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식도역류질환(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 GERD) 치료에서 고식적인 제산제 치료나 항히스타민제 치료는 지금도 유용하다.
고식적 제산제 치료
제산제는 알루미늄, 마그네슘, 칼슘, 나트륨 등의 금속 이온에 수산화이온(OH)이 결합한 것으로 물에 녹아 위산의 수소이온(H+)을 중화시킨다.
제산제는 위·십이지장궤양, 위염, 위산과다, 속쓰림, 구역, 구토, 위통, 신트림 등에 적응증을 갖고 있으나, 정식으로 GERD 적응증을 가진 것은 아니다.
제산제에서 유리되는 금속 이온은 인체 전해질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다른 약과 같이 복용하면 원하는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게 방해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위암의 진단을 어렵게 하기도 하고 ‘산 반동’(제산제로 위산이 중화된 뒤 생성된 탄산가스에 의해 위벽이 자극돼 2차적으로 위산분비가 촉진되고 헛배가 차는 현상)에 의해 오히려 위염·위궤양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나트륨은 수분배출을 억제하고 혈압을 올리므로 고혈압, 신장병, 심장병 환자에게 나쁘다. 나트륨 함유 제산제 중 과거에 많이 쓰이던 중탄산나트륨(NaHCO₃)은 제산(위산중화) 능력이 가장 강하고 신속하나 ‘산 반동’의 문제점 때문에 최근에는 그다지 많이 쓰이지 않고 있다. 단독으로 장기 복용하면 알칼리혈증, 칼슘제품(칼슘보충제나 우유 등)과 장기 복용하면 밀크-알칼리증후군(milk-alkali syndrome)을 유발할 수 있다.
밀크-알칼리증후군은 폐경기 여성이 골다공증 칼슘 제품을 오래 섭취하고 복용함으로써 고칼슘혈증, 알칼리혈증, 흥분, 두통, 현기증, 오심, 구토, 근육통 등이 나타나는 것으로 여기에 알칼리 성분의 섭취가 추가로 늘어나면 기억력감퇴, 성격변화, 기면, 혼미, 혼수 등 신경장애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탄산칼슘(CaCO₃)은 중탄산나트륨 다음으로 제산력이 강하다. 위산중화 속도가 느리지만 지속적인 효과를 내는 게 장점이다. 산 반동이 복용 후 2시간째부터 나타나 3∼5시간 동안 지속되므로 사용량이 많지 않다. 산 반동은 식후에 특히 현저하다. 탄산칼슘의 90%는 대변으로 배출되나 10%는 소장을 통해 흡수된다. 이렇게 되면 고칼슘혈증(근육약화, 피로, 기면, 혼란, 기억장애 등이 주증상)이나 신장결석, 신장기능저하가 유발될 수 있다.
이에 반해 알루미늄 함유제제는 중탄산나트륨, 탄산칼슘, 수산화마그네슘(Mg(OH)₂)에 비해 제산력은 약하지만 위 점막에 피복을 입혀 보호하는 작용을 겸비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부작용은 변비와 소화불량이다. 알루미늄 제제를 오래 복용하면 위장평활근의 수축이 방해받아 변비가 나타난다. 이로 인해 치질, 치열, 분변매복, 장관폐쇄 등이 초래될 수 있다. 특히 장운동이 저하되거나 탈수되어 수분섭취가 부족할 때 이런 문제가 드러날 수 있다.
