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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에피스 지분 완전 인수의 양면 … 자율·유연 경영 vs 소탐대실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2-01-29 06:39:13
  • 수정 2022-02-04 05:3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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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피스 기술가치 분식해 이재용 삼성 승계에 동원한 ‘흑역사’ … 경영 악화로 현금 급한 美 바이오젠 시세차익 2조원 챙겨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8일 미국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1034만 1852주 전체를 23억달러(2조7655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바이오젠은 2012년 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 15%의 지분을 투자했으며, 2018년 6월 콜옵션 행사를 통해 에피스 전체 주식의 절반(50% - 1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총 23억달러 중 계약체결 후 특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추가로 지급되는 언 아웃(Earn-out) 비용인 5000만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인수 대금은 향후 2년간 분할 납부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1차 대금 10억달러 납부가 완료되는 시점부터 효력이 발생된다. 


이번 계약은 바이오젠의 지분매입 요청에 따른 것으로, 양사는 지분 매매 계약체결 완료 후에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을 담당하는 수족이라면 바이오에피스는 개발, 임상, 허가, 상업화에 걸친 연구개발 역량을 갖춘 중추에 해당한다. 이번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에피스 주식을 100% 확보하게 됨에 따라 삼성 바이오 사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CDMO(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역량과 더불어 지난 10년간 에피스가 바이오젠과 협업해 축적한 연구개발 역량도 온전히 내재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이번 지분 인수를 계기로 바이오 분야에서 ‘제2의 반도체 신화’에 도전하는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의 지분구조 로직스 50%+1주, 바이오젠 50%-1주에 비하여 의사결정의 자율성과 민첩성이 제고돼 에피스의 신규 파이프라인 개발, 오픈이노베이션, 신약개발 등 중장기 성장전략을 독자적으로, 빠르고 유연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삼성의 입장이다.


삼성그룹은 △글로벌 생산용량(capacity) 1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MO 사업 △에피스의 검증된 바이오시밀러 제품 독자 개발 역량 △이에 더한 신약 사업 진출 가능성까지 확보해 CDMO, 독자 바이오시밀, 유망 신약발굴을 3대 축으로 하는 '글로벌 제약사'로의 도약 기반을 다지게 됐다는 평가다.


에피스는 현재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3종과 항암제 2종 등 총 5개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해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추가로 1개는 허가 받아 출시를 앞두고 있고, 4개의 바이오시밀러는 임상 3상 진행중이다.


전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21년 100억달러에서 2030년 220억달러로 연간 8%이상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에피스가 주력하고 있는 항체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연간 11% 가량 성장하며 바이오시밀러 시장 성장을 선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에피스 지분 매입과 사업 확장에 필요한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총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세계 최대 규모 바이오의약품 공장인 4공장을 건설 중이며, 하나의 공장에서 다양한 바이오의약품 생산이 가능한 멀티모달 공장(Multi Modal Plant, 제5공장)도 연내 착공을 앞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천시 송도 11공구에 현재 사용 중인 부지(27만㎡)보다 규모가 큰 35만㎡의 제 2캠퍼스 추가 부지 계약도 연내 체결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CMO 캐파 1위 경쟁력은 더욱 강화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동력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바이오젠 통해 노하우 쌓고, 에피스 경영권도 챙겨 … 국민 돈 긁어 바이오젠에 시세차익 2조원 던져 주니 ‘남는 장사’ 


그러나 이번 에피스 지분 100% 확보가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매각으로 바이오젠이 10년 만에 올린 차익은 2조원가량이다. 바이오젠은 2012년 에피스 설립 당시 15%의 지분을 투자했다. 


