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계 파마에센시아코리아의 진성적혈구증가증 치료제 ‘베스레미주’(성분명 로페그인터페론알파-2b, 유전자재조합)가 건강보험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았다.
베스레미는 2024년 3월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급여기준이 설정된 이후 14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로,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과 치료비 부담 완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전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같은 내용의 2025년 제5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 결과를 8일 공개했다.
진성적혈구증가증은 골수에서 적혈구가 과도하게 생성되는 희귀 혈액질환으로, 혈전증과 같은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다. 베스레미주는 장시간 작용하는 인터페론 계열 주사제로, 기존 치료제 대비 투여 간격이 길고 장기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 환자들의 급여화 요구가 높았다.
국내 진성적혈구증가증 환자는 2023년 기준으로 4995명에 이른다. 환자들은 저위험군과 고위험군으로 구분되며,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제로는 하이드록시우레아(Hydroxyurea)가 유일했다.
상당수의 환자들이 하이드록시우레아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전체 환자의 10~20%는 해당 약제에 불응하거나 부작용으로 인해 복용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환자들에게 베스레미는 사실상 유일한 치료 대안이었다. 3세대 모노-페길화 인터페론 계열인 베스레미는 JAK2 돌연변이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베스레미는 2019년 유럽의약품청(EMA), 2021년에는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각각 허가를 받았으며,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유럽백혈병네트워크(ELN) 등 주요 국제 진료지침에서도 진성적혈구증가증의 1차 및 2차 치료제로 권고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현재 베스레미주는 1회 투여에 425만원에 달하는 고가 비급여 약제로, 연간 치료비가 수천만 원에 이른다. 환자들 본인부담으로는 감당이 어려워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파마에센시아코리아의 진성적혈구증가증 치료제 ‘베스레미주’
한국릴리가 신청한 재발성 또는 불응성 외투세포림프종(MCL) 치료제 ‘제이퍼카정’(퍼토브루티닙)도 급여 적정성이 인정됐다. 제이퍼카는 작년 8월 국내서 허가됐다. BTK(브루톤 티로신 키나제)에 결합해 활성을 억제한다. 이전에 BTK 억제제를 포함한 2가지 이상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재발성 또는 불응성 외투세포림프종 성인 환자에게 단독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기존 1~2세대 약제(이브루티닙, 자누브루티닙 등)는 BTK 단백질의 'C481' 시스테인에 공유결합해 비가역적으로 억제하지만, 제이퍼카는 비공유적(가역적)으로 BTK에 결합하는 최초의 비공유결합 BTK 억제제다. 이런 특유의 결합 방식 덕분에, 기존 약제 투여 후 나타나는 BTK 돌연변이(C481S 등)에도 영향을 덜 받아 내성이 생긴 종양에서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번 약평위 통과를 계기로 이후 빠른 급여 협상이 진행되면, 그동안 1~2 세대 BTK 억제제 내성으로 갈 곳 없던 국내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다.
단, 제이퍼카는 조건부로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았다. 제이퍼카가 최종적으로 급여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한국릴리가 추후 근거자료를 추가로 제출해야 약가 협상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또 한국얀센의 다발골수종 치료제 ‘다잘렉스주’(다라투무맙)는 위험분담계약(RSA) 약제로서 급여범위 확대의 적정성이 있다고 평가됐다. 위험분담계약제는 치료 효과·보험 재정 영향 등 장담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을 정부와 제약사가 분담하는 제도로, 주로 대체 선택지가 없는 고가의 항암제에 적용된다.
다잘렉스는 2019년 위험분담계약제를 통해 다발골수종 4차 단독요법으로 처음 급여 적용됐고, 지난 2월 1차 치료로 쓰이는 'DVTd요법'(다잘렉스·보르테조밉·탈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병용요법)까지 급여 범위가 한 차례 확대된 바 있다. 항 CD38 단일클론항체인 다잘렉스는 2017년 11월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의 4차 단독요법으로 첫 허가 후 2019년과 2020년 5가지 1·2차 적응증을 획득한 바 있다.
다잘렉스의 추가될 세부급여 범위는 효능․효과와 다를 수 있으며, 기준품목 등의 변동사항, 결정신청한 품목의 허가사항 변경 및 허가취하(취소) 등이 발생하는 경우 최종 평가결과는 변경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