알루미늄은 체내로 잘 흡수되지 않고 신장을 통해 70∼93%가 제거되지만 장기간 복용하거나 신장 기능이 떨어져 있으면 몸에 축적돼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산알루미늄(AlPO₄)을 제외한 알루미늄 제제는 과잉될 경우 소장에서 인산과 결합해버린다. 이에 따라 인산 흡수량이 줄면 인체가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경향 때문에 칼슘의 흡수량도 같이 줄어 골다공증에 빠질 수 있다. 또 잉여분의 알루미늄이 근육, 뇌, 신경조직 등에 침착되면 근육약화, 치매, 식욕부진, 불쾌감 등이 유발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알루미늄의 장기 복용은 알루미늄중독증(치매 유발), 저인산혈증(골다공증 유발), 대사성 알칼리혈증 등을 초래할 위험이 있으며 고령 환자나 신기능장애 환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마그네슘 제산제는 제산력이 알루미늄 제제보다는 강하지만 중탄산나트륨이나 탄산칼슘보다는 낮다. 짧은 시간 안에 위산을 중화하는 능력을 보여 외국에서는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위산과 반응하지 않고 남은 수산화마그네슘은 흡수가 잘 되지 않는 형태로 소장과 대장에 고농도로 남기 때문에 삼투압 차이에 의해 대장으로 수분이 몰리고 이에 따라 설사가 유발된다. 하지만 이런 작용은 변비 환자에게는 오히려 유익하며 복용량을 줄이거나 복용을 중단함으로써 바로 완화된다. 마그네슘이 지나치게 섭취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중증의 고마그네슘혈증은 중추신경을 억제해 반사억제, 근육마비(이완), 오심, 구토, 저혈압, 호흡억제, 서맥, 신경흥분, 불면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마그네슘 제제를 다량의 우유나 칼슘제제와 같이 복용하면 알레르기성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중증 신장 장애환자는 알루미늄 제산제와 마찬가지로 마그네슘 제산제 복용 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알루미늄 성분은 변비를 마그네슘 성분은 설사를 일으키므로 조화롭게 섞으면 장운동을 조절할 수 있다. 그래서 알루미늄+마그네슘 복합제가 현재는 가장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다만 복합제를 사용해도 마그네슘과 알루미늄 제제가 갖고 있는 각각의 부작용인 설사, 변비를 제외한 다른 부작용은 크게 줄지 않음을 유의해야 한다.
알마게이트(almagate, Al₂Mg6(OH)14(CO₃)₂·4H₂O, hydrated aluminum-magnesium hydroxycarbonate)는 알루미늄과 마그네슘을 화학적으로 혼합한 견고한 격자 구조(rigid lattice structure) 화합물이다. 단순히 알루미늄과 마그네슘을 물리적으로 섞은 제품보다 훨씬 중화능력이 크다.
알마게이트와 유사한 알루미늄-마그네슘 화학적 혼합제제로는 magaldrate( A l·Mg₂(OH)7·H₂O )가 있다.
알마게이트에 가스 제거 성분인 시메치콘(simethicone) 또는 디메치콘(dimethicone)을 첨가하기도 한다. 시메치콘은 불활성 실리콘 고분자 화합물로 장내 가스를 줄이기 위해 거품을 꺼주는 소포제(defoaming agent)다. 작은 기포의 표면장력을 낮춰 기포를 모아서 터뜨리는 게 주된 기능으로써 트림이나 방귀를 통해 가스를 배출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시메치콘을 가스제거제로 안전하고 유효하다고 인정했으나 실제 장내가스를 줄이는 효과에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제산능력은 거의 없다.
각종 제산제에는 위장관 운동을 촉진하고 가스를 제거하는 박하의 주성분인 멘톨(menthol)이나, 위산분비를 억제하고 위경련을 진정시키는 스코폴리아 추출물(scopolia ext)을 첨가하기도 한다.
하이드로탈사이트(hydrotalcite, Mg6Al2CO3(OH)16·4H2O)는 박하향이 나는 위산 중화제로 장기 복용해도 효과가 떨어지지 않고 염류성 제산제들이 가지는 산 반동이나 신트림, 변비, 설사 등을 유발하지 않는 게 장점이다.
과거에는 우유가 위·십이지장궤양에 치료효과가 있다고 믿어 많이 마셨으나 우유 중의 칼슘 및 카제인(casein 우유단백질) 성분이 위산분비를 촉진하므로 지금은 권장하지 않는다.
제산제는 액제(현탁액)로 된 것이 입자의 표면적이 넓어 정제보다 산을 중화하는 능력이 강하다. 정제로 복용할 경우에는 완전히 씹어서 물 한잔과 함께 마시는 게 권장된다. 어떤 형태의 제산제든 보통 식후 1시간과 취침 시에 복용하면 비교적 적은 양으로도 효과가 있다. 최대 하루 4번 복용하면 제산 효과는 충분하게 나타난다. 칼슘 제제나 알루미늄+마그네슘 복합제제는 퀴놀론계 항생제나 테트라사이클린계 항생제의 약효를 경감시키므로 주의를 요한다. 제산제에는 설탕이 첨가된 경우가 많은데 당뇨병 환자의 경우 혈당조절에 지장을 줄 수 있다.
