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06 02:29:08
지난 1월 26일부터 신속항원검사를 예비검사용으로 도입하고 PCR 검사를 제약하면서 보건소 등 선별검사소에서는 더 많은 인파가 몰려 질서가 실종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진 YTN 화면 캡처
벌써 코로나19 진단을 위한 PCR 검사를 받으러 대기줄에 선 게 어제로 다섯 번째다. 정말 걱정돼서 받은 것은 2020년 망년회 술자리에서 과음과 피로, 목감기 증상이 겹쳐 걸리지 않았을까 우려된 게 딱 한 번이고 나머지는 전부 어린이집 다니는 자녀를 위해 ‘안 걸렸다’는 증명을 내보이기 위해서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게 검사받으러 오는 사람이 다들 ‘밀접접촉자’이거나 이들과 접촉했다고 우려되거나 양성에서 음성으로 전환됐는지 확인하러 온 사람일 텐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지 않는다. 장시간 대기줄에서 휴대폰 통화를 하는 사람이나 심지어 같이 온 동료와 희희낙락하며 대화하는 사람도 있다. ‘위험지역’인데 이래도 되나 싶은데 관리자들도 제지하려 하지 않는다. 개입했다가 ‘인권’이니 ‘개인권리’니 하며 대드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지난 3일부터는 정부가 신속항원검사를 받아 양성이 나와야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방침을 바꿨다. 두 검사를 받는 인파가 합세하니 검사 현장이 어수선하다. 용산구보건소에 배치된 관리자는 신속항원검사와 PCR 검사를 받을 사람을 구분하지도 않고 뒤섞어놨다. 센스 없는 필자는 가뜩이나 추운 날 신속항원검사 줄에 30분 가까이 섰다가 뒤늦게 알고 PCR 검사를 받았다. 노고가 많은 관리자들에게 침묵으로 넘어가려다 결국 참지 못하고 기자는 역정을 내며 항의했다.
양념이긴 한데 보건소가 나눠준 신속항원검사 신청서에는 피검사자 성별에 ‘남녀’가 아닌 ‘여남’으로 기재돼 그 중 하나를 체크하라고 돼 있었다. 여성 피검사자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그러려니 하면서도 좀체 적응하기 어려운 서류양식이었다. 으례 그랬듯이 코로나19 피검사자는 젊은층이 노년층보다, 여자가 남자보다는 더 많았는데 이날은 무려 4분의 3 정도가 여성이었다.
8000~1만원하는 자가진단키트 값을 아끼려 보건소를 찾은 인파가 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보건소에서 검사받았다는 증빙이 필요한 사람도 있겠지만 신속항원검사 결과로 음성을 인정해주는 직장이 몇이나 될까 싶다. 무료검사를 받으러 온 인파에서 질서는 없었다. 1m도 안 되게 다닥다닥 붙어 줄을 서고, 어떤 이는 헐렁한 마스크에 코와 입에서 나온 공기가 내 호흡기에 들어올 것처럼 위험해보인다. 또 어떤 이는 감염됐을까봐 걱정된다며 침착하지 못하고 흐느낀다. 검사받으러 왔다가 더 걸릴 것 같다는 푸념이 공연한 말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회당 1만5000원(원가 개념)하던 PCR 검사를 물쓰듯이 권고하던 정부가 갑작스럽게 이를 제약하고 신속항원검사로 전환한 저의가 의심스럽다. 검사비 재정 절감 효과도 있겠지만 확진자가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줄여보려는 ‘눈 가리고 아웅’식 정부 전략 때문이 아닐까 의심해본다.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젠바디와 수젠텍의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2개 제품을 신규 허가한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작년 4월 23일에는 휴마시스와 SD바이오센서 제품이, 7월 13일에는 래피젠 제품이 허가된 이후 국내 자가검사키트는 3개 제품으로 꽉 막아놨다. 그래서 거의 모든 약국에는 SD바이오센서 제품이 깔려 있었고 현 정권이 이 회사를 ‘특별대우’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기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난 설 연휴 전에 자가진단키트를 4세트(8인분) 샀고 2세트를 자가격리 중인 아들을 위해 보건소로부터 받았다. 자가진단키트 걱정 없이 언제고 불안해보면 검사할 수 있어 심적으로 안심이 된다. 물론 자가진단키트의 정확도는 41~50%로 미약한 수준이다.
신속항원키트는 집에서 스스로 해보는 자가진단키트와 병원에서 의사가 검사해주는 전문가용 키트로 나뉘는데 그 차이는 면봉 길이 차이란다. 자가진단키는 비강까지만, 의사는 비인두까지 찌른다고 하는데 깊게 찌를수록 검사 정확도가 높다는 게 익히 알려져 있다. 또 양쪽 코로부터 비강 분비물이 흥건하게 채취해서 가급적 많이 짜내서 키트 위에 점적해야 더 정확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하루 5000명 신규 확진자도 많다며 걱정하던 보건당국이 1월 30일 1만7528명, 2월 5일 3만6362명이 되자 아연실색하고 있다. 이럴수록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검사 대기줄의 어수선한 풍경을 목도하면서 보건당국이 혼이 나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7일간의 격리기간을 채운 기자는 오늘 오전에 음성 판정을 받으면 격리에서 해제된다. 그러나 밀접접촉자나 격리대상자에 대한 관리는 많이 느슨해진 것 같다. 5일째 보건소로부터 건강 체크 전화가 오지 않더니 내일 집밖으로 나가도 될지 물어볼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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