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SK가 세계 최초의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espiratory Syncytial Virus, RSV) 백신 ‘아렉스비’를 출시한다.
아렉스비는 2023년 5월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승인된 고령자용 RSV 백신으로, 재조합 아단위 융합 전 RSV F 당단백질 항원(RSVPreF3)과 GSK의 AS01E 면역증강제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2024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60세 이상의 성인에서 RSV로 인한 하기도질환(RSV-associated Lower Respiratory Tract Disease, RSV-LRTD) 예방에 허가받았다.
한국GSK는 14일 오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아렉스비의 국내 출시를 기념, ‘60세 이상 성인 및 고령층의 RSV 예방전략과 아렉스비의 임상적 가치’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RSV는 급성 호흡기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1세 미만 신생아와 영유아 입원의 주요 원인이며, 60세 이상 고령에서는 페렴이나 사망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폐렴에 의한 사망을 일으키는 원인 중 폐렴구균, 독감(인플루엔자바이러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에 못잖게 RSV가 높은 지목되고 있다. 문지용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왼쪽)와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14일 아렉스비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자간담회에서 문지용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국내 후향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RSV 감염증으로 입원한 65세 이상 성인의 56.8%에서 폐렴이 발생했고, 25%는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10.8%는 병원에서 사망했다”며 “RSV 감염증으로 입원한 환자의 약 25%는 퇴원 후에도 재입원하며, 약 8%는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특히 폐나 심장에 기저질환을 동반한 경우에는 RSV 감염은 물론 감염으로 인한 중증 합병증 발생 위험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그는 “RSV로 입원한 60세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기저질환 환자 중 심부전 환자는 38.6%,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는 35.4%, 천식환자는 28.6%를 차지했다”면서 “이들 가운데 입원 기간 동안 증상이 악화된 비율이 각각 38%, 80%, 50%로 RSV로 인해 입원한 기저질환 환자 대부분이 급성악화를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RSV 감염증에 대한 치료법이 부재해 해열제나 진통제, 항생제 등 대증요법에 의존하고 있으며, 치료법이 없다 보니 검사도 적극적으로 진행되지 않아 질병부담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 교수는 “RSV 감염증은 인플루엔자만큼 전염성이 높아 유행기에는 1명이 3명을 감염시키고, 인플루엔자보다 중환자실 입원률 및 입원 1년 후 사망률도 30% 이상 높다”며 “현재로서는 대증요법 외에 특별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말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아렉스비는 전 세계 최초의 고령자용 RSV 예방백신으로, 허가의 근거가 된 AReSVi-006 임상 3상에 따르면, 아렉스비는 60세 이상 성인에서 RSV로 인한 하기도질환 예방효과가 82.6%에 달했으며, 60~69세에서 81%, 70~79세는 93.8%로 연령이 상관없이 일관된 예방 효능을 보였다.
특히 특정 심폐 및 내분비-대사 질환 등 최소 한 가지 이상의 기저 질환이 있는 고령자에서 효능은 94.6%로 보고됐다. 예방 효과는 RSV에 걸린 사람을 대상으로 접종자와 비접종자간 감염률을 후향적으로 비교해 상대성을 감안해 측정하므로 실제 예방효과와는 거리가 있다.
이와 관련 아렉스비의 주요 임상 결과와 임상적 가치를 조명한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 65세 이상 성인 중 약 84%가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주목할 만한 데이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렉스비는 실제 임상 현장(Real-World)에서도 예방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지난해 The Lancet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2023-2024 절기(RSV 유행기) 60세 이상 성인에서 아렉스비의 RSV 관련 입원에 대한 예방 효능이 83%, RSV 관련 응급실 방문에 대한 예방 효능은 77%로 보고됐다.
미국예방접종자문위원회(AICP)는 60~74세 고위험군 및 75세 이상 모든 성인에서 RSV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비용 효율성을 따져 60~74세에서는 고위험군에 한해 접종을 권하고 있다.
마우리치오 보르가타 한국GSK 대표는 “지난해 국내에서 RSV로 인한 입원 환자가 8976명, 이 가운데 65세 이상은 2023명으로 집계됐다”면서 “이는 지난해 독감 입원 환자 수(6188명)보다 많지만 그동안 RSV는 예방법이 없어 상당한 미충족 수요가 존재해 왔다”고 강조했다.
국내 60대 이상 RSV 감염증 환자는 독감 환자보다 중환자실 입원 가능성과 입원 1년 후 사망률이 약 30%씩 높게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 중 13.1%가 RSV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들 중 43.5%가 사망했다.
특히 심장, 폐 등 기저질환자의 경우 RSV 감염증으로 인한 입원율은 더욱 증가하고, 기존 질환이 약화될 위험도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의 경우 겨울철에 라이노바이러스(코감기 유발), RSV, 인플루엔자 순으로 동반 비율이 높았는데 COPD 환자가 RSV를 동반하면 입원하거나, 인공호흡기를 달거나, 사망하는 비율이 26.4%에 달했다. 만성 천식 환자가 RSV를 동반하면 이런 비율이 20% 수준이었다.
