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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릭과 그 형뻘인 개량신약, 도대체 비쌀 이유 있나요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19-12-10 12:28:49
  • 수정 2020-09-10 16: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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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케어로 인한 건강보험 적자 메우려 개량신약 약가 인하 움직임 … 졸속행정이지만 필요, 개량신약이 바이오육성 초석 못 돼
혈전용해 개량신약인 씨제이헬스케어의 안플레이드SR정300mg(사진 왼쪽부터), 동일 성분 후발 제네릭인 국제약품의 안티그렐서방정, 삼아제약 알레르기비염치료제 베포린서방정, 대원제약 소염진통제 펠루비서방정.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일명 문재인 케어)에 필요한 돈을 조달하기 위해 국산 개량신약 가격 인하를 추진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제약사의 개량신약 개발의지를 꺾는다는 시각도 있지만, 제네릭(복제약)을 기반으로 그야말로 개량된 수준인데 개량신약의 약값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왔다는 지적도 맞선다.
 
개량신약은 오리지널약(특허유효의약품)을 단순히 베낀 게 아니라 기존 약물의 구조나 제형, 용도(신규 적응증), 용법·용량, 유효성분의 배합비율, 유효성분의 특정성분을 변경해 약효나 복약순응도와 편리성을 개선한 약이다. 2008년 우대정책을 도입해 2018년말 현재 100여개 나왔다. 한미약품 아모잘탄플러스정, LG화학 제미메트서방정,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실로스탄씨알정 등이 대표적이다. 임상시험 기간이 짧고(4~5년), 개발 비용이 적게 들어(신약의 5분의 1 수준)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현재도 25개사가 168개를 개발 중이다.
 
구조를 변경하는 개량신약으로는 신규염, 용매화물, 이성체, 프로드럭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제제를 변형시키는 개량신약은 투여경로의 변경, 생물학적동등성(Bioinequivalence, CR; controlled release, SR; sustained release 등) 입증을 통해 개발한다. 이밖에 함량을 증감하거나, 유효성분의 배합 조성을 새로이 하거나 또는 배합 비율을 달리해 복합체를 만들거나, 신규 적응증을 발굴해 용도를 변경함으로써 개량신약을 창출할 수 있다.
 
개량신약은 허가 절차 상 신약보다는 쉽지만 제네릭(복제약)보다는 훨씬 많은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이른 바 ‘자료제출의약품’으로도 불린다. 과거에는 개량신약 허가의 개념이 모호했으나 2003년 ‘의약품 안전성·유효성 심사기준’이 개정되면서 개량신약에 대한 허가자료의 범위가 이전보다 명확히 규정됐다.
 
정부가 자기공명영상(MRI) 등의 급여화 등 문재인케어 시행으로 2011년부터 7년 연속 흑자 행진했던 건강보험 재정이 2018년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에는 3조원 이상의 적자가 날 전망인데 정부는 “불가피하다. 예상했던 것”이라며 애써 태연한 척을 하고 있다.
 
예컨대 당초 뇌·혈관 MRI에 연간 2000억원의 재정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모니터링 결과 연간 실제 소요비용이 약 2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실제 재정지출 규모가 정부 예측치보다 50% 가까이 늘어났으니 비상이 걸리는 게 당연하다.
 
그동안 개량신약은 특허가 만료되기 전까지 오리지널신약의 70%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보험약가를 책정받았다. 개량신약의 특허기간이 보통 10~12년이라서 그동안 개발사들은 편안하게 약값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보건당국이 문재인케어로 펑크난 재정을 개량신약 약값 인하를 통해 벌충하려 한다는 관측이다. 보건복지부가 내년 7월 시행하는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개정안을 통해 개량신약에 대해 발매 후 최초 1년간, 복제약이 2개 이하이면 여기에 추가로 2년,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심사해 추가로 2년 등 최대 5년(1+2+2년)만 오리지널 약가 대비 70%를 인정하고 이후에는 복제약과 똑같이 53.55%를 인정키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제네릭 난립으로 인한 의약품 품질 저하를 개선하기 위해 내년 7월부터 등재 품목이 20개 이내면 오리지널 약가 대비 53.55%(생동성시험 통과, 등록된 원료의약품 사용 등 2가지 조건 모두 충족 시)에 해당하는 보험약가를 매기기로 했다. 생동성시험 통과, 등록된 원료의약품 사용 조건 중 하나만 충족하면 45.52%를 받는다. 아무런 조건도 충족하지 못하면 38.69%를 받게 돼 있다. 제네릭 등재 품목이 20개를 넘어 21번째부터는 최저약가의 85%를 받는다. 22번째는 21번째의 85%, 23번째는 22번째의 85%를 받는 식이다.
 
