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Y존 관리도 당당하게 ‘여성청결제’의 이모저모
2019-12-24 12:05:43
오염물질 제거 및 pH 약산성 수치 유지 … 과도한 세정은 오히려 세균 감염 유발
과거엔 편의점에서 생리대를 구입하면 속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검은 봉투에 담아주는 직원의 배려에 마음이 따뜻했다. 절친에게는 귓속말로 ‘그날’이라고 속삭이며 동질감을 확인했다. 전세계 가임기 여성 모두 한 달에 한 번 생리를 하지만 생리란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거북스러웠던 시절도 있었다. 질염 증상으로 오랫동안 불편해하면서도 산부인과에 가지 않으려 했다. 미혼인데 그런 곳을 드나드는 건 부끄럽고 어색해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여성이 늘면서 생리나 질염 등 여성건강과 직결된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개선하려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여성청결제 사용의 보편화다. 10여 년전만해도 약국에서 몇 안되는 품목이 판매됐지만 최근엔 가짓수가 늘었고 약국은 드럭스토어, 대형마트, 인터넷몰 등에서도 다양한 품목이 판매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생리 전후 또는 생리 중, 분비물이 많을 때 등 청결한 Y존 관리를 위해 쓰는 여성청결제는 과거에 의약외품이었다가 2010년 화장품류로 재분류되면서 시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여성청결제는 여성의 Y존 관리를 위한 전용 클렌져다. 요즘엔 거품을 내 사용하는 일반적인 클렌저 타입, 뿌리는 미스트 타입, 간편하게 닦아내는 티슈 타입 등이 있어 각자 취향이나 상황에 맞는 제품을 고를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0년 100억에 불과했던 국내 여성청결제 시장 규모는 현재 400억 규모로 추정된다. 소비자 인식 변화에 힘업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종종 여성청결제가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는 뉴스가 나온다. 건강에 유익하라고 쓰는 청결제가 몸에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닐지 소비자를 불안하게 만든다. 과연 여성청결제는 Y존 건강에 이로울까, 해로울까?
여성의 외음부는 유익균이 분비하는 젖산에 의해 평소 pH 4~5 정도의 약산성에서 건강하게 유지된다. 그러나 이 균형이 깨지면 Y존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스트레스, 피로누적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외음부의 산도 균형이 깨지게 되면 질염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특히 생리 중에는 외음부 산도가 pH7까지 올라가게 되는데 이는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포도상구균이 증식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 수치다. 알칼리 성분이 강한 비누나 보디워시 제품을 질이나 외음부에 사용해도 산도 균형을 무너뜨려 염증이 생기기 쉬운 환경을 형성할 수 있다.
여성의 외음부는 요도(urethra)·질(vagina)·항문(anus) 등이 가까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트리코모나스균(Trichomonas vaginalis)이나 칸디다균(Candida albicans)과 같은 병원균의 침입이 쉽다. 또 이들 세균이 성장하기 좋은 산성도에다 따뜻하고 습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여성청결제는 이런 비정상적인 세균 증식을 억제하고 세균에 의한 불쾌한 냄새를 줄이기 위해 사용된다.
여성청결제는 물만으로는 깨끗하게 씻기지 않는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없애줄 뿐 아니라 외음부의 pH 밸런스가 건강한 약산성의 수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유해균은 제거하고 유익균은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Y존의 가려움증이나 염증을 예방하고 증상을 완화한다. 평소 Y존의 가려움이나 불쾌한 냄새, 잦은 질염 증상으로 고민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청결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여성청결제를 선택할 때에는 자극을 유발할 수 있는 합성 화학성분이 들어있는지, 약산성의 pH 밸런스를 맞춰줄 수 있는 제품인지 등을 고려하라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여성의 생식기 피부는 몸 피부에 비해 외부 물질의 침투를 막아주는 진피층이 없고, 각질층도 매우 얇아 자극에 민감하며 유해성분이 흡수되기 쉽다.
단순히 분비물이 신경쓰여서, 깔끔하게 유지하고 싶어서라는 이유로 청결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오히려 내부 유익균까지 제거해 면역력이 약해질 수 있다. 여성 성기에서 나오는 분비물은 눈물이나 콧물처럼 인체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개인적인 불편함으로 정확한 진단 없이 청결제를 남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김탁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여성 청결제도 자주 사용하면 건조해지고 피부의 방어 기능을 떨어트릴 수 있다”며 하루 한 번 흐르는 물로 외음부만 닦아주고 잘 말려준 뒤 속옷을 착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올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시중에 판매되는 여성청결제 62개사 89개 제품을 수거, 보존제 함량 등을 조사한 결과 검사 대상 제품 모두 화장품 안전기준에 적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제품에는 계면활성제인 소듐라우릴설페이트(Sodium Lauryl Sulfate, SLS)·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Sodium Laureth Sulfate, SLES), 가습기살균제로 쓰여 논란을 일으킨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메칠이소티아졸리논(MIT), 합성향료, 알레르기 유발 성분 등 자극이나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이 들어 있어 민감한 피부를 가진 여성이라면 더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 건강을 위해 고른 청결제가 자칫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사용법은 특별히 질염이나 가려움 등의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1주일에 2~3회 사용하는 게 적당하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질세정제가 아닌 일반 여성청결제를 질 내부에 사용하는 행동은 유익균을 파괴하고 점막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여성청결제는 화장품에 속하는 것으로 외음부와 연결되는 질 입구까지만 세척하는 제품이다. 반면 질세정제는 질 내부에 직접 사용하는 것으로 질내 염증, 세균감염 등 질환이 있을 때만 사용하는 의약품이다.
