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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허약해지는 기초 의료인프라 … 상혼에 ‘의료 사기’는 심각화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2-09-29 09:14:30
  • 수정 2022-10-05 00: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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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에 고가 비급여 진료 유도하고 커미션 30% 챙기는 브로커 기승 … 원장이 자기건물 사면 부정에 눈 떠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온 국민이 고통을 받은 지 어언 29개월이 다 되어간다. 그 와중에 가뜩이나 붕괴돼 가던 기초 의료시스템은 더욱 망가졌다.

 

젊은 의사들이 피 안 보고 돈 많이 버는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일명 피안성)1차적으로 몰리고, 그 다음으로는 조금 아쉽지만 안정적이고 제법 돈도 버는 정신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일명 정재영)으로 쏠리는 현상이 심화됐다.

 

일반외과, 흉부외과는 수술할수록 손해라는 데 정부가 약간의 돈을 이들 진료과에 조금 대줘도 현실적인 젊은 의사들이 관심을 가질 리 만무하다.

 

과거 필수 진료과라던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일명 내외산소)는 저수가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젊은 MZ 세대들이 기피하고 있다. 환자는 많지만 일은 고되고 돈벌이가 안 된다는 게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의 소도시와 군, 야간에 아이들이 다쳐도 의지할 소아과 전문의가 없는 야간소아응급체계, 장차 십수 년이면 맹장수술을 받을 의사가 없어 발을 동동 굴려야 하는 외과수술 의사의 감소와 노장화 등이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기자는 잘 아는 강남의 K 의사가 무릎관절염에 줄기세포시술을 한다며 줄기세포가 아닌 다른 것을 무릎에 주입하다가 덜미를 잡혀 보건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인간적으로 훈훈한 고향 선배인데 그런 일까지 벌이다니. 줄기세포 아닌 물질은 히알루론산이나 혈소판풍부혈장(PRP)나 지방세포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의사는 십수년 전 라이벌인 인천의 L원장이 경로당을 돌아다니며 인공관절을 삽입하지 않아도 될 노인 환자를 모집해 억지로 수술해놓고 돈을 뜯고 다닌다고 비분강개했었다.

 

L원장도 결국엔 보건당국에 적발돼 1년 이상 미국으로 도피생활을 해야 했다. 명분은 지병인 당뇨병이 악화돼 치료 차 외국에 나간다는 것이었다. 기자에겐 너무나 10년 이상 병원 키우기에 노력하다보니 심신이 탈진됐다며 좀 쉬어야겠다고 했다. 당시엔 그의 도미에 공감이 갔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의사면허가 1년 이상 정지된 탓이었다. 그는 지금도 브라운관에 후덕하고 자상한 의사로 비쳐지고 있다.

 

3년 전에는 기자가 오랫동안 취재해온 강남의 한 P 안과의사가 백내장이 아닌데도 백내장이라며 수술을 권하다가 적발돼 5개월 동안 의사면허가 정지됐다. 그는 심지어 실제 수술을 하지 않았는데도 한 것으로 건보공단에 허위청구하기도 했고, 단일초점 일반 인공수정체를 써놓고 다초점 고가 특수 인공수정체를 썼다고 부당청구를 하기도 했다.

 

보험급여로 단초점렌즈를 삽입하면 한 눈 당 40~50만원이면 충분할 것을 대다수 의사는 다초점렌즈로 한 눈 당 400~600만원으로 올려받고 있다. 이로 인해 실손보험 재정이 축나자 보험사들이 환자에게 보험급을 지급하지 않고, 오히려 소송을 걸어 패소한 상당수 환자들은 수백만~수천만원의 손해를 감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돈을 더 벌기 원하는 의사들의 속내에 파고 드는 브로커도 기승을 보내고 있다. 불법 브로커들은 실손보험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고가 수술을 받도록 유도하고 30% 커미션을 의사들로부터 받아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산부인과 영역에서는 50세 전후 폐경기 여성의 자궁근종을 환자의 자궁 보존을 위해 하이푸’((HIFU: 초음파 유도하 고강도 초음파집속술)로 치료하라고 권유하면서 1000만원의 시술비를 지급하게 유도하고 있다. 아직은 대다수 실손보험이 하이푸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안과에서는 근시교정수술인 라식, 라섹과 중장년층의 노안교정을 권유하면서 500만원 이상(양안)을 받게 유도한다. 현재 강남의 라식 및 라섹 수술비용은 한 눈 당 120~130만원이다. 가장 싼 곳은 70만원, 가장 비싼 곳은 대략 260만원에 이른다.

