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 다제내성 진균인 ‘칸디다 아우리스’(Candida auris)에 대한 국내 의료기관의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대한임상미생물학회는 12일 칸디다 아우리스의 감염 사례가 국내에서도 보고되고 있다며 최근 국외에서 보고되는 항진균제 내성 신종 진균 유입에 주의해야 하며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12일 강조했다.
칸디다 아우리스 감염은 면역저하 환자, 장기 입원 환자, 카테터 및 인공호흡기 사용 환자 등에서 주로 발생한다. 혈류 감염, 상처 감염, 요로 감염 등을 유발하며, 중증 환자에서 사망률이 30~60%에 이를 수 있다.
칸디다 아우리스는 2009년 일본과 한국에서 처음 보고됐다. 환자의 귀 분비물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 약 39개국에서 이상에서 집단 감염 및 침습성 감염 사례가 다수 보고돼 세계적인 보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칸디다 아우리스의 유행시기와 6가지 유형의 지리적 기원(출처 리서치게이트)
이 진균은 유전학적, 지리적으로 6가지 유형(clade I-Ⅵ형)으로 나뉜다. 확정된 4가지 유형은 I형(남아시아), II형(동아시아), III형(남아프리카), IV형(남아메리카), Ⅴ형(이란형), Ⅵ형(방글라데시, 2024년 검출) 등이다. 이 중 Ⅱ형을 제외하면 고병원성(침습성)이다. 이 진균의 기원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지구 온난화로 체온이 높은 조류 등을 통해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했을 것이란 추정이다.
더욱이 칸디다 아우리스가 균사를 형성하지 않고 상피층에 직접 침습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최근엔 비집합적 표현형(non-aggregative phenotype)을 가진 칸디다 아우리스가 면역체계를 회피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혈류 감염 등 침습성 감염을 유발하며, 기존 항진균제에 대한 내성이 강해 치료가 어려운 특징을 보인다. 병원 환경에서 장기간 생존할 수 있어 의료기관 감염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칸디다 아우리스 감염 환자의 플루코나졸(Fluconazole)에 대한 내성률은 62% 이상이다. 일부에서는 암포테리신B, 에키노칸딘(Echinocandin) 계열 항진균제에도 내성을 보인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남아시아형(Clade I)과 남아메리카형(Clade IV)이 주요 감염 원인으로 보고되며, 병원 환경 내 장기 생존 가능하며 높은 전염성과 내성을 보여 공공보건 측면에서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다만 저병원성인 동아시아형(clade II)에 의한 병원 내 침습성감염의 집단 발병은 아직 보고된 바 없다.
2022년 고병원성의 남아시아형(clade 1)에 의한 칸디다 아우리스 병원내 집단발병이 국내에서도 최초 보고된 바 있다. 이후 여러 국내 병원에 남아시아 유형의 칸디다 아우리스 유입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고 미생물학회는 경고했다.
미생물학회는 “Clade I의 유입을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현재 사용 중인 여러 항진균제에 대한 내성을 가장 잘 획득할 수 있는 유형이며, 항진균제 내성이 높고 중증 감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Clade I형 균주는 전신 감염을 일으킬 위험성이 더 크며 치료가 어려울 수 있어, 국내 유입을 차단하고, 신속한 감시와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1996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병원에서 분리됐던 칸디다 아우리스 균주는 동아시아형에 속하고 다제내성 균주가 발견된 바 없고, 주로 귀에서 검출되는 경향이 있었다.
임상미생물학회는 “국내에서는 주로 저병원성의 동아시아형 (Clade II형) 균주가 발견됐으나, 최근 항진균제 내성이 높고 중증 감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고병원성의 남아시아형 (Clade I형)과 같은 해외 유입 균주의 사례도 보고돼 추가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22년 발표한 '항균제 내성 위협 보고서'를 통해 칸디다 아우리스를 신종 다종 항균제 내성 병원체로 지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CDC는 의료기관에서의 철저한 감염 관리와 환경 소독을 강조하고 있다.
신종희 전남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팀은 2011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칸디다 아우리스에 의한 ‘혈류 감염’을 보고한 바 있다. 칸디다 아우리스가 단순한 표재성 감염원이 아닌, 침습적인 전신 감염을 유발할 수 있는 병원체임을 처음으로 의학계에 알린 것이다.
특히 3례 중 1례의 원인균은 1996년에 혈액에서 분리됐으나 균종이 확인되지 않았던 균주로 염기서열분석을 통해 칸디다 아우리스로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
신 교수는 “칸디다 아우리스는 진균이지만 다제내성세균처럼 병원내 전파력이 강하고 기존 소독제의 효과가 제한적이며, 항진균제에 대한 내성을 쉽게 획득할 수 있다”며 “2022년 고병원성 칸디다 아우리스 균주의 국내 첫 병원내 집단감염이 보고된 이후, 국내 여러 병원에서 고병원성 칸디다 아우리스 유입 사례가 발견되고 있는 만큼 이를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하고, 감시시스템을 더욱 강화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경 중앙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도 “이 균은 기존 생화학적 방법으로 잘못 동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MALDI-TOF MS 같은 최신 진단기법을 활용해 정확하고 신속하게 감염을 확인하고, 효과적인 치료전략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했다.
이 교수는 “칸디다 아우리스는 병원 환경에서 쉽게 퍼지며, 일반적인 소독제로는 제거하기 어렵다”며 “알코올 기반 손 소독제(60~70% 에탄올 또는 이소프로판올)는 칸디다 아우리스에 대해 완전히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손이 오염된 경우 반드시 비누와 물로 씻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 소독제(4가 암모늄 화합물)는 칸디다 아우리스에 효과가 제한적이므로, CDC에서 권고하는 EPA List P에 해당하는 소독제 사용이 권고된다고 덧붙였다. 대체제로는 EPA List K(C. difficile 포자소독제)에 속하는 소독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는 “의료진의ᅠ감염ᅠ관리ᅠ및ᅠ환경ᅠ소독에ᅠ대한ᅠ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환자와ᅠ직접ᅠ접촉하는ᅠ의료진뿐만ᅠ아니라ᅠ병원에서ᅠ근무하는ᅠ다른ᅠ직군의ᅠ종사자들에게도ᅠ이런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