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공동교신저자)·민창기(공동교신저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교수, 최수인 의대 약리학교실 최수인(공동제1저자) 교수팀은 국내에 도입된 이중특이항체 치료법(BiTE, Bispecific T-cell Engager)으로 다발성골수종을 치료한 첫 임상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고 26일 밝혔다.
대표적인 혈액암 중 하나인 다발골수종은 암세포가 뼈를 침범하여 골절, 빈혈, 신부전 등 심각한 합병을 유발하는 난치성 질환이다. 최근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환자의 생존율이 크게 향상됐지만, 여전히 재발이 잦고,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이 많아 새로운 치료법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중항체 치료제는 서로 다른 두 가지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를 이용해 암세포를 사멸하거나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환자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혁신적인 치료법이다.
이중항체 치료는 범용성과 현장 적용성이 월등해 CAR-T 세포치료제를 대체할 수 있는 첨단 면역제제로 각광받고 있다. CAR-T 치료는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뽑아 다시 치료제로 제조하는 오랜 공정시간을 거쳐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이중특이항체는 CAR-T 치료보다 투여 과정이 간편하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
박성수(왼쪽)·민창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교수
연구팀은 기존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 142명을 대상으로 이중특이항체 치료군(71명)과 기존 표준치료군(71명)으로 배분해 비교했다. 그 결과, 이중특이항체 치료군에서 질병이 진행되지 않고 생존하는 무진행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 PFS)이 기존 표준치료 대비 약 3배가량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19.2개월 vs. 5.4개월).
이중항체 치료제 투여군은 52%(71명 중 37명)가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cytokine release syndrome. CRS)를 보였다. 다만 이들 중 대부분(37명 중 29명)은 1급으로 경미한 수준이었다. CRS로 인한 신경독성은 4명에서 나타났다. 감염은 매우 흔해 81%에서 나타났다. 이는 표준치료군의 49%보다 높은 수치다.
연구팀은 이중특이항체 치료가 기존 치료와 비슷한 수준의 부작용을 보였으며, 대부분 조절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환자에서 면역반응이 나타났으나 대부분 경미한 수준이었다. 빈혈, 혈소판 감소 등 혈액관련 부작용도 기존 표준치료와 큰 차이가 없어, 국내 환자에서도 안전성이 확인됐다. 다만, 감염 발생 가능성을 주의해야 하며, 이를 치료 과정에서 지속 관리하는 것이 중요했다.
B세포 돌연변이 항원(B-cell mutation antigen, BCMA)을 표적으로 하지 않는 BiTE(Non-BCMA-targeted BiTE)는 BCMA-표적 BiTE 단독요법 또는 BCMA-표적 BiTE 단독요법+다라투무맙(daratumumab, 다잘렉스) 병용요법보다 6개월 이상 살아있는 전체생존율(OS)을 개선했다. 각각 94% 대 65%, 100%대 77%로서 차이를 보였다.
6개월이상 무진행생존율(PFS)에서도 이점을 보였다. 각각 76% 대 50%, 100%대 69%였다. 이로써 Non-BCMA-targeted BiTE가 BCMA-targeted BiTE보다 유효성 면에서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됐다.
연구를 이끈 민창기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인구 고령화로 국내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을 뿐 아니라, 재발이 잦아 환자들이 두려워하는 혈액암”이라며 “다른 치료법의 적용이 어려웠던 많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추가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성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국내 연구진이 주도한 최초의 이중항체 치료제 임상을 통해 효과를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다만 이중항체는 치 료 도중 감염 위험이 높으므로 치료시작 전 예방접종을 적극적으로 하고, 면역글로불린 투여와 같은 기초면역을 보강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5년도 식품의약품안전처 연구개발지원사업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세포치료학회지 ’Transplantation and Cellular Therapy’(IF=3.6)에 이달 게재됐다. 연구팀은 이중항체 치료제의 장기적인 효과와 최적의 활용 방법을 확인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