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7대 숲] ⑤붉은오름자연휴양림 ‘곰솔 숲’ 진입로부터 호감 … 노약자 친화적 탐방로
2020-04-08 01:03:16
숲이 우거진 말찻오름, 전망대 마련된 붉은오름 한꺼번에 체험 … 옛 상잣성 옆 ‘제주경마목장’

붉은오름자연휴양림은 절물자연휴양림, 교래자연휴양림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비슷한 조건의 숲을 보여준다. 이들 숲은 모두 한라산 동쪽 중산간 지역의 곶자왈, 인공조림된 삼나무숲, 기생화산인 오름을 포함하고 있어 기본 스펙이 거의 같기 때문이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남조로)에 있는 붉은오름자연휴양림에 들어서면 아름다운 곰솔 숲이 먼저 눈에 띄고 주차장과 매표소까지 계속 이어진다. 매표소를 지나 숙소 등 시설이 있는 곳까지 길지 않은 길을 걷는 동안에도 곰솔 숲은 방문자를 따라온다. 잘 자란 곰솔 숲을 배경으로 사람들이 찾아와 쉴 수 있는 휴양시설과 체험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휴양관, 숲속의 집 등 숙박시설이 마련돼 있고, 어린이 놀이터, 연못과 둘레 산책로, 넓은 잔디밭이 조성돼 있다. 휴양관 앞이 넓은 잔디 마당엔 한 낮에도 노루가 슬며시 내려와 풀을 뜯곤 한다. 목재문화체험장은 어린이들을 위한 목공교실, 나무와 관련된 다양한 지식을 전하는 전시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붉은오름자연휴양림엔 서로 성격이 다른 붉은오름과 말찻오름이 포함돼 제주도가 운영하는 네 곳의 자연휴양림 중 가장 다양한 숲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노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잘 반영된 숲속 산책길을 운영하고 있다는 게 이곳의 장점이다. 나무 데크를 설치해 조성한 평평한 숲길 위에 서면 4대가 함께 유모차나 휠체어를 타고 밀며 걸어도 불편함 없이 숲을 즐길 수 있다.
편안한 길을 걸으며 곰솔 숲의 향기와 정취를 눈에 담고 조금은 무질서하게 보이는 활엽수 숲의 자유로움을 즐기다가 야자매트가 깔린 길로 들어서면 6.7㎞의 제법 긴 말찻오름 탐방로가 시작된다. 이 탐방로는 곰솔 숲, 삼나무 조림지, 활엽수 숲을 지나고 경사지를 오르고 내리며 다양한 제주 숲의 모습을 보여준다.
곰솔과 활엽수 아래엔 다양한 덩굴과 풀 그리고 잡목이 활발하게 자라고 있지만 삼나무 숲에서는 거의 땅 위에 낮게 깔려 있다. 빽빽하게 줄맞추어 자라고 있는 삼나무들이 곧게 뻗어 오르며 키 높이기 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삼나무조림지를 벗어나 말찻오름 가까이 오면 여기서부터는 활엽수 세상이다. 다양한 활엽수들이 햇빛을 독점하고 그 그늘 아래에는 조릿대가 무성하게 자라니 다른 풀과 덩굴은 발붙일 틈이 없다. 탐방로는 지나치게 어려운 길이 아니면서 도무지 지루할 겨를이 없는 길이다.
말찻오름탐방로까지 걷고도 시간이 꽤 많이 남으면 휴양관 근처의 잘 정돈된 정원을 즐겨도 좋고 붉은오름을 걸어도 좋다. 붉은오름까지는 왕복 2㎞ 정도인데 다녀올 가치는 충분하다. 붉은오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어느 높은 오름 못지않게 시원하다. 날이 맑으면 한라산의 정상부까지 또렷하게 보인다고 한다. 전망대에서는 그대로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올 수도 있고 가던 방향으로 계속 진행해 오름 정상부를 한 바퀴 돌아서 내려올 수도 있다.

말찻오름 정상부엔 숲이 우거져 있어 올라가 숲속을 걷다 내려오지만 붉은오름 꼭대기엔 전망대가 설치돼 제법 멀리까지 조망이 가능하다. 붉은오름자연휴양림에선 이처럼 전혀 다른 느낌의 두 오름을 볼 수 있다. 산책로 옆으로 보이는 야트막한 전망대를 몇 계단 오르면 평평한 풀밭이 넓게 펼쳐지면 눈이 시원해진다. 제주경주마목장의 풀밭이다.

조선시대 세종 12년부터 목장에 돌담을 쌓았는데 제주도에선 이를 잣성이라 부른다. 해발 150~250m 일대에 하잣성, 350~400m 일대에 중잣성, 해발 450~600m 일대에 상잣성이 환상으로 위치한다. 붉은오름자연휴양림에서 볼 수 있는 잣성은 상잣성으로 그 오른쪽에 있는 게 지금의 제주경주마목장이다.
오근식 여행작가 ohdant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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