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길거나 숱 많으면 얼룩 우려 없는 버블타입, 뿌리염색엔 크림타입 유리 … 세톤 이상 밝은 변화는 전문가 찾아야
뷰티 업계에도 어김없이 불어닥친 불황의 여파로 셀프뷰티족이 늘고 있다. 투철한 절약정신과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으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가꾸려는 것이다.
서울 청담동을 제외하고는 손님이 부쩍 줄었다고 울상인 미용실이 속출하는 것만 봐도 혼자 염색하는 인구는 확실히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 이대 앞 750여 개 미용실 중 3분의 1 정도가 폐점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한다. 에스테틱이나 스파도 소셜커머스의 힘을 빌려 반값 쿠폰을 팔며 불황 타계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알뜰한 여자들은 그동안 다니던 뷰티숍으로의 발길을 끊고 집에서 혼자 아름다움을 가꾸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반면 셀프 헤어염색제 업계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뷰티업계 틈새시장을 잡았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쉽고 간편하게 헤어컬러링을 할 수 있는 염색제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제약사와 화장품 회사 모두 ‘광대 승천’(광대뼈가 올라갈 정도로 활짝 웃는다는 신세대 약어)하고 있다. 과거 셀프염색은 중장년층의 새치 염색을 위한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헤어컬러링이 유행하며 미용실의 ‘비싸도 너무 비싼’ 염색 가격에 젊은층이 셀프염색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특히 샴푸하듯 염색하는 버블염색제의 인기로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망화장품은 ‘에코버블’ 출시 3개월 만에 작년 염색약 전체 매출을 훌쩍 뛰어넘었다. 동성제약의 ‘버블비’도 홈쇼핑에서 19만개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미용실에서 염색하는 것보다 번거로운 것은 불가피하다. 셀프염색을 가볍게 생각했다가 부작용에 시달리는 경우도 적잖다. 염색약에도 분명 부작용이 존재한다. 작게는 특유의 냄새 때문에 두통이나 눈 따가움이 생기고, 심한 경우 시력 손상·가려움·두피 피부염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부분 염색약 부작용은 발색효과를 높이기 위해 암모니아, 파라페닐렌디아민(PPD, Para Phenylene Diamine) 등 유해 화학물질을 넣기 때문에 유발된다. 이들 성분은 냄새가 불쾌해 구토나 두통을 유발하기도 하며, 두피에 쉽게 스며들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염색 48시간 전 반드시 알레르기 테스트를 실시해 알레르기 여부를 체크하는 게 좋다. 이는 귀 뒤나 팔뚝 안쪽 등 피부에 염색약을 묻힌 뒤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자가진단하는 것이다. 발진이나 가려움증이 나타나면 해당 염색약을 쓰지 말아야 한다.
염색약 알레르기 주범은 PPD 성분이다. 염색약뿐만 아니라 문신, 의류 등의 염색에도 활용된다. 독성이 강하지만 분자가 작아 모발 침투가 용이하고 발색이 뛰어나 시판되는 대부분 염색약에 쓰인다. 이로 인해 습진, 두드러기, 탈모, 발열, 눈이 침침해지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얼굴이 부어오르고 동통성 타박상이 발생해 병원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고농도 PPD 성분에 노출되면 심각한 피부염이나 천식, 신장기능 저하, 현기증, 떨림, 경련 등을 일으킬 수 있어 만만하게 볼 게 아니다.
민감성 피부를 가졌다면 염색약에 PPD 성분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PPD 대신 타르나 식용색소를 사용한 염색약은 시간이 지나면 색이 바래는 게 단점이나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는다. 요즘엔 PPD 성분은 물론 암모니아가 들어 있지 않은 염색약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유해성분 외에 염색약을 좀 더 순하게 만들어 부작용을 줄이고, 모발을 건강하게 하는 친환경 성분이 들어 있는지 살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순하다는 성분은 대부분 식물성 성분으로 창포추출물, 아몬드, 올리브오일, 누에고치 등이 대표적이다.