히스타민2수용체길항제(H2RA)
히스타민2수용체길항제(histamine2 receptor antagonists, H2RA)는 위산을 분비토록 하는 히스타민2(H2) 수용체를 경쟁적, 가역적으로 억제하는 약이다. 히스타민은 위장점막 벽세포(parietal cell)를 자극, 이곳에 존재하는 프로톤펌프로 하여금 위점막 안쪽으로 수소양이온(프로톤, proton, H+)을 펌프질하도록 유도해 위산이 분비되도록 한다.
요컨대 H2RA는 히스타민2수용체에 작용해 히스타민이 기능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음으로써 위산의 원료가 되는 수소양이온의 유입량이 줄어들게 하는 약이다.
한편 위세포는 크게 주세포(chief cell), 벽세포(parietal cell), 점액세포(mucus cell, 또는 배상세포, 상피세포의 대부분을 차지) 등 3가지로 구성된다. 주세포는 소화효소인 펩신을, 벽세포(주로 위체부에 존재)는 염산과 내인인자(비타민B12 흡수 촉진)를, 점액세포는 점액을 각기 분비한다. 위 점액세포는 벽세포와 상반되게 위산에 대항하는 위점막 보호점액과 중탄산을 분비한다.
위벽세포에는 히스타민, 아세틸콜린, 가스트린 등 위산분비를 자극하는 물질의 수용체가 존재한다. 따라서 히스타민, 아세틸콜린, 가스트린 등의 신경전달물질이 위벽세포에 존재하는 각각의 수용체와 결합하면 위벽세포 내 칼슘 및 c-AMP 농도 증가 → 프로톤펌프 및 H+/K+ ATPase 활성화 → 수소양이온의 위장내로 분비 증가 등의 과정을 거쳐 위산분비가 촉진된다.
벽세포가 벽세포 자극인자(흡연, 음주, 음식섭취, 스트레스, 카페인 등)에 의해 활성화되면 분비소관(secretory canaliculus)이 넓어지고, H+/K+ ATPase가 벽세포의 세포막에 배치돼 벽세포의 세포질에 있는 수소이온과 위 내강의 칼륨이온을 맞교환하는 기전이 작동한다. 수소이온이 위 내로 분비되는 게 바로 위산이다. 위산의 대부분은 염산이다.
위산은 지속적으로 분비되나 자극이 가해지면 자극이 없을 때의 일상적 ‘기저상태’에 비해 분비량이 늘어난다. 이런 성향은 개인에 따라 상당히 다르나 전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분비량이 많다. 기저 상태의 산 분비는 저녁에 최고, 오전에 최저가 된다.
H2수용체길항제로는 시메티딘(cimetidine), 라니티딘(ranitidine), 파모티딘(famotidine), 니자티딘(nizatidine), 록사티딘(roxatidine), 라푸티딘(lafutidine) 등이 있다. 나중에 개발된 후자의 약물일수록 부작용이 적고 제산력이 강해진 제품이다. 그러나 실제 궤양치료 효과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라니티딘은 2019년 9월 N-nitrosodimethylamine(NDMA)라는 불순물이 제조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유럽, 한국, 일본 등에서 퇴출됐다. 두 달 후 니자티딘에서도 NDMA 불순물이 나온다는 이유로 국내서 판매중지 조치가 내려졌으나 이듬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NDMA 관리기준이 나오면서 부활했다. 그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현재 파모티딘과 라푸티딘 제제가 시장을 넓혔다.
이밖에 라보티딘(lavoltidine)은 발암물질로 판명돼, 니페로티딘(niperotidine)은 간 손상을 야기해 시장에서 퇴출됐다. sufotidine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장시간형 경쟁적 H2RA로서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3상을 진행 중이다.
표준용량으로 H2RA를 6∼10주 정도 복용하면 대부분의 GERD가 완화될 수 있다. 증상이 더 중하거나 치료기간을 줄이고 싶으면 프로톤펌프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 PPI)를 쓰는 게 권장된다.
