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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신경섬유종 1형에 약물 ‘아탈루렌’(Ataluren) 치료 가능성 확인 넌센스 돌연변이에 의한 신경섬유종 발생 억제 관찰 … 무의미한 코돈 완전 판독해 단백질 합성 유도 질병 치료 표적으로 'AMPD3' 가능성 확인 … AMPD3 억제했더니 세포 증식 억제, 세포 사멸 촉진 정종호 기자 2025-12-26 09:32:26

신경섬유종 1형(Neurofibromatosis Type 1, NF1)은 유전자 변이로 인해 신경계와 뼈, 피부에 발육 이상을 초래하는 선천성 희귀질환이다. 나이가 들수록 증상이 악화돼 환자들은 지속적인 삶의 질 저하를 겪는다.

 

이범희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교수·김소영 연구원은 넌센스 돌연변이(nonsense mutations)를 가진 신경섬유종 1형 환자를 대상으로 피부 세포에 아탈루렌(Ataluren)이란 약물을 처리해 경과를 관찰한 결과, 종양 억제 단백질의 기능이 일정 부분 회복되면서 종양 생성을 유도하는 신호경로가 차단되고 결과적으로 종양 발생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신경섬유종 1형 환자의 약 30%는 넌센스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다. 넌센스 돌연변이는 DNA 유전자 코드 안에서 단백질이 완전히 만들어지기 전에 갑자기 종료 신호가 생기는 변이다. 이로 인해 미성숙 정지 코돈(premature stop codons), 즉 넌센스 돌연변이로 인해 NF1 유전자 리딩 과정에서 조기 종료 신호가 생겨 뉴로파이브로민(neurofibromin) 단백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변이다.

 

뉴로파이브로민의 기능이 상실되면 세포 성장과 분열을 유도하는 신호 경로(RAS-MEK-ERK)가 과도하게 활성화되고 결과적으로 다양한 장기에서 종양이 발생한다.

 

아탈루렌은 원래 뒤센근이영양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 DMD)과 같은 넌센스 돌연변이 질환에서 넌센스 돌연변이의 완벽한 코딩 해독(read through)을 통해 단백질 합성을 회복시키는 약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DMD에서는 이 병을 일으키는 디스트로핀의 결핍을 회복해 디스트로핀 생성을 유도함으로써 DMD의 진행을 늦추고 보행 능력 상실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의약품청은 아탈루렌(상품명 Translarna)을 2014년에 DMD 치료제로 허가했다가 2025년 3월 유효성 부족으로 허가 갱신을 하지 않았다. 이에 해당 제약사(PTC Therapeutics)가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미국에서는 유효성 부족을 이유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을 여러 차례 거부했다. PTC Therapeutics는 2024년 12월, 신약승인신청서를 FDA에 재제출했고 현재 심사 대기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은 넌센스 돌연변이를 가진 신경섬유종 1형에서 아탈루렌의 치료 효과가 있는지 검증에 나섰다. 

 

연구팀은 넌센스 돌연변이를 가진 한국인 신경섬유종 1형 환자 22명을 대상으로 섬유아세포(피부, 근막, 힘줄 등 결합조직을 구성하는 세포)를 확보해 아탈루렌으로 처리했다. 그 결과 전체 세포 중 약 24%에서 비정상적으로 과활성화된 신호(RAS 및 ERK)가 줄어드는 효과가 관찰됐다. 즉 일부 세포에서 뉴로파이브로민 단백질의 기능이 일정 부분 회복된 것이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전사체 분석으로 아탈루렌 반응 세포와 비반응 세포를 비교했다. 그 결과 아탈루렌이 효과가 있을 때는 환자 혈액에서 AMPD3와 TGFBR3 단백질이 줄어든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즉 두 단백질이 아탈루렌의 약효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AMPD3는 신경섬유종 1형의 새로운 치료 표적이 될 가능성도 추가로 입증됐다. AMPD3를 억제했더니 환자의 슈반세포(Schwann cell, 말초신경계에서 신경세포의 축삭을 둘러싸 수초를 형성해 보호하고 손상된 신경의 재생을 돕는 신경교세포의 일종, 신경섬유종에서 과도하게 활성화됨)에서 세포가 자라는 ERK 신호가 줄어들면서 세포 증식이 억제되고 세포 사멸이 증가했다. 이는 AMPD3가 신경섬유종 1형 관련 종양 세포만 억제하는 유망한 치료 타깃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범희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교수(왼쪽)·김소영 연구원

이범희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일부 신경섬유종 1형 환자에서 아탈루렌의 치료 가능성을 처음 확인할 수 있었다”며 “넌센스 돌연변이를 가진 신경섬유종 1형 환자에게 맞춤치료를 제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휴먼스케이프(대표 장민후)로부터 희귀질환 플랫폼 ‘레어노트’의 데이터와 분석 인프라, 연구비를 지원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의료 커뮤니케이션’(MedComm, 피인용지수 10.7)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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