RSV 폐렴으로 인한 평균 의료비용은 65세 이상에서 약 406만원으로, 50~64세(약 293만원), 19~49세(약 271만원)에 비해 많이 높았다는 국내 연구결과도 있다.
특히 산후조리원이나 노인 요양병원에서 RSV 감염이 높아지면 중증화 또는 사망 위험이 올라가는 문제를 야기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러 감염병원체를 스캔하는 PCR 검사가 보편화되면서 RSV 검출률도 높아지고 있다. 2022년부터 이런 다중 병원체 검사가 급여화되고 인구 노령화로 이 검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RSV에 대한 경각심도 올라갈 전망이다.
RSV의 실체와 아렉스비의 예방 기전
RSV는 음성 센스(방향) 단일 가닥 비분절 RNA 바이러스로, 유전정보로 RNA를 사용하며, 파라믹소바이러스과에 속한다. 연중 어느 때나 발병하지만 10월부터 이듬해 3월이 유행기다. 중증도가 높지는 않지만 영유아나 65세 이상에서는 면역력이 미숙하거나 노화로 인해 감소돼 상대적으로 RSV에 취약하다.
RSV는 A형과 B형으로 나뉘는데 A형은 일반적으로 변이가 심하고 더 잘 감염되고 중증도도 높다고 연구돼 있다. ILI(influenza-like illness)-ARI(acute respiratory infection) 호흡기감염균 표본검사에서 RSV는 50세 이상의 경우 1~10%의 비중으로 검출되며, 50세 미만에서는 1~7%로 검출된다.
RSV는 당단백질(G-프로테인), 융합단백질(F-프로테인)으로 구성된다. 당단백은 숙주세포에 부착할 때 작용한다. 융합단백질은 숙주세포로 뚫고 들어갈 때 활용된다. 숙주세포 안에 RSV의 RNA 정보를 주입해 증식한다. RSV는 숙세포의 표면에 부착 및 융합 과정을 일으키며, 이로 인해 한 숙주세포가 여러 개의 핵을 가진 거대한 세포(세포융합체)를 형성하기에 세포융합바이러스라 불린다. RSV는 삼량체로 침입했다가 숙주 안에서 안정된 형태로 변화한다.
병원체에 대한 면역은 체액성(항체, B세포)과 세포성(T세포)으로 나뉘는데 아렉스 백신은 AS01E 면역증강제가 함유돼 이들 두 가지 면역을 강화시킨다. 이 면역증강제는 리포좀, MPL, QS021로 구성돼 있다. MPL은 Salmonella minnesota에서 추출된 독성이 없는 리포폴리사카라이드 유도체이며, QS-21은 비누나무에서 추출된 사포닌 유도체다. 사이토카인, T세포, B세포의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이를 통해 항원인식을 강화시킬 수 있다. 접종 후 일정 정도 아픈 것은 면역증강제로 인한 불가피한 부작용이다.
아렉스비는 장기 임상에서 1회 접종으로 2~3년간 예방 효능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GSK에 따르면 3년 누적 RSV로 인한 하기도 감염(LRTD)을 예방하는 효과는 62.9%, 중증 LRTD 예방률은 67.4%에 달했다. 3년 차(非 누적)에도 하기도 감염 예방효과는 48.0%에 달했다.
RSV 백신 및 치료제 현황
아렉스비의 경쟁 품목으로는 화이자의 ‘아브리스보’(Abrysovo)와 지난해 5월말 승인을 받은 모더나의 ‘엠레스비아’(mRESVIA) 등이 있다.
아브리스보는 2023년 5월, 60세 이상 RSV 예방 용도로 승인됐다. 전세계 두 번째 RSV 백신이다. 이어 2023년 8월에 산모에 의한 RSV 태아 수직감염을 예방하는 용도로 임산부(임신 32~36주)에 접종하도록 추가 승인을 받았다. 2014년 10월에는 18~59세 성인 예방 용도로 적용 연령대가 확대됐다.
엠레스비는 60세 이상 성인의 RSV 예방백신이다. 전세계 3번째 RSV 예방백신이자, 모더나의 두 번째 상용화 백신이다.
아렉스비가 다소 예방효과가 강하다보니 고령층의 RSV 예방 용도로 타깃해 마케팅이 전개되고 있다. 이에 비해 화이자는 젊은층, 임산부를 겨냥해 시장을 확대 중이다. 영유아에서는 예방백신보다는 여전히 사노피의 항체 치료제인 ‘베이포투스’(성분명 니르세비맙)이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아렉스비를 포함한 RSV 예방백신은 △RSV 예방 중요성에 대한 인식 강화 △합리적 가격을 통한 국가예방접종(NIP) 포함 노력 △접종 연령대 확대 등에 나서야 한다.
아렉스비는 당분간 비급여로 공급되기 때문에 의료기관의 가격정책에 따라 소비자가 매겨질 전망이다. 아렉스비의 미국 1회 접종 가격은 270~300달러(약 30~40만원) 수준인데 국내서는 약 30만원 선에서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GSK의 대상포진 백신인 ‘싱그릭스’의 접종가격은 1회 16~25만원이며, 2회 접종받아야 하므로 실제로는 두 배의 비용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