이후 2018년 6월 콜옵션을 행사하면서 그동안 삼성바이오에피스 전체 주식의 절반(50%-1주)를 보유했다. 바이오젠은 처음 492억원, 콜옵션 행사 과정에서 7981억원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투입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져 감옥을 두 번이나 갔다 올 정도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삼성 창업자인 할아버지 이병철 회장과 고 이건희 회장 및 홍라희 여사가 애써 모은 미술품 2만3000여점, 돈으로 치면 2조~3조원 가치의 골동품을 국가에 기증해야 했다. 이 미술품은 삼성이 내야 할 상속세의 일부를 대신한 것임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엄청난 가치의 삼성을 최소한의 상속세로 승계받기 위해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를 전환사채를 발행해 헐값에 가져갔고 삼성에버랜드→제일모직→삼성물산으로 이름과 본래 회사 가치를 임의로 바꾸며 ‘사기적’ 변신술을 써서 이 부회장의 경제권력 강화했다. 


삼성 분식회계 사건은 2011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내던 삼성바이오로직스를 2015년 1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회사로 둔갑시키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변경하면서, 에피스의 지적재산권 등 지분가치를 기존 2900억원대에서 4조8000억원대로 뻥튀기했다.

 

삼성물산에 합병되기 전인 2015년 당시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91.2%를 갖고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과대 평가함으로써 제일모직의 회사 가치를 상대적으로 높여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과의 합병 과정에서 더 많은 지분을 차지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다. 삼성물산을 장악하면 삼성전자나 삼성생명도 쉽게 장악할 수 있는 지배구조의 덕을 보게 된다. 결국 일반주주(국민)가 에피스에 투자한 2조원은 바이오젠에게 시세차익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번 인수를 바라보는 증권가의 의견은 갈린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에피스가 100% 자회사가 되면 연결 자회사로 잡히는 만큼 매출액 성장이 크게 돋보일 것”며 “이익 부분은 지켜봐야겠지만 공동 경영에서 단독 경영이 되는 만큼 삼성이 원하는 쪽으로 속도 있게 성장시키기도 쉬워지고 수익률 제고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처음부터 (100% 인수) 했으면 좋았겠지만 이전에는 바이오시밀러 관련 판매망 구축, 파이프라인 보완 등을 추가하기 위해 공동 경영을 추진했던 것이고 지금은 삼성바이오로직스만의 독자적인 개발이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 됐다”고 덧붙였다. 


3조원 유상증자와 관련해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시가총액이 현재 47조원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희석은 기껏해야 5% 수준”이라며 “증자를 통해 조 단위 이상의 바이오 회사를 가져오는 만큼 당연히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모 증권사의 한 바이오 애널리스트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전체 기업가치가 인수가 기준 5조4000억원 수준인데 ‘너무 싸다’는 생각도 든다”며 “성장세가 저조한 바이오젠 입장에서 현금을 챙기기 위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파는 것이라면 부정적인 면도 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현금이 1조3000억원 수준인 만큼 인수를 위한 유상증자는 필요한 절차”라면서도 “주주 입장에서라면 과연 삼성바이오에피스 인수가 펀더멘털(기초체력) 측면에서 긍정적인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연말 한국경제신문은 월가 소식통을 들어 당시 시가총액 358억달러(42조7407억원)에 달하는 바이오젠을 삼성그룹이 인수할 것이라는 잘못된 보도를 냈다. 삼성은 아직 42조원을 쓸 배짱과 좋은 물건을 고를 ‘심미안’이 없다. 또 바이오시밀러 자체가 전체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 전망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의약품 시장 규모는 1조5700억달러, 바이오의약품 4000억달러, 바이오시밀러 200억달러 정도다.


삼성이 바이오젠가 협업한 것은 미국 시장에서 어떤 전략으로 연구개발에 임해야 하고, 즉 그런 일련의 프로세스를 습득하고, 미국 및 유럽 시장에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실적이 좋아지면 바이오젠 지분을 인수하는 데 막대한 돈이 들고, 애써 번 돈을 배당으로 바이오젠에 지불해야 하는 안타까움도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현금 실탄을 지금 단계에서 더 탄탄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한 자체 연구개발 또는 라이선스도입에 쓰는 게 보다 웅장한 ‘베팅’일 것이란 생각도 든다.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간다’고 봐야 할까, ‘소탐대실’이라고 봐야 할까. 그 점이 관전자로서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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