여성청결제 성장 초기에는 해외 코스메틱 브랜드인 ‘유리아쥬(URIAGE)’와 ‘썸머스이브(SUMMER’S EVE)’ 등이 시장을 주도했다. 현재는 국내 브랜드 ‘질경이’를 필두로 ‘포엘리에’, ‘포블랑시‘, ‘이연생활뷰티’ 등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질경이는 지난해 215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여성청결제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질경이의 매출액은 2016년 112억원에서 2017년 200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동아제약과 파트너십을 맺고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질경이 ‘데일리 에코아워시’는 병풀·프로폴리스·인삼추출물과 티트리잎· 레몬껍질 오일 등 자연 유래 성분으로 구성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사포닌이 풍부한 인삼추출물은 피부보습에 도움을 주고, 플라보노이드·미네랄·비타민이 풍부한 프로폴리스추출물은 피부진정 및 영양공급 효과가 있다. 히알루론산보다 함수력이 5배 높다는 폴리글루타민산 (Poly Glutamine Acid)도 들어있다.
유리아쥬 ‘진피 리프레싱 젤’은 2014년 드럭스토어 올리브영 여성청결제 판매량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알프스 산맥에 자리잡은 프랑스의 작은 마을인 벨르돈느(Belledone) 지방에서 용출되는 유리아주 온천수를 포함하고 있어 보습·진정효과가 있다. 특허성분인 글리코-진 콤플렉스(GLYCO-GYN COMPLEX)는 유익균의 보호·증식을 돕고 사용 시 건조감 없이 부드러운 클렌징을 도와준다. 젖산(락트산, Lactic acid) 성분은 pH 5.5의 건강한 Y존 환경을 만들어준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파라벤, 색소 등 유해성분 10가지를 배제한 안전한 제품이다.
썸머스이브 ‘페미닌워시 멀티베네핏’은 코코넛에서 추출한 천연계면활성제 코코글루코사이드(Coco-glucoside)를 사용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또 프리바이오틱스를 함유해 민감한 부위의 pH 밸런스를 약산성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유리아쥬 제품과 마찬가지로 젖산 성분을 함유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자사 브랜드 비욘드에서 ‘에코네이처 페미닌 클렌저’를 선보였다. 동시에 더마리프트와 더페이스샵 브랜드로도 여성청결제를 출시했다. 아모레퍼시픽도 ‘해피바스’, ‘프리메라’, ‘이니스프리’, ‘한율’ 등의 브랜드 아래 각각 여성청결제를 출시하고 있다.
한율 ‘어린쑥 여성청결제’는 훈증한 어린쑥 성분이 함유돼 외음부 부위를 피부에 유익한 약산성 상태로 케어하고 불쾌한 냄새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따뜻한 기운을 가진 쑥은 피부정화 효과가 있어 예로부터 입욕재로 애용돼왔다. 100% 천연 유래 저자극 세정 성분에 젖산을 함유해 외음부의 pH 지수를 약산성으로 유지해준다.
올해 4월 유한킴벌리는 유한양행과 협업으로 공동 개발한 여성청결제 ‘라네이처’를 출시하며 본격 시장 진출을 알렸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제품은 국내 프리미엄 제품군 시장을 목표로 출시된 제품이다. 자연유래 로즈힙·히비스커스·석류 추출물과 구연산(Citric acid)이 함유됐다. 레몬 및 감귤류에서 추출한 구연산은 여성의 민감한 부위에 대한 피부밸런스를 유지하고 질내 산도를 이상적으로 맞추는 데 도움을 준다.
제약회사도 여성청결제를 출시하고 있다. 부광약품 ‘멜라진겔’은 스페인 유명제약회사 페레(Ferrer)의 제품으로 티트리잎에서 추출한 오일이 주성분이다. 티트리(Tea tree, Melaleuca alternifolia)는 도금양과 티트리속 식물로, 녹차·홍차를 만드는 차나무과 동백나무속의 차나무(Thea sinensis)와 다르다. 티트리 오일은 항진균·항균·항바이러스·항염작용 및 천연 데오드란트 효과가 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무색소·무파라벤으로 민감한 Y존에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국내 약국 판매 1위 질염치료제 지노베타딘을 보유한 제약사 한국먼디파마는 2016년 ‘지노베타케어’라는 여성청결제 라인을 새롭게 출시했다. 지노베타케어는 프리바이오틱스와 젖산 함유한 약산성 제품으로 pH 밸런스 유지에 도움을 준다.
김신혜 기자 ksh@heal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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