기자가 생각하는 관점은 개량신약이 과연 오리지널약 대비 비싸게 받을 이유가 있는가. 개량신약이 실제 환자치료에 유익한 점이 많은가 하는 두 가지다.
 
우선 발사르탄 80mg의 경우 오리지널인 노바티스의 디오반필름코팅정 상한금액은 520원이지만, 제네릭인 동광제약의 발탄필름코팅정,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디잔틴정은 525원이다. 발사르탄 120mg도 마찬가지다. 노바티스의 디오반필름코팅정 상한금액은 957원이지만, 이연제약의 디로탄정과 오스틴제약의 뉴사탄정은 976원으로 책정돼 있다.
 
그 이유는 후발 제네릭의 경우 국산의약품 장려 차원에서 동일 제제 최고가로 등재됨에 따라 대체로 오리지널 제품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등재되지만, 오리지널 품목은 실거래가제도(병의원이 도매상이나 제약사로부터 상한가보다 약을 싸게 구입하면 차액을 병의원에게 인센티브로 제공하고 그에 상응하게 보험약가를 내리는 제도)나 사용량약가연동제(연간 사용량이 10% 이상 늘어나고 매출이 연 50억원 이상 증가하는 제품의 약가를 10%까지 추가로 깎음)의 영향을 받아 약가가 내려가기만 해서다.
 
특히 2012년 계단식약가차등제(후발 진입 제네릭일수록 약가를 낮게 받는 정책)가 폐지되면서 제네릭 의약품 진입 촉진을 위해 동일 제제에 동일 약가가 부여되면서 후발의약품이 기등재 품목보다 높은 약가(동일 제제 평균)를 받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대체로 후발 제네릭은 시장점유율이 매우 낮고, 미청구 품목도 다수 발생하고 있지만 말이다.
 
제네릭이 싸지도 않고, 신뢰도나 의약품 품질이 오리지널보다 못한데 의사들이 처방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환자가 직접 내는 약값 중 본인부담금의 비중(경증질환의 경우 상급종합병원 50%, 종합병원 40%, 의원·병원 30%)을 체감하기 어려워 경제적 여유층(중산층 이상)은 믿을 만하다면 비싼 오리지널약을 써도 괜찮다고 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만 약값이 비싸다고 의사에게 따지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의약품 거래 관련 리베이트에 얽매이지 않는 한 다수의 의사는 오리지널을 처방하게 돼 있다.
 
사용량약가연동제 등으로 인해 오리지널보다 제네릭의 가격이 더 높은 것은 아이러니다. 뒤늦게나마 내년 7월부터 제네릭 후발주자일수록 약가가 깎인다니 다행이다.
 
개량신약의 시초는 2009년 3월 31일자로 매년 처음 허가받은 한미약품의 ‘아모잘탄정5/50mg’과 ‘아모잘탄정5/100mg 등이다. 한미약품은 개량신약 시리즈로 아모잘탄큐(암로디핀+로사르탄+로수바스타틴, 3제 복합제), 아모잘탄플러스(암로디핀+로사르탄+클로르탈리돈, 3제 복합제)를 내놓은 데 이어 4제 복합제까지 욕심을 내고 있다. 4제로 고혈압약인 임로디핀, 로사르탄과 고지혈증 치료 성분인 로수바스타틴, 에제티미브를 복합한다는 계획이다.
 
