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참당귀(참當歸, Angelica gigas)와 연교(連翹, 개나리 열매, Forsythia suspensa)가 미국약전위원회(United States Pharmacopeial Convention, USP)가 발간하는 미국생약규격집(Herbal Medicines Compendium, HMC)이 국내 최초로 등재됐다.
이에 따라 참당귀를 활용한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의 미국 시장 진출에 활로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국약전위원회와 공동 연구를 통해 이같은 성과를 올렸다고 18일 밝혔다. 양 기관은 2012년 업무협약(MOU)을 맺고 의약품 등 공통 규격 개발 및 공동 약전 수재, 전문인력 교류, 심포지엄 개최 등을 진행해왔다.
이번 미국생약규격집 등재는 참당귀와 연교가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로 사용될 수 있는 과학적 타당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참당귀는 우황청심원, 당귀작약산, 사물탕, 십전대보탕, 보중익기탕 등에 들어가는 대표적인 보혈(補血) 생약재로 특히 여성질환 개선, 혈액순환장애 개선, 통증 완화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참당귀는 미나리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주로 약재나 쌈 채소로 소비된다. 당귀는 혈액순환을 돕고 진통작용을 하는 효과가 있어 한방에서는 생리불순 등 부인병에 처방해왔다. 한자로 ‘반드시 돌아오라(當歸)’는 이름이 붙은 것은 전쟁터로 나가는 남편의 무사귀환을 바라며 아내가 품속에 이 생약재를 넣어주던 풍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는 한편으로는 지극한 여성성을 상징하며 여성질환의 개선에 더욱 효과적임을 시사한다. 성숙해 꽃이 피고 종자가 노출되는 참당귀. 김달래 한의사 제공
연교는 은교산, 형개연교탕, 연교패독산의 주성분으로 해열, 해독, 소염 작용을 통해 감기, 피부질환(염증, 가려움증) 등에 사용된다. 개나리는 물푸레나무과에 개나리속에 속하는 낙엽 떨기나무로 이른 봄에 노란 꽃을 피운다.
이번 USP 등재, 엄밀히 말하면 그 부속서인 HMC 등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와는 별개의 개념이다. 미국약전위원회의 인정을 받은 원료라고 해도, 특정 적응증을 대상으로 치료 효과를 가진 의약품을 개발할 때는 FDA의 별도 승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USP에 등재된 원료는 FDA와 제약사, 소비자 모두 이를 공식적인 기준에 맞게 관리되는 원료로 인식하게 된다. 이에 식약처는 향후 참당귀를 활용한 의약품이나 건기식이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원활하게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국내산 자생 한약재가 USP에 등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식약처는 미국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참당귀와 연교의 품질기준을 인정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연교보다는 참당귀의 미국 시장 활성화에 더 깊게 주목하고 있다. 2010년 농촌진흥청 연구에 따르면 참당귀는 장내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고 혈중 농도를 감소시키는 등 동맥경화증 개선에도 유용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당귀 뿌리에는 ‘데큐르신’과 ‘데큐르시놀 안겔레이트’라는 천연물질이 풍부한데 이 두 물질이 동맥경화증을 유발하는 효소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 당귀를 활용하면 골다공증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중국 광저우 지난대 연구팀이 약용식물에 대한 세포실험을 진행한 결과 당귀에는 뼈 손상을 부추기는 파골세포를 억제하는 화합물 ‘팔카린프탈라이드 A’가 들어있다.
다만 참당귀는 변을 무르게 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이 복용하면 소화불량이나 설사가 나타날 수 있다. 또 혈액응고를 억제하는 성분이 있기 때문에 출혈 위험이 있는 사람은 신중하게 복용하는 것이 좋다.
김현정 광동제약 천연물의약 R&D 센터장은 “전통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국내 자생종인 참당귀는 한약제제 등의 원료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대표 품목인 만큼, 이번 등재가 생약산업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고, 미국시장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석연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은 “이번 등재를 계기로 국내산 생약 원료의 지속적인 미국생약규격집 등재를 통해 국내 생약의 국제적인 품질을 보장하는 한편 미국시장 진출을 지원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