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질환인 ‘비후성 심근증’에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가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비후성심근증은 심장근육이 15㎜ 이상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질환으로, 환자의 40~60%에서 유전자 이상이 발견되며, 가족 선별검사가 중요하다. 유전성이 아닌 경우에는 과도한 장기간의 운동이 원인이 된다.
이 질환은 급성 심장사, 심실성 부정맥, 심방세동 등 부정맥 위험을 높이고, 비후된 심장으로 인해 심장의 유연성이 감소하면서 심장이 정상 기능을 못 하는 심부전 위험이 증가할 수 있어 주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현재 비후성 심근증은 주로 베타차단제나 칼슘채널차단제 등으로 치료한다. 최근에는 비후성 심근증에 특화된 마이오신 차단제가 도입되었으나, 이는 폐색성 비후성 심근증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SGLT2 억제제(다파글리플로진;dapagliflozin, 엠파글로플로진;empagliflozin 등)는 심부전 환자에서 생존율을 향상시키고 심부전 악화로 인한 입원 위험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입증돼, 당뇨병 여부와 상관없이 심부전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 SGLT2 억제제가 부정맥 위험을 낮춘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하지만 기존 연구에서 비후성 심근증 환자는 배제돼 이에 대한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
정미향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제1저자)·조정선 대전성모병원 심장내과 교수(교신저자) 연구팀은 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당뇨병을 동반한 비후성 심근증 환자에서 SGLT2 억제제가 예후 개선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총 8066명의 비후성 심근증 및 당뇨병 환자 중 SGLT2 억제제를 처방 받은 2277명과 다른 당뇨약을 처방받은 5789명을 비교 분석했다.
1대1 성향점수 보정을 통해 두 군의 이질성을 줄인 후, 각각 2063명이 포함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평균 3.1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SGLT2 억제제 사용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및 심부전 악화로 인한 입원의 위험을 약 24%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44%, 심부전 입원 위험 18%, 급사의 위험 50%, 뇌졸중 위험은 26%씩 각각 감소됐다. 이런 효과는 성별 및 심방세동 여부와 관계없이 일관됐다.
조정선 교수는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었던 비후성 심근증에서 SGLT2 억제제가 부정맥 및 심부전 위험을 줄이는 데 기여할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정미향 교수는 “다만 코호트 연구로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 없으므로 이를 뒷받침할 추가 연구가 필요하며, 당뇨가 없는 비후성 심근증 환자에서도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최근 유전자검사 및 심초음파, 심장MRI를 포함한 다중 모달 평가(multimodal evaluation)를 통해 비후성 심근증의 병인이 점차 밝혀지고 있으나,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 지속적인 연구와 연구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유럽예방심장학저널’(European Journal of Preventive Cardiology, IF=8.4)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