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공의 파업 등으로 인한 의료대란에 따른 응급환자 수용을 늘리기 위해 지난 13일 ‘거점 지역응급의료센터’ 14개소를 지정했다.
거점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역량 있는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중증 응급환자(KTAS 1~2등급) 치료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정한 것으로, 권역응급의료센터의 부담을 줄이고 국가 전체적인 중증 응급환자 치료 역량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보건복지부는 총 136개의 전국 지역응급의료센터 중 허가병상 300병상을 초과하는 종합병원 이상의 의료기관 중 신청한 35개 기관을 대상으로 인력구성, 진료역량 등에 대한 평가를 거쳐 총 14개소를 지정했다.
거점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기관은 운영기간 중 치료한 중증응급환자에 대해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준하는 응급의료수가를 산정받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거점 지역응급의료센터에 대해 지정 목적에 맞춰 운영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지정된 병원은 △서울 : 이대 서울병원, 노원을지대병원 △부산 : 인제대 부산백병원 △인천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울산 동강병원 △경기 : 한양대 구리병원, 인제대 일산백병원, 부천세종병원 △충북 : 한국병원 △충남 : 아산충무병원 △전북 : 대자인병원 △경북 : 동국대 경주병원 △경남 : 창원한마음병원 △제주 : 제주대병원 등이다. 신청기관이 없는 대구, 광주, 대전, 세종, 전암 등에선 지정되지 않았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등은 지난 19일 “정부가 지난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실 경증환자 본인 부담금을 인상한 채,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경증 및 비응급환자들에게 응급실 이용을 자제해달라며 사실상 겁박에 가까운 미봉책을 펼쳤다”며 “이제 와서는 국민들의 수준 높은 시민의식 덕분에 응급실 내원 환자가 올해 설에 비해 20% 줄었다며 의료대란은 없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의사들은 환자가 아픈 것은 증상의 경중을 막론하고 치료받을 권리가 있고, 치료받을 곳을 선택하는 것도 자유인데 정부가 이를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의료 전문가가 아닌 환자가 자신이 경증인지, 응급실에 반드시 가야 할 중증인지 어떻게 판단하느냐며 만약 중증인데 경증으로 참고 있다가 큰 병이 도지면 정부가 책임질 수 있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이번 거점 지역응급의료센터를 전공의 파업이 끝나는 시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데 이에 응모한 병원들은 의료계의 투쟁 단결 대오를 흩뜨리는 일로 간주하고 있다. 예컨대 부천세종병원 등 상당수 지역거점병원들은 이번 의사 파업으로 ‘어부지리’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 거점의 중소 종합병원만 의사 파업 장기화로 득을 보고 있다는 질시의 시선이다.
거점 지역응급의료센터 신청에는 정부의 지원 독려와 더불어 현실적 이익을 도외시할 수 없는 신청 병원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거점 지역응급의료센터에 신청한 병원은 이번 의사 파업이 성장 속도를 높이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휴학에 동참한 의대생과 파업 중인 전공의 사이에서는 현재 진료에 매진하고 있는 또래 의사들의 사이트나 SNS에서 명단을 올려 비난하고 파업 대열에서 이탈하려는 조짐을 차단하려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수사를 의뢰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국내에서 의사들은 이미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의사에 대한 높은 대우를 통해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 의사들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처철한 투쟁을 전개하면서 지금은 윤석열 정부의 고집을 한동훈 국민의힘 및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출구 모색 드라이브가 꺾어주길 고대하고 있는데 과연 이뤄질지 묘연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