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14 00:45:56
동아쏘시오홀딩스는 ESG경영의 일환으로 2021년 79대, 2022년 111대, 2023년 89대, 2024년 81대로 총 360대의 그룹사 차량을 친환경 차량으로 교체한다고 지난 6월 밝혔다. 자료 동아쏘시오홀딩스
기업들이 요즘 부쩍 신경써야 하는 게 ESG경영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 기업은 201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왔다. 가치경영, 나눔경영도 결국 다 같은 맥락이다.
ESG나 CSR은 직접 기업 경영(돈벌이)에 도움을 준다기보다는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한 경영전략 중 하나다. 코스피 상장 기업들은 비재무적 성과를 담고 있는 ESG경영 관리지표를 평가해 2030년부터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밀턴 프리드먼이 설파한 “이윤창출이 곧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프리드먼주의는 미국식 자본주의에 반기를 드는 세력과 갈수록 심화되는 빈부격차로 유효기간이 거의 끝나가는 느낌이다.
ESG경영은 거칠게 말하면 첫째 지구를 깨끗하게 쓰자는 환경보호주의, 둘째 노동자와 소비자의 눈치를 살피면서 공정하게 경쟁하라는 양립적 가치, 셋째 지배구조를 거대 투자자본이 감시하기 쉽게 투명하게 개선하고 주주들에게 배당도 많이 주라는 압박 등을 대변하는 키워드다.
남양유업은 자사의 유산균음료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허위과대 광고를 일삼다 소비자의 반발을 샀고 홍원식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와 경영 은퇴 선언에 나서는 참사를 겪었다. 지금은 홍 회장이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로 한 경영권을 다시 지키겠다며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ESG경영을 경시하다 몰락한 대표적이 사례다.
누구도 ESG의 3요소 중 환경경영에 반대할 명분을 찾기 힘들 것이다. 지구 온난화, 날로 상승하는 해수면, 여름철 장기화, 집중 폭우 증가, 사막성 건조 기후 확대와 이로 인한 산불 등은 전부 지구의 환경이 망가진 탓이다.
환경경영(E)은 ESG의 다른 요소인 사회(S), 지배 구조(G)보다 가시적이고 명분도 있어 가장 실천하기 쉬운 분야일 것이다. 제약업계의 경우 동아제약은 ‘가그린’ 용기 투명병으로 교체, 유안향행은 친환경 ‘종이패키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한미약품, 일동제약, 마크로젠, JW중외제약, 제뉴원사이언스 등 대다수 제약바이오기업이 올들어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전략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내연기관 자동차를 모두 없애고 전기차·수소차로 전환한다든가, 원자력발전이나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산업을 전면 폐기한다든가 하는 효율과 합리성 면에서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도 속출한다.
전기차가 쓰는 전기에너지도 결국은 발전을 통해 얻어진다. 석탄, 석유, 가스를 때거나 원자력발전소를 돌려야 전기가 생산된다. 전기배터리나 수소연료전지를 만들 때에도 불가피하게 환경오염이 수반된다. 야간에 유휴 전기에너지를 최고 효율로 저장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낭비되는 게 상당하다.
그럼에도 모든 글로벌 자동차업체가 전기차, 수소차로 올인하고 있다. 반면 일본 도요타는 전기에너지와 내연기관 에너지를 같이 쓰는 하이브리드 차를 주력으로 삼겠다는 ‘탄소중립 전략’을 지난 7일 발표했다. 배터리나 전기에너지를 만들 때에도 탄소가 배출되는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배터리(전기에너지)를 덜 사용하면서 탄소 배출도 크게 줄일 수 있는 ‘하이브리드’의 이점이 크다는 설명이다. 하이브리드 차 기술에 앞서나가고 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획일적인 전기에너지 사용이 오히려 탄소를 더 배출할 수 있음도 염두에 둬야 한다.
