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당뇨병학회는 오는 19~21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대한당뇨병학회 국제학술대회(ICDM 2023, International Congress of Diabetes and Metabolism 2023)을 개최한다.
11일 기준 국내 전문가 634명, 해외 전문가 154명이 등록했고 현장에서 추가로 150명 이상이 등록할 예정이다. 해외 유명 연자로 Michael A. Nauck(독일 Ruhr-University Bochum 당뇨병 연구 수석교수)가 GLP-1 수용체 작용제를 이용한 치료법에 대한 통찰, Scott L. Friedman(미국 뉴욕 마운트사이나이 아이칸의대의 간장학 교수)가 ‘간 섬유화, 대사증후군의 침묵하는 위협’을 주제로 각각 20일 오전과 오후에 강의한다. 21일에는 국내 석학인 박경수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가 ‘2형 당뇨병의 생리학·생화학적 아형(Endotype)’에 대해 특강한다.
이밖에 △당뇨병 관리를 위한 다학제 전문기술의 임상 적용 △2형 당뇨병 치료를 위한 정밀의학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계 위험관리 △기계학습 모델을 통한 당뇨병 관리 △특수 유형의 당뇨병 △췌장섬유의 생물학 △지방간과 인슐린에서 비롯된 암 대사(발병) 기전 △젊은 2형 당뇨병 환자 교육 △당뇨병 관리를 위한 비대면 의료 영양치료 △당뇨 관리교육을 위한 기술통합 △당뇨교육자 역할론 등이 별도 세션을 통해 논의된다.
학회는 지난 11일 서울시 공덕동 한국사회복지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ICDM 2023 행사 개요를 소개하고 당뇨병 환자교육에 초점을 맞춰 임상현장의 애로와 정책건의사항을 설명했다.
학회의 문준성 총무이사(영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이날 “연속혈당측정기(CGM)나 인슐린펌프 등 비(非) 약물치료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나 그에 대한 정책 대응은 기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최신 의료기기를 적절히 활용해 환자마다 맞춤형 관리가 가능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예컨대 일본은 인슐린펌프 '렌탈제'를 도입하고 대여료, 교육관리료 등 치료관리수가를 인정해 최신 기기 보급 속도를 높였다. 반면 한국은 인슐린펌프 급여 대상이 지극히 제한적이고, 연속혈당측정기의 센서 같은 소모성 재료 구입비(요양비)로 분류돼 신청 및 수급 절차가 복잡하다. 해당 연도에 예산이 부족하면 요양비 지급이 중단되기도 한다.
2021년도 최신형 자동 인슐린펌프(메드트로닉 Minimed 770G)의 경우 일본은 사용자가 8800명이 넘지만 국내 사용자는 120명 수준이다.
2018년 8월부터 인슐린 펌프용 주사기, 주삿바늘에 대한 요양비가 적용됐다. 2020년 1월부터 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인슐린 펌프 본체에 대해 요양비 적용 대상이 확대됐다.
건강보험 관점에서 요양비는 환자가 질병 치료에 지출하는 비용이며, 요양급여는 의료기관, 약국 등이 행하는 환자 진료·처방·조제·취급에 매기는 금전적 가치다.
1형 당뇨병을 예로 들면 연속혈당측정기, 인슐린펌프 등을 구입하는 비용은 요양비로 환급받을 수 있으며, 의료기관 진료·처방 및 약국 조제 등은 건강보험의 요양급여를 받은 후 본인부담금만 내면 된다. 이에 따라 1형 당뇨병 환자는 당뇨병을 중증난치질환으로 지정해 연속혈당측정기, 인슐린펌프에 요양급여를 적용할 수 있도록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건강보험공단은 인슐린펌프(본체)를 5년 기준 연간 170만원으로 정해 기준 금액의 70%를 요양비로 지원하고 있다. 추가로 소모품 비용은 기준 금액의 90%를 요양비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메드트로닉 Minimed 640G의 본체 및 소모품에 관한 비보험 5년간 렌탈 가격은 1490만원이다. 여기에 송신기 및 센서 가격을 추가하면 5년간 2604만원으로 더욱 올라간다.
당뇨병 환자가 건강보험 지원을 받지 않고 비보험으로 MiniMed 640G를 사용했을 경우 펌프와 소모품(24만8333원), 송신기‧센서(43만4000원) 모두 합해 1개월에 68만원가량 소요된다.
이를 5년으로 보면 약 4100만원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1형 당뇨병 환자가 요양비로 지원을 받으면 부담은 완화되지만 그마저도 1개월에 약 33만원으로 5년 환산 시 환자가 약 2000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꼴이다.
문 이사는 “렌탈은 물론 (최신 의료기기 사용) 절차를 간소화해 접근성을 높이고 병원에서 이를 잘 관리하면 합병증 발생을 억제하고 의료비 절감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현재 정부가 (디지털 기기 발전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문 이사는 "현재 인슐린펌프 등 관련 기기 정책은 대장내시경 검사하는 환자에게 검사에 필요한 장비와 소독약을 직접 사 오라는 말이나 똑같은 상황"이라며 "당뇨병 관리 기술이 고도화되는 만큼 정부도 (기기) 성능과 유통 관리 정책을 수립하고 성능에 따라 비용 산정도 세분화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상담 수가 필요성도 재강조했다. 당뇨병학회는 그동안 개별 의사나 병의원이 당뇨환자 교육을 무료로 시행해왔지만 이제는 한계에 도달해 환자 교육상담에 수가를 매겨 활성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5기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 가운데 20.3%(병의원 15.7%, 보건소 3.0%, 공개강좌 1.4%, 기타 0.7% 등)만 당뇨관리 교육을 받았다. 비급여인 당뇨병 교육상담료도 단 1회만 급여로 인정한다. 모두 급여에 포함되는 암이나 심장질환과 대비된다. 이밖에 고혈압, 고지혈증, 재생불량성빈혈, 유전성대사장애질환 등도 비급여 교육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당뇨병 환자 교육과 상담을 담당할 전문인력도 부족하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진행된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은 고혈압 및 당뇨병 발병 초기부터 동네의원 중심의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해 고혈압 및 당뇨병 환자의 건강수명 연장과 국민의료비 적정화에 기여하고자 시행됐다.
그러나 시범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일선 병의원이 질환 교육 담당자를 채용하고 환자교육을 진행해야 하는데,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인력 채용에 실패했다.
이에 학회는 원격으로 또는 여러 병원을 아우르는 스마트케어코디네이터를 양성을 준비하고 있다.
당뇨병학회는 정부 차원 인프라 구축을 촉구하는 한편 전문교육자 양성과 당뇨병 비(非) 약물치료·관리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학회는 수준 높은 당뇨병 교육자를 양성하기 위해 1999년 당뇨병 교육자 자격인정제도를 시작했다. 2023년 현재 총 1457명이 당뇨병 교육자 자격인정증을 취득했다.
문 이사는 “당뇨병 교육자 자격인정증은 국가가 아닌 학회 인정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의 교육자를 양성하기 위해 인정 합격선이 높다”며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지만 당뇨병이란 질환의 복잡성과 여러 상황을 이해해야만 환자를 교육할 수 있는 특성상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이사는 "당뇨병 환자 600만 시대에 당뇨병학회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를 위한 케어코디네이터 등 필수인력 양성에 일조하겠다. 아울러 병원을 중심으로 중증 난치성 당뇨 환자를 관리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교육자를 키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뇨병 비 약물치료와 관리가 활성화되려면 공급자 중심에서 수진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개별화와 고도화된 치료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세밀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