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부족한데 3차 접종까지 필요하다는 화이자·모더나 백신’ … 국산화 기술력 확보 통한 ‘백신 자주’가 근원적 해답
작년 2~3월 정부의 기민한 마스크 공급과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 대책으로 대표되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에 대응하는 ‘K-방역’은 의료선진국이라는 미국이나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던 일본, 이탈리아 등 환자가 대거 속출한 유럽 몇몇 국가에 비해 한국을 ‘안전한 나라’ ‘모범적인 방역국가’로 자부심을 느끼게 할 만큼 호평을 받았다.
덕분에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지금의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승을 거뒀다. 그러나 이스라엘, 영국, 미국 등에서 백신을 맞고 침체된 사회 분위기가 개선되고 경기 호전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는 외신이 전해오면서 국민들의 심기만 불편해졌다.
영국 정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각) 봉쇄령 완화 조치를 열었다. 영국 내 상점, 미용실, 체육관, 야외 술집 등이 영업을 재개했다. 수영장과 헬스클럽도 문을 열었다. 이날 기준 영국 전체 인구 6700만명 중 한 번이라도 백신을 맞는 사람이 3220만명에 달했다. 성급하지만 유니버시티칼리지오브런던 연구팀은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을 가진 사람은 73.4%에 달한다며 영국에 집단면역이 형성됐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지난해 12월 19일 접종이 시작한 이후 4개월여 만에 전체 인구의 61.7%가 1차 접종을, 57.3%는 2차 접종까지 마쳤다. 덕분에 하루 확지자가 1월 초에는 5000명이 넘었고 1월 20일에는 1만213명으로 정점을 찍었으며 4월 들어서는 200명대 이하로 줄었다. 이제 이스라엘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고 다녀도 된다. 야외에서 파티를 벌여도 되고 5인 이상 사적 모임도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는 백신 공급량이 절대 부족하다. 가까스로 확보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부작용 논란에 휩싸였다. 가까스로 정부는 4월 1일부터 만 75세이상 고령층에게 화이자 백신, 65~74세에게는 AZ 백신을 접종키로 가닥을 잡았는데 고령층 부작용 문제가 수그러들기도 전에 혈전 생성 문제가 터졌다. 이에 정부는 지난 12일부터 AZ 백신을 30세 미만을 제외하는 조건으로 한동안 중단됐던 접종을 재개했다.
다른 백신에서도 문제가 생겼다. 이달 7일 국내서 허가된 얀센 백신도 지난 3월부터 혈전 생성 부작용이 문제시 돼 미국과 유럽에서 접종이 일시 중단된 상태다. 게다가 믿었던 화이자, 모더나 백신도 두 번 접종만으로는 안 되고 한번 더 부스터 샷(Booster shot, 추가 접종을 통해 떨어진 면역력을 보완)을 맞아야 할 것이라고 지난 15일 양사의 대표자들이 밝혔다. 한 번 맞을 백신도 확보하지 못했는데 무려 3번이나 맞아야 효과가 나오는 백신이라니 우리 보건당국으로는 아연실색할 배드 뉴스다.
국산 백신이라고 빨리 나오려면 좋으련만 이마저도 첩첩산중이다. 기술이 하루아침에 완성되고 도약하는 게 아닌 만큼 ‘백신 자주’ 완성은 요원하다. 지난 3월 30일 내놓은 ‘한국 바이오의약품의 글로벌 경쟁력 고찰’에 따르면 우리나라 백신 특허의 영향력 지수(PII, 논문 수준)은 1.3점(주요 선진국 1점 기준)으로 6위를 차지했지만 미국의 3.3점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또 여기에 특허 건수를 곱한 특허 기술력 지수(TS)는 124.5로 세계 10위를 차지했지만 1위 미국(1만1094점)이나 2위 독일(1445점)에 비해 턱없이 낮다. 결국 미국의 화이자와 모더나, 독일의 바이오엔텍(화이자 백신 개발 파트너)이 이번 백신 전쟁에서 승리한 이유를 대변해준다.