 

하지정맥류에서는 비급여 치료인 베나실’(의료용 생체접착제) 시술을 권하고 있다. 베나실 비용은 한쪽 다리에 800만원에 달한다. 하지정맥류 중 정맥류가 생긴 줄기가 한 곳인 경우가 65%를 차지하고, 두 줄기가 망가진 경우는 30%, 세줄기 또는 네줄기가 망가진 경우는 5% 정도에 그치는 데 대다수 하지정맥류 시술병원은 두 줄기가 망가졌다며 800만원을 환자에게 뜯어내고 있다. 한 줄기에 400만원 안팎이면 충분한데도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 아니 사기를 치고 있다.

 

하지정맥류는 의사들의 노력으로 아직은 비급여 시술이 대부분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설명에 따르면 하지정맥류 급여 대상은 국소적 경화요법과 국소제거술, 광범위 정맥류발거술(스트리핑) 등이다. 2017년 기준으로 급여로 치료하면 최저 4만원~최고 36만원(수술비용만 해당) 정도 든다. 그 사이 의료수가가 올랐더라도 수백만원의 비급여가격에 비하면 큰돈은 아니다.

 

반면 비급여 대상 하지정맥류 수술은 고주파정맥내막폐쇄술, 광투시정맥흡입제거술, 레이저정맥폐쇄술, 초음파유도하 혈관경화요법 등이 있다. 급여 수술에 초음파, 고주파, 레이저를 동원해 분식(粉飾)해놓고 비싼 수백만원대 비급여 진료비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물론 환자가 전액 부담하든지 실손보험으로 때워야 한다.

 

강남의 C흉부외과 I외과 등은 수도권 영업도 모자로 지방에서도 브로커와 결탁해 하지정맥류 환자를 모집하는 것으로 의료계에서 파다하게 알려져 있다. 이들은 다른 강남의 비급여 시술비보다 50% 이상 수술비를 더 받는다. 물론 수술비의 30% 이상은 브로커 몫이다.

 

기자가 아는 몇몇 의사들 가운데 사기이거나 사기성에 가까운 의료행위를 하다가 곤욕을 치른 사람들은 대체로 강남의 비싼 자기건물을 샀다가 하루라도 빨리 빚을 갚기 위해 무리수를 저지른 사람들이었다.

 

몇몇 성공한 의사들이 강남에 자기건물을 사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이고 자기 돈벌이도 탄탄대로일 때 건물을 샀으면 좋았을 것을, 가격은 상승세이고 의사 경쟁자들은 날로 늘어가는 마당에 건물을 샀다가 막대한 이자비용에 허리가 휘어 불법적인 의료에 눈을 돌리는 양상을 띠고 있다.

 

기자는 의술을 인술(仁術)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저 의업(醫業)이라고 한다. 의술을 베푼다는 사전적 설명도 있지만 상업적 의료사업을 한다는 뜻도 겸비했다고 본다. 의사는 밤잠 안 자고 열심히 공부하고 수련했으니 그만큼 많은 돈을 벌 자격이 있다. 하지만 기만과 불법으로 점철된 지금의 상업적 의료행위를 보면 어쩌다 이용하게 되는 의료소비자로서 분노를 감출 길 없다. 많은 의사 선생님들과 친하고 과거엔 꽤 많은 술을 얻어마셨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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