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21 09:10:36
치즈엔 우유의 고소함이 가득 농축돼 있다. 치즈케이크는 기원전부터 이어져온 치즈의 고소함이 달콤함으로 승화된 것이다.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치즈케이크는 치즈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온 디저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까닭에 빈손으로 어딘가에 방문하기 싫을 때 선물용으로 가져가기에 가장 적합하다.
어떤 음료와도 잘 어울리는 디저트인 치즈케이크는 쌉쌀한 커피와 함께할 때 그 고소함과 달콤함이 배가 된다. 가을 분위기가 물씬 다가오고 있는 요즘 주말에 커피 한잔과 치즈케이크를 포장해 야외로 나가 오후의 따사로운 햇볕과 선선한 바람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치즈케이크는 타르트에 부드러운 치즈, 달걀, 향신료, 꿀 등을 섞어 채워 넣었던 것에서 시작해 수 세기를 거치면서 수많은 형태로 진화했다. 지금은 스폰지케이크, 쿠키, 페이스트리, 타르트 위에 크림을 채워 넣어 굽기도 하고 굽지 않은 형태로 내기도 하는 등 다양한 종류의 치즈케이크가 존재한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치즈케이크의 시초는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으나 기원전 776년 그리스에서 열린 첫 번째 올림픽에서 치즈를 함유한 케이크를 참가 선수들에게 제공했다는 기록이 있어 역사가 매우 오래됐다고 할 수 있다.
치즈케이크의 레시피(recipe)가 처음 기록된 것은 1390년 발행된 영국의 요리책(Forme of Cury)이라고 한다. 이 책은 치즈케이크를 페이스트리 껍질에 치즈(cheese), 달걀 노른자(egg yolk), 생강(ginger), 사프란(saffron), 설탕(sugar), 소금(salt) 등으로 속을 채워 넣어 구워냈다고 언급하고 있다. 당시 치즈케이크의 재료는 가격이 비싼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치즈케이크는 호화스러운 음식(luxury foods)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프랑스에도 치즈케이크에 관한 기록이 있다. 1393년 경에 발간된 것으로 추정되는 프랑스 요리책(Le menagier de Paris)에서는 신선한 치즈로 만든 타르트와 케이크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치즈케이크를 신선한 치즈(fresh cheese), 크렘프레슈(creme friche), 설탕(sugar), 달걀(eggs), 밀가루(flour), 레몬제스트(lemon zest), 바닐라(vanilla)를 섞어 금빛이 날 때까지 구워낸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밖에 치즈케이크에 대한 다양한 기록이 존재하지만 오래 전부터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었고, 그만큼이나 다양한 형태의 치즈케이크 만들기가 시도돼왔기 때문에 어떠한 경로로 현대에 이르게 됐는가를 알아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혹자는 폴란드의 치즈에 커스타드(custard)크림을 섞어 구운 치즈케이크인 ‘세르니크(sernik)’가 현대 치즈케이크의 원형이며, 이것이 유대인에게 전해져 미국으로 건너갔다고도 한다. 따라서 역사보다도 어떤 새로운 형태로 만날 수 있을까 기대되는 디저트가 바로 치즈케이크다.
최근 서울에서는 다양한 치즈케이크를 만나볼 수 있다. 입에서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치즈케이크서부터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치즈케이크, 선물용으로 적합한 치즈케이크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입에서 사르르 녹는 맛이 일품인 ‘르타오(LeTao)’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서 날아온 ‘르타오(LeTao)’의 ‘더블프로마쥬(Double Fromage)’는 입안에 넣는 순간 진한 치즈향과 함께 사르르 녹아 사라진다. 부드러운 빵과 치즈크림이 만나 한층 더 소프트해진 르타오의 더블프로마쥬는 해동이라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게 아쉽다. 그렇지만 냉장고에서 5~8시간 해동의 기다림을 겪고 나면 환상적인 맛을 경험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집에서 즐기기에도, 빈손으로 어디 방문하기 싫을 때 가벼운 선물용으로도 적합하다.
줄서지 않으면 맛볼 수 없는 치즈타르트 ‘베이크(BAKE)’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가장 핫한 디저트라고 할 수 있는 ‘베이크(BAKE)’의 치즈타르트를 맛보려면 줄을 서는 것쯤은 감수해야한다. 버터향 가득한 과자 위에 살짝 구워진 치즈크림이 특징인 치즈타르트다. 한입 베어 물면 부드러운 과자의 버터향과 치즈크림의 풍미가 절묘한 조화를 이뤄낸다. 베이크의 작은 크기의 치즈타르트는 한 사람당 한 개씩 먹기 좋은 형태로 인원수만큼 여러 개를 사서 나눠먹으면 좋다.
다양한 종류의 치즈케이크를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C27’
‘C27’은 치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가봐야 할 곳이다. 치즈케이크를 메인 콘셉트로 한 4층 규모의 카페로 치즈케이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성지라고 할 수 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플레인, 크레이지 레드벨벳, 홍차, 민트초코 등 27종의 다양한 치즈케이크가 있어 자기가 원하는 종류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치즈로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크림치즈와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까망베르치즈가 섞인다.
양지영 디저트칼럼니스트 dessert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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