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그룹 창업주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장남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을 상대로 주식 증여를 철회하고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윤 회장은 지난 5월 30일 서울중앙지법에 윤 부회장을 상대로 콜마홀딩스 주식 460만주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해당 주식은 윤 회장이 2019년 12월 윤 부회장에게 증여한 것으로, 무상증자 전 기준으로는 230만주에 해당한다.
주식반환 청구 소송을 낸 것은 경영승계 과정에서 맺은 내부 합의가 어겨졌다는 판단에서다. 윤 회장은 2018년 9월 윤상현 부회장, 차남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와 함께 경영합의서를 체결했다.
합의서에는 윤 부회장이 콜마홀딩스와 한국콜마를 중심으로 그룹을 운영하고, 윤여원 대표가 콜마비앤에이치의 자율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지주사 차원의 지원과 협조를 이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윤동한 회장은 두 자녀가 사업 부문을 나눠 경영하도록 3자 합의를 한 뒤 2019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주식 230만주를 증여받은 아들 윤상현 부회장은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한국콜마그룹 창업자인 윤동한 회장(왼쪽부터), 장남인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 장녀인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 한국콜마 제공
한국콜마는 화장품,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등의 분야에서 상품기획,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등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전문기업입니다. 특히,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ODM 시스템을 도입해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외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윤동한 회장은 한국콜마를 세계 3위권의 화장품 ODM 업체로 키웠다.
반면 콜마비앤에이치는 주력인 건강기능식품을 ODM 방식으로 생산하면서, 부수적으로 화장품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콜마홀딩스의 또다른 계열사인 전문약 전문기업인 HK이노엔은 과거 CJ그룹의 제약사업 부문을 2018년 4월, 한국콜마가 인수한 기업으로 비교적 성공적인 인수합병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윤 부회장이 지난 4월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 개편을 추진하고, 외부 인사인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려는 주주제안을 내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윤여원 대표는 대전지방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 무효 가처분을 신청하며 반격에 나섰다.
윤 회장은 지난 5월 콜마 창립 35주년 기념식에서 “화장품·제약은 장남 윤상현 부회장이, 건강기능식품은 장녀 윤여원 대표가 각각 맡기로 한 합의는 변함이 없다”며 기존 경영 구도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장남의 행보가 계속되자, 윤 회장은 “창업정신과 경영질서를 더는 훼손할 수 없다”며 주식 반환 소송이라는 강수를 꺼냈다.
윤 회장의 법률대리인은 “윤상현 부회장이 최대주주 지위를 이용해 합의된 승계구조를 일방적으로 변경하려 했다”며 “윤 회장이 이를 알았다면 증여는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콜마홀딩스 측은 “주식 증여는 경영합의를 조건으로 한 것이 아니다”며 콜마비앤에이치 측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지주사의 일방적 개입은 계열사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경영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이번 대응은 단순한 가족 갈등이 아닌 기업의 자율경영 원칙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콜마그룹은 윤 회장의 승계를 기점으로 지주사 콜마홀딩스를 중심으로 한국콜마와 콜마비앤에이치가 독립적인 사업부문을 맡는 구조를 운영해왔다. 이번 분쟁은 단순한 오너 일가의 내부 다툼을 넘어, 그룹 전반의 경영 안정성과 지배구조 투명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 경영권 승계를 두고 갈등을 벌인 곳은 옛 현대그룹, 롯데그룹, 한진그룹, 한국타이어, 효성, 한미약품, 아워홈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