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14 00:14:01
지난 11일 오후 화성 전투기 추락사고 후 군 관계자가 수습에 나서고 있다. YTN 화면 캡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종식의 희망은 보이지 않고 새해 정초부터 어수선하기만 하다. 기자는 체념하듯 으레 하던 올해의 목표를 선정하지도 않았고, 그럴 엄두도 나지 않았다. 정치, 경제, 사회, 안보면에서 불안하기만 하다.
우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관련, 벌써 세 사람이나 죽어나갔다. ‘성남 대장동 사업 특혜사건’으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지난해 12월 10일 세상을 떠났다. 두 번째로 12월 21일에는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이 사망했다. 유 씨는 화천대유에 유리한 수익배분 구조를 설계한 혐의를 받던 사람이고, 김 씨는 초과 수익 환수를 주장하다가 결국엔 백기를 든 착한 사람이었다. 세 번째로 이재명 대선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제보자 이모 씨(55)가 지난 11일 숨진 채 서울의 모텔에서 발견됐다.
김 씨와 유 씨는 자기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중압감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이모 씨는 심근경색이 사인으로 규명되긴 했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로 지병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죽음에도 이재명 후보는 ‘잘 모르던 사람이다’ ‘죽음에 관한 입장은 당에 물어봐라’ ‘고인의 명복을 빈다’ 등으로 얼렁뚱땅하면 눈빛 하나 변하지 않고 선거운동에 ‘올인’이다. 그러니 민주당원조차도 당성이 약한 사람은 차츰 이재명의 순수성을 의심하고 있다.
그 와중에 도입한 지 36년이나 된 노후 기종인 F-5E 전투기를 몰던 심정민 대위(29)가 11일 오후에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관향리 야산에 추락해 순직했다. 정부는 사고 후 고인의 계급을 소령으로 추서하기로 했으나 그것이 사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고 가족에게 무슨 위로가 될 것인가. 추락 순간 민가로 떨어지면 많은 사상자가 날까봐 비상탈출을 포기했다는 보도를 접하며 마음이 저며 온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물론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까지 병장 월급을 200만원으로 올리자고 한다. 20대의 표를 얻기 위해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을 줄이고 군 사기를 진작하자는 취지로 이런 공약을 내놓았다. 만약 노후기를 신예 전투기로 진즉에 바꿨다면 심 대위의 사망사고도 없을 뿐만 아니라 방위력이 일취월장 나아졌을 것이다. 20~30년전 지금 기성세대는 나라를 지킨다는 ‘품앗이 공공선’의 정신으로 군대에 갔지 돈 벌려고 간 게 아니었다. 고달픈 군 생활이었지만 월 1만~2만원, 그야말로 담뱃값 정도를 받고 국가에 봉사하러 갔다. ‘멸공’ ‘유사시 대북 선제타격’이란 단어조차 ‘호전광’이란 소리를 듣는 작금의 ‘국방태세’가 좌파 운동권 출신의 산물이라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진다.
최근 우리나라에 3대 ‘오너 리스크’가 생겼다고 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에 ‘멸공통일’을 게시했다가 좌파 및 주식투자자로부터 욕을 먹고 있다. 중국, 베트남 등 공산국가에서 사업을 벌이다가 현지 정권의 압력에 의해 막대한 손해를 보고 철수한 가슴아픔은 익히 다 아는 사실이지만 거대기업의 수장으로서 기업을 위해서나, 중국과 무역하는 사람을 위해서나, 임직원과 투자자를 위해서 전혀 무익한 일을 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더욱이 본인이 인위적인 체중과다 조작을 통해 병역을 회피했으면서도 ‘멸공의 화신’이나 되는 것처럼(물론 본의는 아니었으나) 최전선에 선 게 우습다. 정 부회장은 우리 집안은 사업하는 집안이라며 외할아버지인 이병철의 유훈인 사업보국(事業報國)을 내세워 병역 회피를 정당화하려 모습까지 보였다. 누군들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기업이라도 있다면 사업보국하고 싶지 않겠는가. 이재명, 윤석열 후보도 석연찮은 핑계로 군대를 가지 않았으니 유권자로서 오는 대선 투표장에 가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까.
두 번째 오너 리스크는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이다. 이 회사 이 모 자금담당 부장이 자본금의 80%가 넘는 2215억원을 기업 잔고증명서를 위조하고 개인계좌로 이체시켜 훔치는 황당무계한 사고가 일어났다. 과연 오너가 몰랐을까? 지라시나 벤처업계에 돌아다니는 소문에 따르면 최규옥 회장이 횡령을 지시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경찰이 최 회장의 공범 가능성을 살펴보고는 있지만 수사 의지가 강해보이지는 않는다.
오스템 횡령사건의 책임에서 최규옥 회장이 전혀 자유스럽지 못하다. 익히 도덕성이 땅바닥에 떨어졌음이 몇 번의 사고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는 2014년에 치과의사에게 리베이트를 준다는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횡령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받은 바 있다.
최 회장은 섹스스캔들로도 시끄러웠다. 2012년 9월에는 다른 남성과 함께 한 호텔에서 당시 스튜어디스인 유부녀와 2대1로 수차례 쓰리썸 성관계를 가진 것이 해당 여성의 남편에게 발각돼 고소당하기도 했다.
이번 횡령 사건은 최 회장이 개입됐든 그렇지 않든 그의 책임이 크다. 자금부장이란 사람이 오너로부터 잘못된 면을 배웠을 것이라고 해도 최 회장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더욱이 자금부장의 아버지도 횡령사고에 가담해 수치심 때문인지 자살을 택했다. 이재명 후보와 관련한 3인의 사망과 중첩되면서 ‘악의 음산한 그림자’가 넘실대는 것을 느낀다.
세 번째 오너 리스크는 류영준 카카오페이 전 대표다. 그를 포함한 8명의 경영진은 스톡옵션 매입 비용과 주식 취득 후 납부해야 할 소득세를 마련하기 위해 카카오페이가 지난해 11월 3일 상장한 지 한 달 여만 지난달 10일 대량매도했다. 23만주 900억원어치를 챙겼고 개미들은 ‘비전이 없어 경영진도 버리는 주식을 샀다’며 탄식했고 주가는 3일간 14.3% 폭락했다. ‘스톡옵션 먹튀’ 논란에 전혀 무관한 일반인조차 허탈감에 빠졌다.
여기에 평택 냉동창고 화재로 소방관 3명이 6일 진화작업을 하다 순직했다. 무리한 진화 명령이 화근이었다. 또 광주광역시에선 현대산업개발이 화정아이파크 공사를 하다가 6명이 실종돼 아직 생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겨울철의 무리한 공기단축 노력과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다. 덧없이 누군가는 죽어나가는데 이를 따뜻하게 품지 못하고, 합리도 작동하지 않고, 그저 바람만 타고 한자리 차지해보겠다는 탐욕으로 선거판은 시끄럽고 정치력의 부재가 더욱 휑해보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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