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의 희귀질환 신약개발 전문기업 칼비스타파마슈티컬스(KalVista Pharmaceuticals, 나스닥 KALV)는 새로운 혈장 칼리크레인(kallikrein) 저해제 ‘엑털리’(Ekterly 성분명 세베트랄스타트, sebetralstat)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취득했다고 7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엑털리는 12세 이상의 소아 및 성인 유전성 혈관부종(HAE) 환자들의 급성 발작 대응형 예방 치료제로 FDA의 심사가 한 달가량 지연됐다가 이번에 허가관문을 통과했다. HAE 치료제 중 발작시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는 경구용 제제가 허가를 취득한 것은 엑털리가 최초이자 유일하다. 이 약은 구강붕해정으로 입 안에 넣으면 신속히 녹아 흡수된다.
유전성혈관부종(HAE)은 C1 에스테라제 억제제(C1INH) 단백질의 결핍 또는 기능 장애로 인해 칼리크레인-키닌 시스템이 통제되지 않고 활성화되는 희귀 유전 질환이다. HAE 환자는 신체 여러 부위의 조직 부종과 염증으로 인해 고통스럽고 쇠약해지는 발작을 경험한다. 영향을 받는 부위에 따라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현재 FDA가 승인한 HAE 치료제는 총 8가지다. 기존 HAE 치료제는 대부분 주사제 형태로 제공된다.
호주 제약사 CSL베링(Behring)이 개발한 ‘베리너트’(BERINERT)는 성인 및 소아 환자의 HAE 발작 치료에 사용되는 인간 혈장 유래 C1 Esterase Inhibitor이다. 정맥으로 자가 투여가 가능하도록 2009년 10월 미국에서 승인됐다.
다케다에 인수된 샤이어(SHIRE)가 개발한 ‘피라지르프리필드시린지’(FIRAZYR, 성분명 이카티반트 아세테이트, icatibant acetate)는 18세 이상 성인에서 HAE의 급성 발작 치료에 사용되는 브라디키닌 B2 수용체 길항제(bradykinin B2 receptor antagonist)다. 2011년 8월 25일 FDA 승인을 받았다.
예방 목적 항체 치료제 주사제로는 다케다의 ‘탁자이로주’(Takhzyro 성분명 라나델루맙 lanadelumab-flyo)가 있다. 이 약은 2018년 8월 23일, 12세 이상 유전성 혈관부종 1형 및 2형 환자의 HAE 발작 예방약으로 처음 승인받았다. 혈중 칼리크레인 저해제(plasma kallikrein inhibitor)로서, C1 에스테라제 저해인자(C1-esterase inhibitor, C1-INH)의 결핍 또는 기능 상실로 인해 혈청 칼리클레인 활성이 증가하고 염증유발물질인 브래디키닌(bradykinin)의 과잉 생성이 유발됨으로써 HAE 발작이 일어나는 것을 막는다.
경구약으로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RESEARCH TRIANGLE PARK) 소재 제약기업 바이오크라이스트(BioCryst Pharmaceuticals)가 개발한 ‘올라데요캡슐’(Orladeyo, 성분명 베로트랄스타트 berotralstat)가 종전에 유일했다.
올라데요는 혈중 칼리크레인 저해제(plasma kallikrein inhibitor)로서 C1 에스테라제 저해인자 결핍(C1-esterase inhibitor deficiency)으로 인한 유전성 혈관부종 환자의 발작 예방을 위해 12세 이상 성인용으로 허가됐다. 매일 한번 경구 복용한다. 2020년 12월 3일 미국에서 승인됐다.
올라데요가 매일 한번 복용하도록 설정돼 있는 반면 엑털리는 유전성 혈관부종 환자가 발작이 발생했을 경우 스스로 경구 투약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게 차이점이다. 타트, Berotralstat)는 1일 1회 예방 목적 치료제이며, 세베트랄스타트는 발작 발생 시 투약하는 치료 옵션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칼비스타의 벤 팔레이코(Ben Palleiko) 대표는 “이번 엑털리 승인은 유전성 혈관부종 환자들을 위한 결정적인 순간의 하나”라며 “발작 발생 시 환자가 직접 투약할 수 있는 최초의 경구 치료제로 HAE 치료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엑털리의 이번 승인은 위약 대비 증상 완화의 시작 시간을 단축시킨 3상 ‘KONFIDENT’ 임상시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이 임상시험 결과는 지난해 5월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게재됐다.
이 임상에는 20개국 66개 의료기관에서 총 136명의 유전성 혈관부종 환자들이 피험자로 참여했다. KONFIDENT 임상에서 도출된 결과는 이 시험의 개방표지 연장(확장)시험으로 이루어진 ‘KONFIDENT-S’에서 추가로 입증됐다. 연장 연구에서는 환자들이 발작 발생 후 10분(중앙값) 이내 투약을 시작했으며, 증상 완화까지는 중앙값 1.3시간이 걸렸다.
이 회사는 2~11세 소아 환자들을 대상으로 세베트랄스타트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KONFIDENT-KID’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장차 적응증 연령 확대를 꾀할 방침이다.
칼비스타는 FDA에는 지난해 6월, 유럽의약품청(EMA)에는 지난해 8월 각각 신약승인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아직 심사가 진행 중이다.
칼비스타파마슈티컬스는 미국 시장에서 곧바로 ‘엑털리’의 발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국 유전성혈관부종협회(US HAA)의 앤서니 카스탈도(Anthony J. Castaldo( 회장은 “엑털리 이전의 HAE 발작 예방용 치료제는 모두 정맥주사제 또는 피하주사제여서 상당한 치료부담을 안겨왔다”며 “게다가 장기간 예방요법제가 필요한 경우에도 대부분의 HAE 환자들은 예측할 수 없는 증상 발작에 직면하고 있어 필요할 때마다 투여할 수 있는 약물이 요구돼 왔다”며 엑털리의 등장을 반겼다.
KONFIDENT 임상시험을 총괄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 의대의 마크 리들(Marc A. Riedl) 교수는 “지금까지 필요할 때 사용하는 치료제들이 피하주사제이거나 정맥주사제여서 치료적 중재가 지연되는 사례들이 빈발했다”며 “경구용 치료대안이 확보됨에 따라 환자들을 자신의 증상을 좀 더 조기에 대응할 수 있게 됐고, 의사들은 증상과 관련한 전체적인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목표를 이행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