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 2(SGLT-2) ‘포시가정’ (다파글리플로진)이 2024년 5월 한국시장에서 철수했다. 포시가정은 2023년 12월 느닷없이 시장 철수를 결단했다. 약제 사용량이 늘면 자동적으로 상한액도 내려가는 국내 건강보험제도 특성상 포시가정10mg의 약가를 2023년 5월, 기존 734원에서 514원으로 내려야 했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 등을 제출하면서 저항했다. 포시가정의 국내 제네릭이 쏟아지는 가운데 포시가 처방량이 늘면서 약값을 내려야 했지만 한국에서만 약가를 내릴 경우 선진 외국에도 영향을 미쳐 같이 약가 인하를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기 때문이다.
결국 아스트라제네카는 포시가의 약값 인하를 거부하고, 연 매출 500억원의 시장을 버리면서 한국에서 포시가를 철수시켰다. 제휴사였던 HK이노엔도 거대 품목을 놓치게 됐다.
다만 ‘직듀오서방정‘(다파글리플로진+메트포르민)은 10/1000mg, 10/500mg 용량이 각각 512원, 473원으로 HK이노엔이 유통 중이다. 또 DPP-4 억제제 계열 ‘삭사글립틴’과 SGLT-2억제제 계열 ‘다파글리플로진’의 복합제인 ‘큐턴정’을 포시가의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큐턴은 일동제약이 대행 판매 중이다. 오리지널 단일제가 사라진 공백을 대체 복합제로 메우려는 게 아스트라제네카의 고육지책이다.
이에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24일 서울플라자호텔에서 ‘큐턴정’ 출시 3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큐턴의 장점을 소개했다. 이 회사는 자사의 ‘시다프비아정’(시타글립틴+다파글리플로진, HK이노엔 판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큐턴을 밀고 있다.
왜냐하면 국내 제약사들이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삭사글립틴(오리지널 ‘온글라이정’,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가 원개발사지만 2014년 이후 국내 판권을 아스트라제네카에 이양, 이후 일동제약 유통)의 제네릭을 개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뇨병 관련 약효에서 삭사글립틴이 시사글립틴보다 나은 점이 게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삭사글립틴은 심혈관계에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김신곤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왼쪽),문준성 영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이날 간담회에서 문준성 영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당뇨병 치료를 위해서는 다양한 작용기전을 가진 약물이 필요하다”며 “큐턴은 SGLT-2억제제와 DPP-4 억제제의 복합제로 혈당 의존적인 인슐린 분비 개선, 혈당의 뇨 배출 촉진, 항염증 효과, 심장 및 신장 보호효과 등 상호 보완적인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큐턴이 메트포르민과 3제 병용요법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먼저 삭사글립틴은 ‘SAVOR-TIMI 53’ 연구 결과 △인슐린 치료 시작율 31.7% 감소 △인슐린 25% 이상 용량 증가율 23.5% 감소 △당화혈색소(HbA1c) 0.5% 이상 증가율 35.2% 감소 등 혈당 강하 및 유지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다파글리플로진은 ‘DECLARE-TIMI 58' 연구에서 신장사건(eGFR 60 mL/min/1.73㎡ 이하 환자에서 사구체여과율의 40% 이상의 지속적인 감소, 말기 단계 신질환 발생, 신장 또는 심혈관 원인으로의 사망)을 위약 대비 24% 감소시켰다(포시가 4.3% 대 위약 5.6%).
또 포시가는 위약 대비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율을 27% 감소시켰다. 심혈관질환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율은 위약 대비 17% 감소시켰다. 심혈관사망으로 인한 입원율에는 양자 간 큰 차이가 없었다. 이런 연구결과는 포시가가 심부전 및 신장질환에도 좋은 당뇨약으로 업그레이드되는, 나아가 당뇨병이 없더라도 심혈관질환 및 신장질환에 효과적인 약으로 각인되는 계기가 됐다.
'다파글리플로진+삭사글립틴' 병용요법군의 알부민뇨 감소율은 38%로, 각각의 단일 약제 복용군의 21% 대비 17%p 개선됐다.
