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는 덴마크 소재 질랜드파마(Zealand Pharma)와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인 '페트렐린타이드(petrelintide)'에 독점적 공동개말과 상용화 계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양사는 질랜드파마의 아밀린(Amylin) 유사체인 페트렐린타이드를 단독 요법뿐만 아니라 로슈의 핵심 인크레틴(incretin) 자산인 'CT-388'과의 고정용량 복합제(fixed-dose combination, FDC)을 공동 개발하고 상용화할 계획이다.
페트렐린타이드는 개발명은 ZP8396으로 알려진 주1회 피하주사 제제로 개발중인 아밀린 유사체다. BMS 21~29사이(평균 25.6)의 건강한 참가자 5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1상(NCT05096598)에서 1회 투약 이후 1주일만에 0.7mg, 1.4mg, 2.4mg 등 3개 용량군에서 체중은 기준선에서 2.6%, 3.6% 및 4.2% 감소했다. 위약보정시 감량효과는 최고 용량에서 4.8%에 달했다. 1회 투약 결과이나 높은 감량효과로 관심을 모았던 비만치료 후보물질이다.
현재 임상 2상 단계에 진입했으며 기존 치료제 대비 높은 내약성으로 환자의 치료 경험을 개선하고 체중 감량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로슈는 페트렐린타이드의 단독요법 이외에도 자사의 GLP-1/GIP 수용체 작용제인 CT-388의 병용요법을 통해 심혈관·신장·대사질환 파이프라인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CT-388는 2023년 12월 카못 테라퓨틱스(Carmot Therapeutics)를 인수하면서 확보한 품목이다.
테레사 그레이엄(Teresa Graham) 로슈 제약부문 대표는 "질랜드파마와의 협력을 통해 비만과 관련 합병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페트렐린타이드를 비만 치료의 기본이되는 치료제(foundational therapy)로 발전시켜, 치료 표준을 변화시키고 환자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아담 스틴스버그(Adam Steensberg) 질랜드파마 CEO는 "이번 협력은 페트렐린타이드가 비만 관리의 핵심 치료제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로슈의 글로벌 제조 네트워크와 상업적 역량을 통해 비만 치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조건은 로슈는 질랜드파마에 선불금으로 14억 달러를 지급하고, 초기 2년 내 2억5000만 달러를 추가 지급하는 등 총 16억5000만 달러의 계약금을 지급한다. 이후 임상 3상 개시 등 개발 단계에 따른 마일스톤으로 최대 12억 달러, 판매 실적에 따른 마일스톤으로 최대 24억 달러를 추가 지급한다. 총 계약 규모는 최대 53억 달러(약 8.3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또한 양사는 미국과 유럽에서 페트렐린타이드 및 CT-388과의 복합제 판매에 따른 이익과 손실을 50대 50 비율로 나누게 되며, 이외 지역에서는 로슈가 독점 상용화 권리를 갖는다. 이때 질랜드파마는 두 자릿수 퍼센트(최대 10% 후반대)의 로열티를 받게 된다.
대표적으로 개발이 진행중인 아밀린 유사체는 노보노디스크의 카그리세마(CagriSema)가 있다. 아밀린 유사체인 카그릴린타이드(Cagrilintide) 2.4mg과 GLP-1RA인 세마글루티드(Semaglutide) 2.4mg을 결합한 고정 용량 치료제다. 현재 2건의 3상 결과를 발표했으나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이외 애브비가 지난 3월 3일 덴마크 소재 구브라(Gubra)와 1상 개발단계의 아밀린 유사체 'GUB014295' 협업 계약을 체결했다. 최대 거래금액은 18억 7500만 달러다.
결과적으로 굵직한 거래 또는 개발속도가 빠른 아밀린 유사체는 모두 덴마크에서 개발됐다.
아밀린 유사체는 낮선 제제는 아니다. 2005년 FDA 승인을 받은 시믈린(Symlin, 프람린타이드 Pramlintide)이 원조격인 약물이다. 미국소재 아밀린 파마슈티컬스(Amylin Pharmaceuticals) 개발했다. 이후 2012년 아스트라제네카와 BMS가 회사를 인수한 이후 아스트라제네카가 모든 권리를 추가 인수, 현재 관리하고 있다.
1,2형 당뇨병환자 치료를 위해 인슐린과 병용요법으로 승인을 받았다. 이후 비만치료제로도 개발이 진행됐으나 매 식사전 최대 3회 투약하는 방식의 한계 등으로 인해 개발이 완료되지는 않았다.
아밀린은 췌장에서 글루카곤(glucagon) 분비를 억제, 간에서 포도당의 생성 억제하고 위에서 음식물의 배출을 늦춰 전체적인 혈당을 조절한다. 음식물 배출조절과 뇌의 시상하부에 작용,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느끼도록 해 체중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호르몬이다. 당뇨환자의 경우 아밀린이 결핍하거나 분비가 감소된다.
참고로 GLP-1RA의 원조인 릴리의 바이에타(Byetta, 엑세나타이드, Exenatide) 역시 아밀린이 개발한 품목이다. 마운자로와 젭바운드의 성공의 뿌리를 추적하면 아밀린과의 협업이 그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