H2RA의 위산분비 억제 작용은 투여 후 1시간 이내에 나타나기 시작해 6∼12시간 지속된다. 복용량에 비례해 위산배출 억제 정도와 기간이 늘어난다.
H2수용체길항제는 모든 단계(기저 상태 및 자극 상태)의 위산분비를 억제하지만 식사에 의해 자극된 산분비보다는 기저 및 야간 산분비를 보다 많이 저해한다. 기저 산분비를 억제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며 가스트린에 의한 산분비는 부분적으로만 억제한다.
시메티딘은 위·십이지장궤양, 역류성 식도염, 재발성 궤양, 문합부(수술 후 꿰맨 곳) 궤양, 졸링거-엘리슨증후군(Zollinger-Ellison Syndrome, ZES, 위의 벽세포가 6배 이상 증가해 위산분비가 엄청나게 많아지고 췌장의 비(非)베타세포에 선종(腺腫)이 생겨 펩신의 분비량도 증가함으로써 위 점막의 방어력을 구조적으로 손상시키는 질환) 등을 치료한다. 저렴한 약가에 비해 효과가 좋다.
시메티딘은 위산의 기초 분비, 야간 산 분비, 점증하는(항진된) 위산분비를 현저히 감소시키고 펩신의 생성도 억제한다. 소화불량이나 위장의 미란, 출혈, 발적, 부종이 동반된 위장질환 환자에 추천된다.
이밖에도 고(高)부갑상선혈증, 두부백선,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 다모 여성, 식중독에 의한 피부알레르기, 사마귀 등의 치료에 오프라벨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남성 가슴이 여성처럼 되는 여성형유방, 정력감퇴 등을 유발해 널리 사용되지 않는다. 부작용 탓에 3개월 이상 연용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시메티딘은 또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특히 노인에게 정신혼란, 불안, 우울, 환각 등을 초래한다고 보고돼 있다. 다만 실제 이런 정신과적 부작용 발현빈도는 그리 높지 않다.
시메티딘은 또 와파린(혈액응고억제제), 프로판올아민(고혈압약) 등 다른 약물들의 간 대사를 억제하여 이들 약물의 혈중 약물 농도를 증가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1일 1회 취침 전에 시메티딘만 단독 복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시메티딘은 철분제제, 케토코나졸(무좀약), 인도메타신(진통소염제), 테트라사이클린(항생제) 등의 체내 흡수를 저해하므로 시간 간격을 두고 별도로 복용하여야 한다. 흡연은 시메티딘 약효를 저하시키므로 삼가야 한다.
라니티딘(퇴출약)은 식도하부괄약근을 조이고 위산억제작용이 강력한 장점 덕분에 위산식도역류, 소염진통제와 헬리코박터균에 의해 손상된 위장질환에 많이 사용됐었다. 항생제와 병용해 헬리코박터균을 박멸하는 용도로도 애용됐다. 라니티딘은 시메티딘보다 약물상호작용이나 부작용이 적고 파모티딘보다는 많다. 당뇨병 환자가 경구용 혈당강하제와 라니티딘을 함께 복용하면 저혈당을 일으킬 수 있다.
파모티딘은 위산분비 억제 효과가 상당하고 신속하게 작용하는 게 장점이다. 여성형 유방 같은 부작용이 없으며,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이 거의 없어 약물대사에 의한 간 손상이 거의 없는 약성이 순한 약물이다.
파모티딘은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문합부궤양, 상부소화관출혈(소화성궤양, 급성스트레스성궤양, 출혈성위염에 의한), 역류성식도염, 졸링거-엘리슨증후군, 급성위염, 만성위염(증상 급격 악화)에 쓰인다.
H2RA는 대체로 증상에 비례해 용량을 늘이되 정해진 양을 하루에 한번 복용할 경우에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취침하기 전에, 두 번에 나눠 복용한다면 아침 식후와 취침 전에 복용한다. H2수용체길항제는 기저 및 야간 산분비를 가장 효과적으로 막기 때문에 취침 전 복용이 기본이다. 특히 십이지장궤양의 경우 야간 산분비를 억제하는 정도에 비례해 치료 효과가 높다. 보통 하루에 한번 복용하는 게 일반적이나. 일부 연구에서는 두 번에 나눠 복용하는 게 치료율이 높다고 보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