모더나의 CEO인 스테판 반셀(Stephane Bancel)은 “2020년 1월 11일, 중국인들이 코로나19의 유전자 이 염기서열을 인터넷에 올렸고 모더나 연구팀은 백신을 설계하기 위해 이 염기서열을 사용했다. 그리고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팀도 같은 방식으로 백신을 설계했다. 48시간 뒤에 노트를 공유했을 때 양 팀은 정확히 똑같은 백신을 고안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정말 놀라운 것은 2020년 12월 17일 FDA가 검토한 백신이 그해 1월에 우리가 가상으로 디자인했던 백신과 똑같다는 것이다. 우리는 한 개의 원자도 바꾸지 않았다. 정확히 같은 분자”라고 강조했다.
이 말인즉슨 첨단 mRNA 백신에 대한 원리나 기초기술은 어느 정도 노출돼 있지만 엄청난 시행착오를 거쳐 기술이 축적된 덕택에 이틀 만에 백신을 설계했고 하나의 분자도 바꾸지 않고 상용화될 정도로 예측적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직은 모방 수준인 우리나라의 백신 개발력으로는 코로나19 같은 응급상황에 단기간에 완전무결한 백신을 만들이게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란 얘기다.
이제 우리 정부가 바라는 것은 조기에 노바백스 백신이 국내서 허가돼 출시되는 것이다.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예방 효과는 95.6%, 영국 변이에 대해서는 85.6%의 효과를 보였다. 남아공 변이에서는 55%로 효과가 줄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노바백스 백신의 국내 생산이 시작되고 상반기 백신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도 확보했다”며 “6월부터 완제품이 출시되고, 3분기까지 2000만도스가 우리 국민들을 위해 공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요즘 국민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청년층은 취업난, 중년층은 부동산 양극화, 노년층은 국내 정치의 지나친 진보 또는 이념적 편가르기일 것이다. 특히 폭등하는 부동산 시세에 집 없는 사람은 울분은 더하고, 집이 있다 해도 양극화로 상대적으로 덜 오른 지역에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은 ‘소외감’ ‘질투심’으로 마음이 상하고 있다.
정치판의 편가르기가 방역 분야에서도 증폭되는 장면도 목격된다. 지난 16일 청와대가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방역기획관으로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발탁하자 야당이 비판에 나섰다.
기 기획관이 과거 “(작년 2월) 중국에서 온 한국인에 의한 2차, 3차 감염이지 중국에서 온 중국인에 의한 2차, 3차 감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작년 11월) 코로나 백신 구입이 그렇게 급하지 않다. 가격도 화이자와 모더나가 가장 비싼 축에 들어가는데, 아스트라제네카는 4달러 정도밖에 안 한다”고 발언한 것을 문제 삼았다. 기 기획관은 남편은 더불어민주당 이재영 양산갑 지역위원장으로 작년 총선에 출마했다가 윤영석 의원에게 패배했다. 경남 양산을 현 국회의원은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문 대통령의 자택과 퇴임 후 사저는 모두 양산에 속한다.
당시 코로나19가 이렇게 장기화되고, 백신 승인이 급속하게 이뤄질지 몰랐던 상황에서 당시 기 교수의 판단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감염내과학 및 방역학 분야에서 코로나19 유행 전에는 크게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기 교수가 혜성 같이 나타나 너무나도 자신감 있게 대국민 설명을 하던 모습은 필자를 포함한 많은 국민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고 결과적으로 그 예측은 상당히 틀렸다.
코로나19 전쟁이 결국 글로벌 백신 확보전으로 귀결될지 몰랐던 안목이 좁은 정부(꼭 현 정부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도 문제이고, 이런 상황에서 틀린 예측을 내놓은 인물을 등용하는 것도 넌센스다. 정치권과 의료계는 기모란 방역기획관 등장으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권한 행사에 누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내놓는다. 가뜩이나 보건복지부가 질병관리청의 행동 반경을 제약하는 상황에서 청와대에 ‘옥상옥’이 생겨 질병청이 더욱 힘을 쓰지 못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백신 수급 상황으로 정부가 장담하던 올 11월 ‘집단면역’ 형성은 물 건너 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에게 ‘재갈 물리기’(마스크 착용 의무화) 또는 ‘사회적 옥살이’(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키며 이름값을 얻은 ‘K-방역’이 퇴색한 옛노래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더 높은 연구력은 어떤 신종 전염병에도 국산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 확보와 함께 큰 안목으로 정책을 이끌어가는 대국다운 국정 운영이 정권의 향배와 상관없이 연연히 이어지는 ‘큰 나나라’가 되길 간절히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