이에 더해 '다파글리플로진+삭사글립틴+메트포르민' 병용요법이 '다파글리플로진+메트포르민' 2제 병용요법보다 환자의 당화혈색소(HbA1c)를 더 많이 감소시켰다고 설명했다. 24주차 시점에서 0.51%p 감소 대 0.16%p 감소의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또 24주차 시점에서 당화혈색소 7% 미만 달성 비율은 각각 35.3% 대 23.1%로 큰 차이를 보였다.
다른 연구에서 24주차 시점에서 당화혈색소 7% 미만 달성비율은 다파글리플로진+삭사글립틴+메트포르민' 병용요법이 41%, ‘다파글리플로진+메트포르민' 병용요법이 22%, 삭사글립틴+메트포르민 병용요법이 18%로 나타났다.
다파글리플로진+삭사글립틴+메트포르민 병용요법이 삭사글립틴+메트포르민 병용요법보다 당화혈색소를 24주차 시점에서 0.82%p 감소 대 0.10%p 감소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김신곤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국내 당뇨병 치료에서 3제 이상 병용요법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25%의 환자만 목표 혈당에 도달했다”며 “이는 처음부터 3제요법(동시적)을 하지 않고 나중에 또는 중간중간에 3제요법(순차적)을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초기에 동시적 3제요법을 하면 순차적 병용요법보다 104주차(2년차)에 저혈당, 체중증가, 이상반응으로 인한 약물 중단 없이 당화혈색소 6.5%미만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는 환자의 비율이 유의하게 높았다(39.0% 대 17.1%)”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체구도 작고, 췌장의 크기와 인슐린 분비능력도 작지만 인슐린저항성까지 있어 당뇨병에 걸리기 쉽다”며 “특히 젊은층의 당뇨병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폭식성 비만으로 종래의 성인 당뇨병(높은 인슐린저항성, 약간 마른, 연세가 많은, 요당이 나오는, 非 비만성)과 다르다고 인식됐는데 큐턴 관련 연구에서는 이런 이질성이 없어 연령대에 무관하게 약효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젊은층의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위험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약 4배, 고령층(65세 이상)의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위험은 약 2배 높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인의 당뇨병 발병 평균 연령은 약 49세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어 “한국인에게는 DPP-4 억제제나 인크레틴 유사체, GLP-1 유사체 같은 약물의 인크레틴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경구용 당뇨약은 2제든 3제든 매일 먹어야 하고 다른 질병(고지혈증, 고혈압 등)의 약제도 병용해야 하기 때문에 주1회 또는 격주로 맞는 인슐린요법에 비해 복용 편의성에서 큰 차이는 없다”며 “큐턴정은 두 성분을 따로따로 먹었을 때(약 1340원)의 가격보다 싼 정당 833원(보험약가)에 복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메트포르민은 간에서 포도당 생성을 억제하고, 장에서 포도당 흡수를 감소시키는 기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은 굳이 메트포르민을 의무적으로 복용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엿다.
문 교수는 “아직 우리나라는 메트포르민을 먼저 투약해야 하며, 조기(동시적) 3제요법은 건강보험 급여가 삭감될 위험이 있다”며 “조기에 적극적인 혈당 조절(3제요법)로 향후 발생할 큰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국민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입증한다며 급여 기준도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혈관합병증은 크게 대혈관, 미세혈관으로 나뉘는데 대혈관합병증은 고혈압, 고지혈증의 적극적인 치료와 흡연율 감소로 크게 개선된 반면 미세혈관합병증은 당뇨병으로 인한 혈당조절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크게 줄지 않고 있다”며 “미세혈관합병증 위험을 감소시키려면 초기부터 강력한 혈당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당화혈색소가 8.0~11.0%에 달하고, 체질량지수가 23~40에 해당하면 조기 3제요법이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본사에서는 포시가를 알도스테론 합성효소 저해제, 미네랄로코르티코이드 수용체 차단제(Mineralocorticoid Receptor Antagonist, MRA), 엔도텔린A(Endothelin A, ETA) 길항제 등과 배합한 복합제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내년에는 국내 의료진에게 직듀오와 시다프비아, 큐턴과 관련한 의미 있는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SGLT-2억제제 기반 복합제의 필요성을 알리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