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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수술 급여화가 웬말? 복지 사각지대 개선이 우선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12-31 02:07:26
  • 수정 2015-01-06 15: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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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부담률 80%, 저소득층 혜택 미미 … 복강경·개복수술 대비 우월성 입증 근거 부족

인튜이티브서지컬이 개발한 수술로봇 ‘다빈치Xi’

올해 들어 꾸준히 다빈치로봇수술에 선별급여를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로봇수술의 안전성과 비용 대비 효용성를 두고 치열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로봇수술이 자궁암 전립선암 등 일부 질환에만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뒤 회의적인 여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비록 전립선암 로봇수술의 선별급여화가 지난해 12월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시행령이 나오지 않는 등 지지부진한 상태여서 모든 암에 대해 선별급여 적용이 추진될 경우 논란이 일 전망이다. 

극빈층이 기초생활비가 없어 집단자살한 ‘세모녀사건’ 등으로 복지사각지대의 실태가 낱낱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비싼 비용 탓에 고소득 환자의 수요만 높고 비용 대비 효율성과 안전성이 덜 입증된 의료행위에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을 쏟아부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다빈치로봇수술은 피부를 최소절개한 뒤 로봇팔을 원격으로 조정해 병변 부위를 치료하는 것으로 전립선암 및 자궁암 치료에서 개복수술이나 복강경수술에 비해 출혈량과 합병증 위험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개복수술로는 제거하기 어려운 부위의 병변 제거에도 효과적이다. 2005년 국내에 도입돼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뒤 연평균 51.4%씩 수술 건수가 증가했다. 지난 6월 기준 국내 35개 대학병원에 45대의 다빈치로봇수술 장비가 설치돼 있다. 수술용 로봇 제조회사인 인튜이티브서지컬이 국내에 독점적으로 장비를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입된지 1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45대의 로봇수술 장비만 사용 중인 이유는 결국 돈이다. 장비 가격이 한 대당 30억~40억원, 연간 유지비용은 약 2억5000만원에 달해 중소병원이나 동네의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이 때문에 로봇수술이 급여화되면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안전성 문제도 고려해봐야 한다. 로봇수술은 안전성·효과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장기추적 연구결과가 아직 없어 의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8일 발표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연구결과는 로봇수술 회의론에 힘을 실어준다.

연구원이 자궁암, 결장암, 방광암, 폐 및 기관지암, 구강 및 인후두암, 식도암, 부신암 및 신우요관암 등에 대한 로봇수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분석한 결과 기존 수술법보다 합병증 발생이 의미있게 낮은 질환은 자궁암뿐이었다. 자궁암 중 자궁경부암의 경우 개복수술보다는 합병증 발생률이 낮았지만 복강경수술과 비교할 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재원기간 등을 단축시키는 등 장점도 있었지만 사망률과 합병증 발생률은 비슷했다.

방광암의 경우 오히려 로봇수술 후 협착 발생률이 기존 수술보다 높았고, 기관지암·식도암·부신암·신우요관암 등은 축적된 임상 근거가 부족해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

지난 4월에는 전립선암 치료에 로봇수술을 적용할 경우 기존 개복·복강경수술보다 치료효과가 우수한 반면 위암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로봇수술을 전립선암 치료에 적용했을 때 재원 일수는 3일, 출혈량은 100㏄ 줄었다. 폐색전증·주변장기 손상 등 부작용이 덜했으며, 성기능 회복률도 기존 치료법보다 우수했다. 하지만 위암에서는 기존 치료법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한국보다 로봇수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미국에서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 2월 미국의사협회지(JAMA)에는 로봇수술이 복강경수술과 치료효과는 비슷하지만 비용은 33% 정도 비싸다는 연구결과가 게재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도 올해 국정감사 정책 자료에서 “선별급여 첫 적용대상인 로봇수술의 경우 안전성, 유효성과 비용효과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술인데다 이를 도입 및 활용할 수 있는 곳이 몇몇 대형병원에 국한된 현실에 비춰 볼 때 건강보험급여 형평성 문제와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 가속화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선별급여는 비용효과성은 미흡하지만 급여 요구가 있는 항목에 한해 본인부담률을 높여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제도다.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사회적 요구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50∼80% 범위에서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결정한다.
만약 한 회 수술비용이 1000만원에 달하는 로봇수술에 선별급여가 적용되면 수요가 폭증할 수밖에 없고 이는 건보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주게 된다.

로봇수술 장비를 갖출 여력이 되는 대형병원들 입장에서도 선별급여 적용이 마냥 좋은 일은 아니다. 대부분 진료과에서 진료수가가 대폭 삭감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부가 로봇수술의 수가를 제대로 책정할지 의문이다. 만약 수가가 초음파검사처럼 관행수가의 3분의 1 수준으로 책정될 경우 증가하는 로봇수술 건수에 반비례해 병원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경영상황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신약은 효과의 우월성이 입증돼도 비용경제성 측면에서 기존 약가와 크게 차이나면 급여 적용이 어렵다. 기존 수술보다 2~6배 비싼 로봇수술을 단지 수요가 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급여화하는 것은 형평성이 떨어진다.

국내에서 로봇수술 1회당 비용은 500만~1200만원 정도로 기존 개복수술이나 복강경수술에 비해 2~6배 비싸다. 이 때문에 저소득층 환자는 로봇수술의 장점을 알고 있더라고 수술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선별급여가 적용돼도 환자부담률이 50~80%에 달해 저소득층의 로봇수술 건수가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즉 정작 도움이 절실한 저소득층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미미하다. 보편적 복지와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난방비가 없어 추위에 벌벌 떨거나 밥을 굶고 있는 복지사각 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건보재정이 낭비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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