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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 권하는 사회에 대한 소회
  • 정종호 헬스오 대표
  • 등록 2012-08-22 17:15:04
  • 수정 2021-06-24 19: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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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형 수술 대신 내면의 가치를 높여라 VS 성형만큼 확실한 인생 역전이 있는가

과거에는 성형수술과 관련, “의술의 힘을 빌려 손쉽게 겉모습만을 바꿔 남보다 우월해지기보다는 스스로 노력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인정받는 게 인생을 훨씬 값지게 한다”는 충고가 먹혔다.
하지만 요즘엔 대입선물로 쌍꺼풀 수술을 받는다. 고3도 늦어서 중3때 성형수술해달라고 조르는 여학생도 많다. 얼짱 열풍과 연예인 지망생 증가 탓이라고 한다. 10여년전만해도 성형수술은 방학이나 휴가, 명절연휴 때나 하는 것으로 여겨져 성수기 비수기 차이가 컸지만 지금은 연중 사계절로 그 진폭이 많이 줄었다. 이목을 얻기 위해 성형수술을 경품으로 내걸고 이벤트하는 병원이나 대형유통업체가 흔해졌다. 


성형수술에 맛을 들이면 두번도 모자라 네다섯번 재수술하는 성형중독에 빠진다. 성형중독 환자 중에 ‘신체추형장애’에 걸린 환자도 많다. 감수성이 지나치게 예민해 하루 종일 자기의 못생긴 부위만을 생각하며 ‘이 부위를 수술하면 나아지겠지’, ‘의사가 잘못 손을 대고 나서 더 외모가 망가졌다’는 착각에 빠져 사는 것이다. 처음에는 예뻐지겠다는 단순한 동기에서 수술을 받지만 수술부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계속해서 얼굴을 뜯어고치면 인생이 망가지게 된다. 심하면 환자는 성형외과 전문의의 악랄한 스토커가 되기 쉽다. 이런 틈을 이용해 성형수술 수준은 실상 평범하거나 형편없는데도 성형재수술센터를 세우고 진정 성형을 잘하는 병원이라고 우기는 곳도 있다. 


성형수술은 한국전쟁을 계기로 미국 군의관들이 기능 복원 차원의 재건수술을 시행하면서 국내에 도입됐다. 1980년대 미국에서 급속하게 발전한 안면성형수술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컬러TV가 도입되고 경제적으로 풍요를 누리기 시작하면서 일반화됐다.

 
치열한 경쟁사회에 따른 외모지상주의가 성형수술 확산에 한몫했다. 은근함이 미덕이 아닌 사회, 감각적인 즐거움이 부덕(不德)이 아닌 사회, 빛의 속도가 아니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현대사회에서 딱히 남에게 보여주는 직업, 예컨대 탤런트나 모델이 아니어도 아름다움과 성적 매력을 갖추었다는 것은 유창한 외국어실력 만큼이나 당당한 ‘사회적 경쟁력’처럼 대접받고 있다.

 
필자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성형수술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많이 썼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국내서 내로라하는 성형 칼잡이를 만나다보니 그들의 논리에 동화된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성형수술 잘 하면 팔자가 핀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이다. ‘못생긴 죄’로 남자들로부터 자판기 커피 한잔 조차 얻어먹지 못했던 그들이 성형수술 이후 남자들의 사랑을 받아 승진하고 시집도 잘 간다고 한다. 그런 사례는 부지기수다.


그러니 목숨걸지 않고 성형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필자가 2년전 리얼한 기사를 쓰기 위해 광대뼈 깎는 안면윤곽수술을 참관하러 간적이 있다. 전신마취가 끝난 환자는 의식이 없었다. 부모나 지인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 온 모양이었다. 메스로 윗몸 언저리를 째고 벌목할 때 쓰는 엔진톱 같은 미니절단기가 그 사이로 들어가 돌출한 굉음을 내며 광대뼈를 잘라내고, 눈빛은 초점을 잃고, 의사가 원하는 자세로 목을 좌우로 돌려도 알길이 없는 상태였다.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결코 내 여동생이나 처, 딸에게는 못시킬 것 같았다.

 
북한 공산괴리군은 지금도 국군과 미군을 ‘원수의 각(脚)’을 떠야 하는 대상으로 지칭한다. 각을 뜬다는 것은 몸통에서 사지를 떼어낸다는 의미도 있지만 뼈에서 살을 발라낸다는 뜻도 있다. 성형수술은 살을 뼈와 근육으로부터 떼어내 보기싫은 뼈를 쳐내고 신경과 혈관이 다치지 않게 하는 조건 아래서 외모개선에 좋은 방향으로 피부를 움직인 후 다시 꿰매는 것이다. 성형수술이 과연 의료에 속하는지 궁극의 의미를 곱씹는다면 진정 회의가 든다.

 
하지만 성형으로 얼굴이 예뻐져 수십년 쌓인 한이 풀리고 앞길도 훤하게 열린다면 그것만큼 ‘확실한 정신과 치료’가 어디있냐는 성형외과 의사들의 반론에 과거에 비하면 훨씬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얼마나 예쁘지 않다고 천대받았으면 전신마취 후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고, 혈관과 신경이 크게 다쳐 장애가 올 수 있는데도 이를 감수하고 성형에 나서겠는가. 외모가 인간 흥망의 열쇠임을 부인할 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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