암모니아 성분도 문제다. 염색약에는 모발을 팽윤시키기 위해 암모니아 등 알칼리제를 넣는다. 암모니아는 분자량이 작아 발색력이 좋지만 두피에 잘 스며들어 트러블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휘발성이라 공기 중으로 날아가 눈을 자극해 침침하고 시리게 만들기도 한다.
염색 중 암모니아가 직접 눈에 닿으면 각막 화학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암모니아는 독성을 띠므로 사람 몸 속에 오랫동안 머물면 안 되는 물질로 분류된다. 자칫 오래 흡수되면 폐를 손상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염색약이 절대 눈에 들어가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염색약 1제, 2제를 섞고 바로 쓰지 말고 잠시 기다려 암모니아가 날아간 뒤 사용하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흔히 염색약의 냄새가 독하면 나쁜 염모제라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냄새가 거의 없는 염모제는 대부분 암모니아 대신 모노에탄올아미노산을 사용한다. 염색 당일 쾌적하게 염색을 할 수 있지만 모발에 잔류해 다음 번 퍼머, 염색 등 화학적 시술을 받을 때 모발을 손상시킬 우려가 높다. 따라서 냄새가 덜 난다고 무조건 순한 염모제라고 오해할 필요는 없다.
염색에 앞서 염색약은 브러시 등에 묻혀 바르는 크림타입 염색약과 샴푸하듯 쓰는 버블형 염색약 중 자신이 선호하는 것을 고른다. 가장 기본적인 게 크림타입 염색약이다. 시술 중 염색크림이 묻은 모발이 흘러내려 집게나 핀 등으로 고정하면서 염색해야 하므로 불편하다. 전문가가 아니면 자칫 염색이 얼룩덜룩하게 될 수 있는 게 단점이다.
반면 버블형 염색약은 거품 형태의 염색약을 머리에 바른 후 10분 정도면 염색되는 간편함 때문에 인기를 얻고 있지만 헤어디자이너 중에는 ‘크림타입 염색약보다 오히려 머릿결이 상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헤어스타일리스트 린델 맨스필드(Lyndell Mansfield)는 “머리가 아주 길거나 숱이 많으면 무스(버블) 타입이 좋다”며 “주르륵 흘러내리는 제형이 아니라 균일하게 바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뿌리 염색(부분 염색)이 필요한 경우엔 무스보다 크림 타입이 편리하다.
집에서 혼자 염색할 땐 3단계 톤 이상으로 밝게 변화를 주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아주 옅게 염색하는 경우라면 헤어숍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안전하다. 김달래 로레알 프로페셔널 파리 교육부 차장은 “검정 등 짙은 색으로 염색하는 상황이라면 집에서 대충해도 비슷하지만 문제는 밝게 염색할 때”라며 “특히 셀프염색을 하면 아무래도 얼룩이 지거나 색상이 뭉치기 쉽다”고 조언했다.
이어 “염색하려면 적어도 하루 이틀 정도는 머리를 감지 않는 게 좋고, 갓 샴푸한 머리엔 염색약을 바르는 것을 피한다”며 “두피에서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피지가 염색약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코팅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염색약을 바를 때에도 순서가 있다. 두피에서 멀리 떨어진 곳부터 시작하는 게 요령이다. 균일하게 염색되기 어려운 모발 중간부터 바르고, 체열이 많은 정수리·구레나룻이나 이마 등 얼굴 경계선은 염색이 쉽게 되는 부위로 가장 나중에 바른다. 모발이 아주 길거나 숱이 많다면 염색약을 두 통 정도 준비해야 군데군데 얼룩진 것처럼 보일 염려가 없다.
원하는 컬러로 염색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니 조급해하지 말자. 전문가조차 마음에 드는 컬러가 나올 때까지 두 번 이상 염색을 거듭하는 경우도 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