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18 21:30:05
지난 5월 2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한 손정민 씨 사망사건의 손 씨 친구 A씨의 부친 인터뷰 장면. SBS 캡처
주로 의학적인 내용과 의료정책, 의료산업을 다루는 기자이지만 중앙대 의대생 손정민 씨(22)가 지난 4월 25일 심야에 한강에서 사망한 사건은 관련 업계를 취재하는 기자로서, 일반 시민으로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었다. 기자는 이와 관련 학교에 현재 상황을 문의했지만 담당자로부터 아는 것도 없지만 개인정보 보호로 안다 해도 알려줄 수도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또 공개된 이번 사건 관할 서초경찰서 수사제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음은 울렸으나 받는 이가 없었다.
수많은 의혹에도 경찰이 이번 사건에 내린 결론은 젊은 대학생들의 폭음으로 인한 익사사건에 불과했다. 손 씨와 술을 같이 한 친구 A씨는 ‘블랙아웃’에 따른 ‘기억나지 않음’으로 책임을 면하게 했지만 많은 네티즌들이 그를 살인 혐의자로 지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손 씨 유족은 A씨를 지난 6월 23일 폭행치사, 유기치사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그만큼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고 경찰의 수사결과가 억울한 아들의 죽음을 명석하게 해명하지 못한 데 부모로서 끝까지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아마도 일반인이 가장 의혹을 갖고 있는 것은 A씨가 부모와 함께 한강에 가서 손정민을 찾다가 실패하자 뒤늦게 손정민 부모에게 실종을 통보한 점, A가 손정민의 실종 당시에 신었던 신발을 버렸다는 점, A의 아버지가 A의 신발을 버렸다는 것을 손정민의 유족이 묻자마자 답했다는 점, 손정민의 휴대전화를 A가 갖고 A의 휴대전화가 분실되었다는 점, A씨 부모가 사건 즉시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한 점 등이다.
손정민과 A씨는 지난 4월 24일 23시경부터 25일 02~03시까지(추정) 술을 마시다가 손 씨는 물에 빠져 30일 시신이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근처에서 발견됐다.
우선 둘은 술을 많이 마셨다. 청주 2병, 막걸리 3병, 640㎖ 소주 2병, 360㎖ 소주 2병이다. 이 정도면 아무리 혈기왕성한 20대 초반이라도 필름이 끊길 만하다. 더욱이 20대에는 술을 조절할 능력이 없다. 무조건 술을 따라 놓으면 마셔버리고 마는 제어력이 없는 나이다. 수많은 실수를 거쳐 술에 대한 내성 또는 내공을 갖게 되는 게 겨우 30대 초반이다. 둘은 음주 속도도 매우 빨랐을 것이다. 술이 술을 먹는 자학의 극치를 달렸을 것으로 예상된다.
친구 A씨는 25일 새벽 4시 30분쯤 술에 깨어보니 손정민은 없었고 집에 간 줄 알고 혼자 집에 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5월 29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서 A씨 어머니는 “새벽 4시 51분 아들이 집으로 들어왔고 아들의 옷에서부터 고인의 휴대폰을 발견했고 아들에게 ‘친구는 잘 들어갔냐’고 물어봤으나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며 “이후 아들과 함께 정민이가 아직 잠들어 있는 건가 싶어 확인 차 한강공원으로 향했으나 정민을 찾을 수 없었고 손정민 가족에게 연락했다”고 설명했다.
술을 이 정도로 폭음하면 5시간 정도 블랫아웃이 오는 것은 다반사다. 그러나 손 씨가 물에 빠지는 것을 말리거나 목격하지 못할 정도로 필름이 끊길 수 있을까 궁금하다. 손정민이 A씨보다 훨씬 더 많은 술을 마셨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더욱 의문이 남는다. 그 정도라면 A씨가 혼자 집으로 들어가기도 어렵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부모님과 함께 손 씨를 찾으러 나갈 기력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젊은날의 블루는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공부를 못하고 빈한한 청년은 물론 좋은 대학 다니고 잘 사는 집 자재이더라도 누구에게나 취약하게 열등한 면은 존재한다. 손 씨와 A씨가 같은 학교를 다니는 의대생이었어도 아주 친하지는 않았다는데 둘 만의 라이벌 관계나 상극 같은 내면의 갈등이 있었는지 누가 아는가.
손 씨 아버지는 자꾸 A씨와 그 가족을 의심하고 있다. 그는 “친구가족이 (진심으로) 아이를 찾는 느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뭔가 감추는 듯하고 섭섭한 게 많다는 얘기일 것이다. 실종사건이 세상에 알려지자마자 A씨 가족이 변호사를 선임한 것도 일반인들에게는 못 마땅한 대목이다. 당당하다면 고액 변호사를 선임할 이유가 있겠냐는 시선이다.
지금 A씨 변호사 측은 4백 수십 건에 달하는 A씨 의혹 제기 유튜브와 블로그, 인터넷뉴스 등에 손해배상 소송을 거는 중이다. 아닌 게 아니라 관상가, 사주팔자 보는 사람들이 손 씨와 A씨, 원래 사건 당일 술자리에 나가기로 했다가 그날 참석하지 못한 B씨 등의 관상과 사주팔자를 운운하며 이들의 운명을 점치는 유튜버가 지금도 장삿속으로 관련 동영상을 내려놓지 않고 있으며 근거 없이 A씨를 매도하는 글도 상당수다.
