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곽 줄여주는 브라·골반 넓혀주는 필라테스, 정말 ‘될까’
2015-08-04 10:19:45
뼈를 운동과 기능성 속옷만으로 보완하기 어려워 … 근육 보완하는 정도에 그쳐
최근 몸매에 대한 기준이 더욱 세밀해지면서 특별한 의복을 착용하거나 특정 운동만 시행하면 원하는 몸매로 변할 수 있다는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스키니한 몸매는 이제 ‘심심한 몸매’, ‘당연한 것’으로 취급받고 있다. 2007년 무렵부터 시작된 몸짱 열풍으로 체중을 줄이는 사람이 우후죽순 늘었다.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결과 서울 20대 여성 22.1%는 저체중이었다. 마른 몸매를 지향하는 20대 서울시민 남녀 합산 저체중 비율은 12.6%이다. 30~44세의 저체중 비율은 6.5%(여성 12.2%, 남성 1.1%), 45~64세 2.1%(여성 3.2%, 남성 1.0%)로 나이가 들면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렇더라도 연령불문 마른 몸에 대한 예찬으로 한국은 세계적으로 비만 인구가 가장 적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이같은 상황에서 마른몸은 더 이상 메리트로 작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미디어는 ‘아름다운 몸’에 대한 기준을 끊임 없이 제시하고, 다양성을 뭉개버린다. 이를 통해 남들보다 좀더 잘나 보이기 위해, 자기만족을 위해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는 사람이 상당수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체형만을 보완하는 작업은 녹록치 않다. 단순히 체중을 감량하는 것보다 고되다. 가령 유산소운동만 시행하면 몸의 부피가 작아지지만 원하는 부위부터, 혹은 그 부위만 빠지지 않는다. 이때 원하는 부위와 관련된 운동을 시행해야 자신의 이상향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여성들은 특히 바비인형과 같은 몸매가 되길 바란다. 전체적으로 스키니한 몸매는 기본이고 넓은 골반, 통통한 힙, 풍만한 가슴라인 등이 받쳐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 부위는 절대 운동만으로 교정하기 어려운 부위다. 볼륨을 채우거나 뼈를 벌어지게 하려면 수년간 운동해서 개선해야 한다. 이때 길고 지루한 싸움에 지친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최근 필라테스는 몸매교정의 ‘끝판왕’으로 여겨지며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필라테스는 자신의 기본 근력을 이용해 몸의 긴장을 풀고 심부근육을 강화해 몸매 라인을 정리하는 데 탁월하다. 1900년대 초 독일인 조셉 필라테스가 창시했으며 근력이 약한 아이들을 위한 방법으로 고안됐다. 이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터에서 병상에 누운 부상병들의 통증을 완화시켜 재활을 돕고 신체자세를 교정하는 운동법으로 유명세를 탔다.
필라테스의 가장 큰 목적은 몸의 중심부를 이루는 ‘파워하우스’ 단련이다. 파워하우스는 몸의 횡격막 아래, 골반기저근위 의 요추부분을 둘러싼 근육으로 신체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전체의 라인을 잡고 밸런스를 맞춰주는 게 더 옳다.
국내서는 진정성있게 가르치는 인스트럭터도 많지만 이에 편승해 ‘필라테스를 하면 골반을 넓힐 수 있다’는 식의 자극적인 상술을 펼치는 학원도 상당수다. 도규호 광동한방병원 통증재활센터 원장은 “골반 같은 경우 타고나는 뼈를 운동만으로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며 “주로 고관절 등을 자극하는 운동을 무리하게 시행하다 부상입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운동으로 골반 자체의 크기를 키운다기보다 근육을 단련해 기존보다 볼륨감이 있는 라인을 만드는 게 맞다”며 “상식적으로 뼈를 늘린다는 게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필라테스 학원을 운영하는 이모 씨(26·여)는 “무용이나 체육학을 전공하거나, 필라테스를 세심하게 공부해온 사람이라면 이같은 말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도자가 되려면 양성수업을 한두 달만 들어도 강사 자격증을 주는 곳이 많다보니 강사 수가 늘어나고, 결국 지나친 경쟁이 빚어낸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골반뼈를 늘려준다는 곳처럼 ‘흉곽’을 줄여준다는 스포츠브라까지 등장해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 한 온라인 판매업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운동할 때 (자신이 판매하는) 스포츠브라를 입는 이유는 갈비뼈가 모이기 때문”이라며 “평소 폭식으로 벌어진 갈비뼈를 모아주고 마사지 없이도 벌어진 갈비뼈를 모아주는 기능성 트랙탑”이라고 소개했다.
정말 뼈가 스포츠브래지어나 트랙탑만으로 벌어졌다 모아졌다 한다면 건강하게 길을 걸어다닐 수나 있을지 의문이다. 도규호 원장은 “스포츠브래지어 등 섬유 힘만으로 뼈를 모아줄 수 있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뼈를 모아준다기보다 기능성 속옷의 개념처럼 군살을 한데 정리해주는 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릴 때부터 전족마냥 매일매일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압박한다면 흉곽이 더 이상 성장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언정 성인이 무리해서 갈비뼈를 모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근 몸매를 볼 때 마치 고기 부위를 감정하듯 부위마다 집착하는 풍조가 만연하다. 이에 말도 안 되는 상술을 앞세운 곳들이 넘쳐날 기세여서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정희원 기자 help@heal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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