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8 11:25:57
김준식 세란병원 인공관절센터 진료부원장
우리말에는 ‘뼈를 묻다’, ‘뼈 속까지 한국인이다’, ‘뼈저리게 느낀다’ 등과 같이 뼈와 관련된 관용구가 유독 다양하다. 이를 통해 뼈가 우리 몸에서 지니는 의미와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뼈는 사람의 골격을 이루는 가장 단단한 조직으로, 평생 몸을 지탱하면서 뇌가 지시하는 크고 작은 동작을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뼈에게도 때 이른 죽음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골괴사’는 뼈로 가는 혈액 공급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아 괴사 및 붕괴가 진행되면서 뼈 조직이 서서히 죽어가는 질환이다. 우리 몸의 뼈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지만 대부분 고관절을 이루는 대퇴골의 머리 부위와 팔 위쪽, 무릎, 어깨, 척추 등에서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골괴사로 의료기관을 방문한 전체 환자 3만4745명 중 남성 환자가 2만1201명(61%)으로 여성 환자(1만3544명, 약 39%)와 1.5배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로는 50대 남성이 6080명, 60대 남성 5501명, 40대 남성 3963명 순으로 중장년층 남성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였다.
골괴사는 골절·탈구·관절손상이 발생했거나, 음주로 동맥경화가 진행됐거나, 스테로이드 계통 약물을 장기간 복용한 경우에 혈액순환의 장애가 원인이 돼 발생할 수 있다. 염증 관리를 위해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는 신장이식 수술이나 관절염 치료 역시 골괴사의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골괴사는 수개월에서 수년에 이르기까지 서서히 진행되는 탓에 조직이 손상, 함몰되는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상당한 시간이 경과해야 관절 부위 통증, 골절 등이 나타난다.
골괴사는 체중을 실어 걷거나 뛸 때 절뚝거릴 정도로 통증이 심한 반면 앉거나 누워 있을 때에는 편안한 특징을 보인다. 고관절 부위에 골괴사가 발생한 경우 척추디스크 질환의 증상과 유사해 감별이 필요하다. 이를 방치하면 관절까지 손상을 입어 동작에 제한될 수 있으며, 작은 충격에 뼈가 쉽게 부러지기도 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 골괴사 환자의 경우는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와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약물치료,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운동치료 등 비수술요법을 통해 긍정적인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에도 별다른 차도가 없는 중증 골괴사의 경우 손상된 관절을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인공관절수술 또는 체내 다른 부위의 뼈를 괴사한 부위에 이식하는 골이식술 등 수술치료를 시행한다.
뼈의 죽음이라 할 수 있는 골괴사는 대개 40~60대 이상 중장년 남성에게 많이 발생한다. 특히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지만 점차 통증이 크고, 심해지며 사람마다 진행 과정이 각기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함께 골괴사의 예방을 위해서는 과음을 삼가고 스테로이드 사용을 피하는 등 위험인자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꾸준히 하고, 체중감량을 통해 뼈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여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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