그럼에도 자기 아들이 행여 이번 사건으로 상처를 입고 장래가 막힐지 우려하는 부모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아들을 잃고 망연자실하는 손 씨 부모의 입장은 전혀 헤아리지 않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 때문에 A씨 부모가 경찰 고위간부라느니, 거대 로펌의 변호사라느니, 수천억원대 자산가, 현 정권 실세라느니 말이 많다. 또한 경찰의 흐리멍덩한 수사 결론을 일반인들이 믿지 못하는 빌미가 되고 있다. 이른바 ‘약강강약’(약한 자에게는 강하고 강한 자에게는 약하다)의 면모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경찰의 수사 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 5월 27일 그동안의 수사 진행사항을 상세히 밝힌 A4용지 23장 분량의 문서를 공개하는 것으로 ‘중간수사 발표’를 갈음하고 끝냈다. 그리고 6월 29일 사건 발생 2개월여 만에 내사를 종결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일반인의 의혹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수사(심리) 전문가들은 “한강공원처럼 탁 트인 곳에서 고의적 살인이 이뤄지긴 어렵다” “타인을 익사시키려면 A씨도 물에 흠뻑 젖었어야 하는데 그런 게 목격된 바 없다” “손 씨 시신에서 제압당한 손상의 흔적이 없다” “A씨가 범죄를 저지를 동기가 구체적이지 않다. 더욱이 한강은 이를 실행하기엔 적절치 않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결 같이 A씨를 두둔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다만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만이 “경찰이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나름대로의 결론을 밝히지 않은 채 누구를 몇 번 조사했다는 등의 내용만 구구절절하게 설명하고 있어 경찰 불실과 책임 회피에 대한 비난만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강력반 7개팀, 35명의 형사관을 총동원해 두 달 가까이 수사하고 A씨 가족도 수사에 잘 협조해 의심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변명에 불과한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왜 더 의심하지 않고 쉽게 결론을 내고 마는지 많은 이들의 경찰의 수사 태도를 못 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이촌한강공원을 자주 이용하고 반포한강공원도 몇 번 가본 적이 있는 기자가 볼 때 한강은 결코 안심지역이 아니다. 워낙 넓고 조명이 약하다보니 으슥한 데가 많다. 더욱이 CCTV 밀집도가 가장 낮은 게 한강이라고 한다. 서울시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자기의 지지세력이 시민단체 먹여 살리느라고 이들에게 예산을 집행하느라 한강공원 CCTV 설치는 소외됐다는 상당히 ‘정권비판 편향적’인 보도도 있다.
특히 이번 사고가 난 지역은 심야에 더욱 무서워 보이는 공간이다. 젊은 대학생들이 심하게 다투어도, 죽을 만큼 과음해도 행여나 끼어들었다가 자기가 다칠까봐 걱정하는 요즘 세태가 손 씨 사망을 방조한 것이란 생각도 든다.
심야에 퇴근했다가 새벽 6시에 출근하는 강력반 형사도 많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번 손 씨 사망사건 처리를 보니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자치경찰제’도 민생치안에 도움이 될지 걱정이다. 요즘 경찰은 50km, 30km 속도제한 단속 CCTV를 여기저기 마구 달아 국민을 등쳐먹는 미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치경찰제가 본격 정착되면 경찰과 토호세력의 결탁, 경찰의 약강강약 자세 고착화, 정치적 중립 훼손. 지휘체계 파편화, 지방경찰 통제 어려움 등의 문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이 이를 밀어붙인 것은 아마도 국가경찰과 지방경찰과의 충성경쟁을 통해 더 강력한 정권 장악력을 이끌어내고 설령 정권을 잃더라도 특정 지역에서 경찰 내 자기세력을 공고하게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한 경찰 중간간부는 “요즘 경찰이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고 곧이 안 믿는 상황이 됐다”며 “갈수록 경찰의 꽃이라는 수사를 맡으려 하지 않는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자치경찰제 도입으로 각종 서류작업만 더 늘었다는 불만이 팽패하다”고 말했다. 경찰에 승진할 자리를 더 만들려는 경찰대 출신 등 특정 세력들과 이에 부응해 정권 입맛에 맞게 경찰을 콘트롤하려는 정치권이 맞물려 사생아와 같은 자치경찰제가 탄생했다.
곧 있으면 추석이다. 한강의 보름달을 쳐다보며 자식을 잃은 손 씨 부모는 얼마나 우울한 나날을 보낼 것인가. 경찰은 자초한 수사 불신을 씻어내기 위해 이 사망사건에 대한 보완수사를 해서 사건의 경위에 대한 상세한 설명, 시민과 네티즌이 제기한 의혹에 대한 명쾌한 해명, 자체적인 사건분석과 결론을 내줘야 할 것이다. 완벽한 해답은 아니어도 조직의 자존심을 갖고 소신에 따른 수사결론을 밝혀줘야 한다. 그저 ‘젊은 청춘들의 순간적 일탈에 의한 블랫아웃’ 사고로 지나치기엔 억울한 부모의 한과 가슴답답해하는 일반인의 심정을 해소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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