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2 15:45:35
‘밤의 빗장을 여는 문’이라는 이름을 가진 야관문은 남성의 정력 강화와 여성의 갱년기 증상을 개선시켜 주는 흔하지만 좋은 약재다.(사진=서울약령시협회)
몇 년 전 TV 예능프로그램에 심심찮게 등장하며 유행처럼 번져 차로 끓여 먹고 술을 담가 먹는 등 화제가 됐던 약재가 있다. 중년 남자들의 건강을 좋게 하고 힘을 강하게 만들어 준다는 ‘야관문(夜關門)’이다.
야관문은 비수리(학명 Lespedeza cuneata)라는 콩과(Leguminosae)의 반관목 식물의 약재명으로 노우근(老牛筋)·호지자·산채자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타이완·인도·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 분포하는데 주로 산기슭 이하에서 자라는 아주 흔한 풀이다.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었던 탓에 오래 전에는 야관문을 묶어 빗자루로 쓰기도 했다.
줄기는 곧게 서고 가늘고 짧은 가지는 능선과 더불어 털이 있다. 높이 50∼100cm까지 자라며 가지가 많고 잎은 어긋나고 작은 잎이 3장씩 나온 겹잎이다.
야관문은 ‘밤의 빗장을 여는 문’이라는 뜻이다. 야관문을 먹은 남자와 사랑을 나눈 여성이 그 남성과의 만남을 잊지 못해 밤에 대문을 열어놓고 기다린다고 해서 야관문(夜關門)이란 다소 남사스러운 별칭이 붙게 됐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그만큼 남성의 성 기능을 원활히 하는 효과가 있는 약재로 정평이 나있다.
또 야관문을 먹은 사람은 천리 밖에서도 광채가 난다고 해서 ‘천리광’,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좋다고 해서 ‘음양초’, 야관문을 섭취한 남자는 큰 힘을 발휘한다고 하여 ‘대력왕’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처럼 야관문은 최근 들어 남성들의 정력을 강화하는 약재로 많이 알려져 천연 비아그라 혹은 자연에서 온 비아그라로 칭송받기까지 한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고 흔하지만 매우 강력하고 다양한 효능을 가진 고마운 약초라 할 수 있다.
야관문은 뿌리를 포함한 모든 부분을 약재로 사용하는데 꽃이 피고 있을 때에 뿌리째로 캐내 햇볕에 말리거나 생잎을 찧어서 쓰기도 한다. 9월 즈음에 꽃이 피고 이때 수확해서 건조한 것이 가장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의학에서는 야관문이 남성의 정력을 강화시키기 보다는 간장과 신장을 건강하게 해줘 시력의 회복과 숙취에 도움을 주고, 폐와 같은 기관지 기능을 강화해 천식에 효과가 있으며, 세균을 억제해 염증성 질환이나 종기에 좋은 것으로 여겨왔다. 즉 간장과 신장을 보강하며 주로 열을 내려주고 소변이 잘 나오게 하며 가래를 그치게 하고 어혈을 풀어주는 약재로 보았다.
차 또는 술로 담가 복용 … 입과 인후 건조 등 부작용 있어 오·남용 삼가야
이외에도 야관문의 효능은 매우 다양하다.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으로 상한 기관지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당뇨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야관문에 들어있는 피니톨이라는 성분이 인슐린 기능을 촉진해 혈당 조절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또 사퇴초(蛇退草)라고 해서 뱀을 쫓거나 뱀에 물렸을 때 약재로도 사용된다. 뱀이나 곤충들이 기피하는 냄새가 나서 뱀, 개구리, 두꺼비 같은 것들이 가까이 접근하지 않는다. 또 뱀에 물렸을 때 잎과 줄기를 짓찧어 물린 상처에 붙이거나 가루를 물에 풀어서 붙이면 증상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야관문이 남성에게 좋다고 알려졌지만 그 효능이 비단 남성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야관문에는 탄닌·페놀산·플라보노이드·폴리페놀 등 페놀계 화합물을 함유돼 폐경기, 갱년기 여성의 증상 개선에도 큰 도움을 준다.
야관문은 천연방부제로서의 효능도 있다. 실제로 최근 야관문을 이용한 인체에 안전한 천연방부제가 연구 개발됐다. 충청남도 산림자원연구소는 ‘비수리 추출물을 포함한 천연방부제 조성물’ 특허를 등록했다. 이 천연방부제는 화장품·식품·생활용품 등 다양한 제품에 적용할 수 있고 안전성(무독성)과 안정성(무변질, 무변형)까지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식물 유래 천연보존제로 활용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화장품과 음료에 첨가해 방부력을 평가한 결과 녹농균·대장균·황색포도상구균·칸디다균·검정곰팡이를 3일 만에 사멸시키는 우수한 항균력을 나타냈다.
야관문은 보통 차로 달여 마시거나 술로 담가 먹는다. 야관문을 1주일 정도 그늘진 곳에 바싹 말린 뒤 차로 마시거나 술에 담가 6개월 정도 숙성시켜 야관문주를 만들 수 있다. 야관문주를 매일 잠들기 전 한 잔씩 마시면 원기 회복, 피로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알코올이 함유된 만큼 절제해야 한다.
야관문은 이처럼 남성의 기력을 강화시켜 다양한 효과를 지녔다고 알려지는 바람에 마치 유행처럼 너나 할 것 없이 찾는 약재가 됐다. 실제로 한약재 전문시장에 가면 야관문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다.
그러나 동전에 양면성이 있는 것처럼 야관문도 약재인 만큼 아무나 오·남용해서는 안 된다. 몸에 좋다는 이유로 다량의 야관문을 섭취할 경우 오히려 입과 입술이 마르고 인후가 건조해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 뿌리의 알코올성 추출물이 자궁에 흥분 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임산부는 섭취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또 질병을 치료 중인 환자는 섭취 전에 반드시 한의사와 충분한 상담을 거쳐야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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