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감싸는 막(뇌수막)에서 발생하는 종양인 ‘뇌수막종’은 원발성 뇌종양 중 가장 흔한 종류다. 대부분은 성장 속도가 느리고 양성이지만, 그중 약 15~20%는 보다 공격적으로 자라며 재발 위험도가 비교적 높은 ‘비정형 뇌수막종(WHO 2등급)’에 해당한다.
비정형 뇌수막종은 수술로 종양을 모두 제거해도 평균 2년 내 최대 30~40%의 확률로 재발할 수 있어, 치료 후 관리 전략이 의료진 사이에서도 꾸준한 연구 대상이다.
변윤환 서울시 보라매병원 신경외과 교수팀(한미라 보라매병원 의학연구협력센터 박사, 김민성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은 정형 뇌수막종의 재발 위험도를 더욱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병리 지표를 찾아냈다고 3일 밝혔다.
연구팀은 2001년부터 2020년까지 단일 상급종합병원(서울대병원)에서 수술 받은 비정형 뇌수막종 환자 240명을 분석했다. 평균 42개월 동안 추적한 결과, 전체 환자의 약 32.5%에서 종양이 다시 자라거나 진행되었으며, 재발까지 걸린 중앙값 기간은 약 25개월로 나타났다.
재발과 관련된 요소로는 고령, 종양 절제범위, 시트 모양의 성장(sheeting), 방사선 치료 여부 등이 꼽혔다. 가장 눈에 띄는 요인은 병리학적 지표인 ‘유사분열수(mitotic count)’였다. 유사분열수가 6개 이상인 경우 종양 진행 위험이 뚜렷하게 증가했으며, 이는 종양을 완전히 제거한 환자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됐다. 즉 수술 성과만으로는 향후 경과를 낙관하기 어렵고, 종양의 생물학적 특성을 면밀히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다.
방사선 치료의 효과는 절제 정도에 따라 달랐다. 부분 절제된 환자에서는 방사선 치료가 도움이 되었으며, 치료 이후 종양이 다시 자라지 않고 유지되는 기간이 더 길어지는 효과가 확인됐다. 반면 전절제 환자에게는 통계적으로 뚜렷한 이점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다른 위험 요소들에 더불어 유사분열수가 높은 환자라면 전절제 후에도 보다 면밀한 추적과 추가 치료 고려가 필요한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변윤환 서울시 보라매병원 신경외과 교수
변윤환 교수는 “비정형 뇌수막종은 환자마다 재발 위험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수술 결과뿐 아니라 종양의 조직학적 특성을 정밀하게 평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환자 개개인에 맞춘 치료와 추적 전략을 세우는 데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신경외과학 학술지 ‘Acta Neurochirurgica’(IF=1.9) 12월호에 ‘Histopathologic risk factors for progression of atypical meningioma: a retrospective cohort study evaluating the impact and clinical value of mitotic count and Ki-67’라는 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