아모잘탄플러스정5/100/12.5밀리그램의 경우 정당 급여가가 974원이다. 암로디핀5mg(화이자 노바스크정 365원, 국산제네릭 322원), 로사르탄100mg(MSD 코자정 934원, 국산 생동성 통과 제네릭 941원), 클로르탈리돈 12.5mg(30원으로 추산) 등 3가지를 따로 먹는 것에 비해 훨씬 싸다. 복용하기 편해 복약순응도도 올라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암로디핀과 로사르탄의 국산 제네릭이 오리지널약의 절반 정도가 적당하다고 가정하면 680원(180원+470원+30원)보다는 훨씬 높은 금액이다. 결국 국산 제네릭의 높은 가격 기저치가 개량신약의 약값도 높게 책정되는 바탕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개량신약 중 씨제이헬스케어의 안플레이드SR정300mg의 경우 서방정이란 이유로 1050원을 받고 있으며 같이 개량신약으로 허가받은 알보젠코리아, 제일약품, SK케미칼, 대웅제약 등도 1050원이다. 게다가 개량신약이 아닌데도 생동성시험을 통해 동등성을 입증한 신일제약, 이니스트바이오, 테라젠이텍스, 일화, 우리들제약, 국제약품, 구주제약, 콜마파마, 마더스제약 등도 1050원을 받고 있다. 정작 오리지널인 유한양행의 안플라그정100mg은 531원이다. 100mg을 하루 3번 먹어야 할 것을 하루 한번 먹는 서방정으로 바꿨으니 비용과 복약순응도를 개선한 공로가 있긴 하지만 생동성시험을 통과한 국산 제네릭은 어부지리를 얻는 것은 도저히 합리적이지 않다.
 
삼아제약의 알레르기성비염치료제 베포린서방정(베포타스틴 14.22mg)은 하루 한 번 복용하는데 326원이다. 같은 회사의 베포린정(베포타스틴 7.11mg)은 하루 두 번 복용하는데 148원이다. 복용 횟수를 줄인 기여도로 하루 약값으로 30원을 더 챙기는 셈이다.
 
대원제약의 관절염·요통 관련 소염진통제인 펠루비서방정(펠루비프로펜 45mg)은 하루 2회 복용한다. 펠루비정(펠루비프로펜 30mg)을 하루 3번 먹는 것을 복용하는 불편을 줄인 것이다. 각각 304원, 180원으로 각각 하루 2번, 3번 복용하므로 하루 총 약값은 608원, 540원이다. 복약순응도를 높인 대가로 68원을 더 받는다.
 
생각해볼 점은 베포린서방정이나 펠루비서방정만 단독으로 복용하는 환자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점이다. 어차피 같이 처방되는 약 때문에 하루 한두 번만 약을 먹는 경우는 거의 없고, 결국 하루 두세 번을 먹어야 한다. 또 서방정 기술이 엄청나게 대단한 기술이 아니고 이미 보편화된 기술이라는 점이다.
 
개량신약은 어쩌면 신약도 아니고, 제네릭도 아닌 신약과 제네릭의 중간에 있는 경계선상에 있다. 단도직입으로 말하면 제네릭에 가까운 약이다. 따라서 오리지널신약 개발을 게을리하고 개량신약으로 연명해온 어쩡쩡한 제약사들을 위해 지나치게 개량신약을 우대하는 것은 건강보험 재정만 축내는 일이다.
 
‘퍼스트 인 클래스’ 신약이 나와야 글로벌 무대에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올리고 기업도 살고 국부도 창출할 수 있다. 퍼스트 인 클래스가 못되면 세컨드, 써드라도 돼야 한다.
 
개량신약을 복제약처럼 취급함으로써 국내 제약회사의 신약개발을 위축시켜 환자 피해로 연결될 것이라는 일부 제약업체의 우려는 복약 현실과 리베이트를 받지 않으면 국산 제네릭을 쓰지 않는 처방 관행을 도외시한 것으로 아귀가 맞지 않는다.
 
개량신약 약가를 제네릭과 같이 조기 인하하려는 보건당국의 조치가 비록 펑크난 건강보험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졸속 행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행정조치가 개량신약 개발 붐을 통한 바이오헬스 육성 전략과 배치된다는 일부의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 개량신약이 창출하는 기술적·경제적 가치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몇몇 특정 개량신약이 해외로 기술수출돼 수십억~수백억원의 수출고를 올렸다고 하지만 그보다는 개량신약 우대로 세어나간 건강보험 재정적자 폭이 훨씬 크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개량신약을 통한 기술축적은 무대에 올라서는 복서가 카운터펀치를 날리기 위해 잽 좀 쓰는 몸풀기에 불과하다고 본다.
 
발사르탄, 라니티딘, 니자티딘 등의 성분 약에 발암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돼 저가 복제약 난립으로 인한 저품질 위해 우려 의약품을 걱정하는 요즘이다. 제네릭은 더욱 싸게, 제네릭에 기반한 개량신약은 이를 감안해 더 가격을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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