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정력하면 변강쇠나 물레방앗간의 절구질 정도를 연상하는 많은 남성들의 의중과 달리 의학에서 말하는 조루의 정의는 완연히 다르다.조루의 사전적 정의는 성교할 때 너무 일찍 사정하거나 심지어 성교를 아직 하지 않았는데도 정액이 나오는 병증이다.
예전에 조루의 정의로 언급된 것은 2000년에 만들어진 정신과영역의 DSM-IV-TR 혹은 1994년도에 작성된 ICD-10의 기준이었다. DMS-IV-TR의 조루에 대한 정의는 자신이 원하기 전 혹은 삽입 직전에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사정으로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끼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다. ICD-10은 삽입 직전이나 삽입후 15초 이내에 사정할 정도로 사정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로 정의했다.

일반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시간적인 개념으로서 조루의 정의는 의료계에서는 생각보다 늦게 설정됐다. 질 내부로 삽입하면서부터 사정때까지 걸리는 시간, 즉 IELT(intravaginal ejaculation latency time)로 개념정리를 하면서부터다. 2005년에 IELT가 1분 이내를 명확히 조루라고 햇고, 1~1.5분 사이의 IELT는 넓은 의미의 조루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다 2008년에 세계성의학회에서 ‘항상 혹은 거의 항상, 삽입 직전이나 삽입후 1분 이내에 사정함으로써 스트레스를 받거나 대인관계에 지장을 일으키고 성관계를 하지 못하는 상황’을 조루로 정의하기에 이르렀다.
오랜 성교시간에 대한 남자들의 열망과 많은 논란 속에 조루의 정의가 변해왔다. ‘강한 남자’ 신드롬의 여파로 과거에는 조루가 남성의 30%에게 발생할 정도로 가장 흔한 성적인 질환이었지만, 2008년에 제정된 세계성의학회 정의를 사용한다면 남성의 약 1~3%정도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 진료실에서 조루라고 호소하며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면 조루의 유형은 크게 2가지 정도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첫번째, 조루를 호소하는 환자에게 가만히 물어보면 질 삽입 후 약 5~10분 정도에 사정하는 경우가 상당수로 시간 개념으로는 조루로 정의될 수 없지만 환자 스스로 조루라고 판단하는 경우다. 짐작컨대 음성적으로 많이 보고 있는 포르노 영화에서 장기간 사정하지 않는 장면이 각인돼 환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데 이런 영화들은 대부분 과장된 것으로 실제적인 성관계의 상황이 아니다.
두번째, 평소 3~6분 정도의 질 삽입후 사정 시간을 유지하며 성관계를 잘 하다가 극도의 심적 스트레스를 받거나 성파트너가 바뀜으로 인해 갑자기 일시적으로 질 삽입후 사정시간이 1~2분 이내로 줄어든 경우이다. 이런 사람은 사정 때까지의 시간이 조루의 시간적 정의에 부합되다가도 갑자기 다시 정상적으로 회복돼 3~6분 이후로 늘어나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갑자기 조루가 생긴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성적 반응 중 하나로 생각된다.
적정한 성관계 시간에 대해서 의학적으로는 명확하게 알려진 것은 없지만, 성트러블을 치료하는 치료심리사가 느끼는 남성의 질삽입후 사정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7~10분 정도라고 한다. 실제로 여러나라에서 성관계시 질삽입후 사정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5.4분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나라마다 다르다. 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질삽입후 사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조금씩 줄어드는데, 30세 이전에는 평균 약 6.5분이었다가 50세 이후에는 평균 약 4.3분이다. 콘돔 착용 및 포경수술 유무와 질삽입후 사정까지 걸리는 시간과의 상관성은 없다고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