재돼 있다.

가성소다 혼입 제품의 회수량도 허위 보고된 것으로 밝혀졌다. 신 의원이 식약처가 제출한  회수실적 보고현황을 분석한 결과 해당 제품은 7월 23일까지 68만8419ℓ가 회수됐지만 시간이 경과된 7월 31일에는 66만5770ℓ로 회수량이 오히려 줄었다. 즉 애초부터 일선에서 회수량을 허위 보고했지만 식약처는 의원실에서 지적할 때까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신 의원은 “식약처가 의원실에 보고한 모든 답변은 OB맥주에서 제공한 자료를 근거로 했기 때문에 해당 사건에 대해 전면적인 재조사가 필요하다”며 “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대기업 감싸주기식 허술한 대응에 대해 감사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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