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엔 4곳의 자연휴양림이 운영되고 있다. 절물자연휴양림과 교래자연휴양림은 제주시, 붉은오름자연휴양림과 서귀포자연휴양림은 서귀포시 소관이다. 서귀포자연휴양림을 제외하면 모두 제주도 동부 중산간지대에 있다.
제주시 봉개동 산 78-1에 위치한 절물휴양림의 중심부엔 해발 697m의 절물오름이 있다. 이 오름을 향해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다. 절물오름 주변으로 유모차나 휠체어도 다닐 수 있는 숲길이 조성돼 있고 10여분 남짓이면 오를 수 있는 오름 정상의 능선엔 전망대가 설치돼 먼 바다의 수평선까지 펼쳐진 장관을 볼 수 있다. 그 반대 방향으로는 한라산 아래에 조성된 삼나무 조림지의 초록 바다를 볼 수 있다.
제일 긴 탐방로는 11㎞가 조금 넘는다. 절물오름 주변의 다양한 숲을 볼 수 있도록 길이 나 있다. 부지런한 걸음으로 3시간쯤 걸릴 것이나, 숲에 들어 굳이 서둘 필요는 없으니 멈칫거리며 4시간 정도면 이 숲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절물오름자연휴양림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어느 곳보다 오랫동안 잘 가꾼 삼나무 숲이 장관이기 때문이다. 탐방로 입구에 들어서면서 이미 양쪽의 울울창창한 삼나무 숲이 깊다. 숲 냄새가 훅 풍겨나온다.
샛길로 들어서면서 걷는 이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어느 덧 덤불과 나무가 우거진 동굴 같은 길이 나오더니 솔숲을 잠깐 지나 다시 삼나무 숲이 나온다. 까마귀와 멧비둘기, 다른 산새들이 따라오며 끝없이 지저귄다. 숲의 축축한 공기와 냄새가 온몸을 휘감는다. 길은 점점 더 깊이 들어가고 마음은 가벼워진다. 이 숲의 주인이 되어가는 중이다.
갈림길이 나왔다. 두 시간이 훌쩍 지난 것으로 보아 꽤 멀리 온 것은 분명하니 이쯤에서 돌아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제주에 와서 처음 걷는 숲길이라 엉뚱한 길로 빠져 고생하기는 싫었는데 안내판이 보이지 않는다.
맞은편에서 부지런히 걸어오는 탐방객이 보였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을 물으니 자기들이 온 방향의 길로 가면 그리 멀지 않다고 알려준다. 가는 길을 알았으니 다시 편안한 마음으로 숲을 살피며 걸었다.
숲을 벗어나면서 잘 꾸며진 정원이 나타난다. 주제별로 다양하게 조성돼 꽃과 풀과 나무를 살피며 그 이름을 알아가기에 편리했다. 고로쇠나무와 때죽나무의 연리목 안내 간판도 예사롭게 보아 넘겼다.
그렇게 또 시간을 보내고 주차장으로 가 보니 어딘가 낯선 곳이다. 다른 주차장이 또 있는지 직원에게 물었다. 이곳 하나뿐이라 한다. 숲속에서 길을 물었을 때 우리는 이미 한라생태숲 구역에 있었고 그들은 당연히 한라생태숲 주차장을 알려준 것이었다. 절물자연휴양림과 한라생태숲이 거의 접해 있음을 모르고 무턱대고 걸은 결과였다. 절물자연휴양림의 탐방로를 어디서 벗어났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의도하지 않고 우연히 한 걸음에 두 곳을 살폈다.
한라생태숲에서 절물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교통편은 생각보다 불편했다. 왔던 길을 다시 걸어가는 방법이 최선이란다. 오후 4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부지런히 걸어야 했다. 때때로 길을 물으며 좌우 살피지 않고 걸어 두 시간 만에 다시 원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돌아올 때에는 새소리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