자연에서 얻어지는 수력, 풍력, 태양광, 조력은 자연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아 균일하지 않고 양도 적다. 새만큼 태양광 발전 판넬에 쇠똥이 뒤범벅돼 발전효율이 떨어지고 경관을 망치며 해양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등산로의 산등성이마다 도열한 풍력발전기도 처음에는 신선하다 싶더니 전국 경승지마다 설치된 곳이 늘어나자 괴물 같은 모습이다. 이는 환경오염의 다른 모습 아닐까. 이에 우리나라 환경부는 아무런 소신도 없는지 어떤 지침이나 원칙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원자력발전은 고효율, 저오염 에너지원이다. 원전 폐기물처리와 원전 사고 두 가지만 완벽 방어할 수 있다면 원전이 최고다. 로또 1등 당첨확률이 814만5060분의 1인데 원전 설계가 잘못돼 노심이 용융하는 대형사고가 터질 확률은 그것의 5분의 1~6분의 1에 불과하다. 물론 인간은 실수할 수 있고, 예상을 뛰어넘는 자연재해로 원전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로또 당첨확률보다 1162배 높다는 반론도 있고 원전사고로 인한 사회적 피해는 다른 발전방법보다 상상을 초월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환경오염의 주범인 화력발전을 대체할 마땅한 대안도 없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에너지비용 부담 증가에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 일방이 밀어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
‘닥치고 친환경’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태양광 또는 풍력 발전 하느라 구리, 알루미늄의 수요가 늘면서 원자재 값이 올라갔다. 이는 언젠가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전가되기 쉽다. 철강산업이 화석연료를 마구 쓰는 ‘나쁜 산업’으로 찍히면 갈수록 철재 값이 올라 건설원가가 올라가고 결국 이는 최종수요자인 주택이나 건물 구매자가 떠안게 된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탄소중립을 위해 1973년부터 50년 가까이 하루 2만개씩 만들던 자체 급식용 소시지(독일어로 Wurst)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독일 슈퍼카 업체인 포르셰는 회사에서 벌을 키우는 도시양봉을 하고 있다. 아울러 내연기관차의 승차감, 속도감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친환경 연료인 ‘e퓨얼’을 개발하고 나섰다. 소시지 생산 중단은 친환경을 위해 독일의 근로복지, 어쩌면 ESG경영 중 S(사회) 부문을 훼손시킨 것일 수도 있다. e퓨얼은 의도는 좋지만 높은 생산비용으로 역시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도 있다. 물론 고급차를 타는 사람이 사소한 연료값을 아낄 이유가 없겠지만 말이다.
요즘 기업들이 ESG경영을 도입하느라 관련 조직구축과 전략수립에 적잖은 신경을 쓰고 있다. 덕분에 ESG경영을 컨설팅하고 지표를 평가하는 업체들만 기업들로부터 돈을 쫙쫙 빨아들이게 됐다. 대기업을 지망하는 입사 희망자에게 면접관들이 ESG에 대해 물었다는 비율이 58%나 된다. 젊은 지원자들이 ESG에 무슨 관심이 있으며, 취업을 위해 조금 공부했다한들 자칫 적극적으로 대답하면 극단적인 환경주의자, 친노조, 반사용자 성향을 노출시키는 셈인데 이런 것을 굳이 질문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구멍가게라도 해 본 사람은 기업이 얼마나 힘들게 돈을 버는지 다 안다. 대기업은 오랜 역사와 네트워크, 브랜드파워, 플랫폼으로 쉽게 번다지만 나름 애로사항이 있다. 그리고 남양유업 같은 예외적인 기업을 제외하고 소비자와 근로자를 무시하는 간 큰 기업이 몇이나 될까. 내가 자주 거래하는 L전자도 애프터서비스로 찾아가면 성심성의를 다한다. 그래서 짠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기업들이 ESG에 신경쓰는 것은 미국 블랙록(BlackRock)이나 국민연금 같은 큰 손(자금운용사)들이 투자 적격성을 판단할 때 ESG경영 지표를 참고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블랙록은 9조달러(약 1경원)를 굴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다. 큰 손들이 주식을 갑작스럽게 팔고 나가면 주가가 폭락할 게 걱정이고 어느 정도 들고 있어줘야 기업의 안정적인 지배구조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거대 자본운용사는 자기들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을 투명하게 감시하고 더 많은 배당을 얻기 위해 압박하는 수단으로 ESG를 활용하고 있다.
기업은 그저 돈 많이 벌어 고용을 창출하고 근로자 처우를 개선하고 세금을 많이 내는 것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한 게 아닐까. 기업은 근본적으로 선한 존재가 아니라 영리를 추구하는 전략적으로 선한 존재이므로 ESG로 압박을 가할 필요도 있겠지만 기업 경영진으로는 ESG 대응에 부심하느라 머리가 아플 게 뻔하다. ESG 평가기준도 제각각이어서 기업들의 불만이 많다고 한다. ESG경영을 도입해 몇 달 또는 1년여 만에 기업이 착해지고 건실해진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기업들을 위로하면서 우리 아이들, 미래세대들이 사계절의 아름다움과 비 갠 뒤 자연의 상그러움과 풋풋한 풀향기, 꽃향기를 향유하는 정도로 환경을 보존하고, 바로 그러한 심성으로 직원들과 소비자, 주주들도 챙겨줄 수 있는 수준의 ESG경영 강도가 적절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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