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방 ‘보약’을 대체하는 ‘건강기능식품’의 기세가 가열차다. 고물가에 최근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위축됐다고는 하지만 다들 집안 식탁 또는 화장대 한견에 건강기능식품을 비치해놓고 생각날 때마다 찾아먹는 게 대세가 됐다. 그 중에서도 바야흐로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전성시대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선천성 면역’의 개념을 도입해 190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일리야 메치니코프(Elie Metchnikoff, 또는 Ilya Metchinikoff, 1845~1916)가 건강과 장수를 위해 유산균(락토바실러스)를 적극 섭취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면서 개념이 성립됐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을 위한’ 이라는 뜻을 가진 ‘pro’와 ‘생명’을 의미하는 ‘biotic’이란 그리스어의 합성어로 1965년 다니엘 릴라이(Daniel M. Lilly)와 로잘리 스틸웰(Rosalie H. Stillwell)에 의해 처음 사용됐다. 이들은 프로바이오틱스를 ‘다른 생명체의 성장을 촉진하는 미생물에 의해 분비되는 물질’이라고 정의했다.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에선 ‘적정량을 섭취했을 때 숙주에 유익한 영향을 미치는 살아있는 미생물’로 정의했다. 여기에 1999년 세포 살미넨(Seppo Salminen) 등은 숙주에 유익한 작용을 갖는 미생물 제제 또는 성분으로 정의해 생균을 넘어 사균까지 범위를 확대했다. 오늘날 FAO, WHO,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적당량을 섭취하면 숙주(사람이나 동물) 건강에 유익한 영향을 주는 살아 있는 미생물을 총칭하는 것으로 프로바이오틱스를 규정했다.
프로바이오틱스의 다양한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장내에 형성된 미생물 군집의 종류와 수를 말하는 ‘장내세균총’을 정상화함으로써 유해한 박테리아가 장에 달라붙거나 성장하는 것을 물리적으로 억제하는 것이다. 아울러 유해균을 억제하는 물질을 분비하거나, 산을 만들어 장내 환경의 산도(pH)를 낮춤으로써 유해균을 억제하는 것도 주요한 기능이다.
이밖에 음식을 잘 소화시킬 수 있게 돕고, 비타민 생합성을 촉진하고, 질병을 유발하는 세포를 파괴하는 등 다양한 유익성을 갖는다. 이밖에 담즙염 대사, 효소 활성화, 독소 중화, 항염증성 사이토카인 생성, 면역반응에 대한 적절한 조절, 내분비계 및 신경계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등을 통해 인체에 이점을 가져다준다고 알려져 있다.
인체 내에는 총 400종 이상의 박테리아가 존재하는데 위에는 박테리아가 거의 없고 하부인 장(腸)으로 내려갈수록 그 수가 증가한다. 장내세균은 50개 이상의 속에 걸쳐 200개 이상의 종류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람의 장에는 약 100조개 이상의 균이 서식하고 있다. 건강한 사람의 장내세균 분포는 유익균이 약 25%, 유해균이 15%, 중간균이 60% 비율로 구성돼 있다고 추산한다.
유익균이 많고 유해균이 적은 바람직한 장내세균총, 즉 ‘정상세균총’(normal flora·microflora·commensals·microbiota)이 자리잡아야 건강한 장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 특정질환, 건강이상, 노화, 약물복용, 가공식품 남용 등으로 정상세균총이 파괴되면 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설사와 변비, 면역능력 저하에 직면하게 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흔히 ‘기능성 유익균’ ‘기능성 유산균’으로 번역되지만 단지 유산균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좁은 범위의 유산균은 유산균목, 유산균과, 유산균속에 속하는 유산균(Lactobacillus, 또는 젖산균)만을 말한다.
Lactococcus lactis의 경우 발효의 결과물로 젖산을 만들어내지만 유산균목에 속하되 유산균과(Lactobacillaceae)과 아닌 연쇄상구균과(Streptococcaceae)에 속해 협의의 유산균은 아니다.
비피더스균도 흔히 유산균의 하나로 인식돼 있지만 비피도박테리아목(Bifidobacteriales), 비피도박테리아과(Bifidobacteriaceae), 비피도박테리아속(Bifidobacterium)으로 분류되는 별개의 프로바이오틱스다. 유산균이 주로 소장과 십이지장에 산다면, 비피더스균은 주로 대장에 사는 게 쉽게 구별하는 기억법이 된다.
일반적으로 프로바이오틱스는 주로 박테리아를 말하며, 일부 효모도 포함한다. 박테리아로는 유산균(Lactobacillus, 또는 젖산균)을 비롯해 고초균(Bacillus subtilis 등), 당화균(녹말을 분해해서 단당류로 전환하는 균의 총칭), 낙산균(Clostridium Butyricum 등, butyric acid bacteria, 낙산(butyric acid)을 만들어내는 균) 등을 아우른다. 당화균은 딱히 정해진 미생물의 범위가 없으며 고초균(바실러스속) 대부분을 포함한다.
참고로 효모는 대체로 사카로마이세스속(Saccharomyces)에 속한다. 당화된 전분을 당화시켜 알코올(에탄올)로 발효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알코올이 발생하면 유산균 등이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이 된다. 다만 장내에서 효모가 유산균 등과 조화를 이룰 수 있으며, (건조)효모에 함유된 양질의 단백질 등이 유산균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Saccharomyces boulardii와 Saccharomyces cervisiae이다.
한자 용어나 두루뭉술한 표현으로는 개별 프로바이오틱스의 구분과 개념 정립이 어렵기 때문에 결국은 미생물의 속명과 종명, 세부변이명을 통해 각 프로바이오틱스의 특징과 쓰임새를 이해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건강기능식품을 정립하면서 19종의 미생물을 ‘고시형 프로바이오틱스’로 지정해놨다. 그밖에 수십 가지 개별인정형 프로바이오틱스가 존재한다. 법적으로는 이들 미생물을 제외하고 식품광고나 상업마케팅에서 ‘프로바이오틱스’라고 함부로 지칭하는 것은 위법사항이 될 수도 있다.
19종의 고시형 프로바이오틱스는 10년 이상 추가되거나 제외된 게 없이 유지되고 있다. 이를 속(屬)에 따라 구분하면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 11종, 락토코쿠스(Lactococcus) 1종, 엔테로코쿠스(Enterococcus) 2종, 스트렙토코쿠스(Streptococcus) 1종, 비피더스(Bifidus, 또는 비피도박테리움, Bifidobacterium) 4종 등이다.
각 프로바이오틱스마다 기능성이 별개로 지정된 것이 아니고, ‘유산균 증식 및 유해균 억제․배변활동 원활에 도움을 줄 수 있음’으로 모두 동일하다.
의학계에서는 아토피성피부염, 소아 급성 감염성 설사, 항생제 관련 설사, 염증성장질환(크론병에만 해당, 궤양성대장염에서는 불인정 다수), 과민성대장증후군(IBS), 고콜레스테롤혈증, 비만 등 다양한 질환에서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의약품으로서의 적응증은 장내세균총 이상에 의한 여러 가지 증상(정장, 변비, 설사, 묽은 변, 복부팽만감, 장내이상발효 등)이라는 적응증 이상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장내세균총 이상의 개선을 통한 증상 완화에 기여한다는 것이지, 보다 구체적인 질환을 치료한다는 개념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