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화된 식습관으로 3040여성 유방암 크게 늘어 … 조직검사 후 악성 가능성 없는 1㎝ 이상 혹에만 시행돼야
치밀유방은 서양보다 동양 여성에서 훨씬 많이 나타나고, 여성호르몬제를 오래 복용하는 경우에도 흔하다.세계적인 코스메틱 브랜드는 대개 ‘핑크리본’ 캠페인을 시행하거나 지지하고 있다. 국내의 아모레퍼시픽, 미국의 에스티로더 그룹 등은 꾸준히 유방암 근절을 위한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그만큼 여성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유방암은 2001년부터 한국인 여성암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한국형 유방암은 서구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폐경기 이후의 환자가 70% 이상을 차지하는 서양권과 달리 한국은 70% 이상이 폐경기 이전의 젊은 환자들이다. 40대가 약 40%를 차지하며 50대 이후부터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
한국 사회에서 30~40대 세대는 서구화된 식습관이 든 첫 번째 집단이다. 아시아의 젊은 여성들이 윗세대보다 유방암에 많이 걸리는 이유는 ‘식습관’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적잖다. 최병훈 연세이미지라인의원 원장은 “중성지방과 혈중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수록 유방암의 위험도는 크게 높아진다”며 “중성지방이 늘면 세포막이 불안정해져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스트로겐은 유방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고 정상세포 DNA를 손상시킨다.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이전 세대보다 이른 초경과 늦은 폐경을 겪으며 에스트로겐 분비 기간이 길어진다. 결국 젊은 여성들의 유방암 위험이 더 커진 셈이다.
이밖에 한국인의 유방암 위험요인으로 △고령출산 △출산 및 수유 경험 없음 △가족력 △비만 △동물성지방 과잉 섭취 △여성호르몬 장기 투여 등을 꼽는다. 하지만 이 체크리스트에 전혀 해당되지 않아도 유방암에 걸릴 수 있고, 실제로 걸린 사람이 많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국가에서는 현재 30세 이상 여성이라면 매월 유방암 자가검진을 시행하고, 35세 이상부터는 2년마다, 40세 이상은 1~2년마다 병원 검진을 받을 것을 권고한다. 유방검진은 크게 유방촬영술과 유방초음파로 나뉜다.
최 원장은 “한국 여성들은 ‘치밀유방’인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 매년 초음파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며 “치밀유방은 가슴 안에 있는 지방보다 유선조직이 많아 유방촬영 시 하얗게 보이는 것을 말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여성의 20%가 치밀유방이다.
그는 “이런 형태의 유방은 암덩어리가 자라나도 유선조직에 가려져 사진에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며 “치밀유방은 서양보다 동양 여성에서 훨씬 많이 나타나고, 여성호르몬제를 오래 복용하는 경우에도 흔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경우 작은 결절이 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악성화될 수 있어 일단 치밀유방으로 진단받으면 반드시 유방초음파검사로 유방 내부에 다른 병변은 없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특히 유방에 멍울이 만져진다거나 유방암 가족력이 있다면 치밀유방 여부와 상관없이 반드시 초음파검사를 받을 것.
가족이나 친척 중에 유방암에 걸린 가족이 있다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어머니 또는 자매가 유방암에 걸렸을 경우 위험도는 1.5~3배로 높아진다. 만약 어머니, 자매 모두 유방암이라면 발생 위험은 8~12배로 뛴다.
유방암을 이겨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증상이 없을 때 조기발견하는 것이다. 자가검진도 중요하지만 유방암은 초기에 대개 아무런 증상이 없다. 증상 없이 검진만으로 유방암이 발견됐을 경우 5년 무병 생존율은 92%이다. 하지만 증상이 보여서 진단받는 경우 생존율이 68%까지 떨어진다. 조기발견 시 수술만 받고 항암치료를 하지 않아도 완치될 수 있다.
최병훈 원장은 “진찰 후 유방 영상학적검사에서 의심스러운 병변이 발견되면 조직검사로 유방암을 진단하게 된다”며 “이런 경우 많은 전문가들이 맘모톰(Mammotome)검사를 추천한다”고 소개했다.
맘모톰은 유방암 진단시 필요한 유방병변조직을 외과적 수술 없이 국소마취로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기기이다. 초음파를 보면서 동시에 바늘을 유방에 삽입, 정확하게 조직을 떼어낼 수 있다. 미혼 여성이나 켈로이드성피부 등 흉터에 민감한 사람에게 유용하다.
최병훈 원장은 “맘모톰은 유방암 검사법으로 많이 활용되며 유방의 양성종양 제거와 혹 전체의 조직검사를 용이하게 만든다”며 “가슴의 혹의 크기가 1㎝ 이상일 때 권한다”고 말했다.
맘모톰 검사는 간단히 이뤄진다. 침대에 누운 상태에서 병변을 소독하고, 가는 바늘로 부분마취제를 주입해 통증을 줄인다. 이후 피부를 4~5㎜ 정도 최소절개한 뒤 바늘을 넣어 초음파를 보면서 병변의 일부를 얻거나 전체를 절제한다. 바늘은 대개 굵기가 직경 2.2~3.4㎜인 것을 사용, 10~12개의 조직 조각을 얻을 수 있다. 시술 후 꿰맬 필요는 없다.
국소마취만으로 혹을 제거할 수 있어 환자들의 부담감이 덜어지고 회복기간이 짧은 게 장점이다. 상처는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이고, 재발률도 수술로 제거하는 정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다.
맘모톰 시술은 △암이 의심되는 미세석회화가 있거나 △중심바늘조직검사를 했지만 확진을 내릴 수 없거나 △조직검사 결과 양성이었지만 추후 암 진행 가능성이 있을 때 시행한다.
무엇보다 유방 초음파 및 조직검사 후 악성 가능성이 없는 혹에만 시행돼야 한다. 최병훈 원장은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않고 무작정 맘모톰부터 사용하다가 자칫 병변이 암으로 판명되기라도 하면 오히려 주변을 오염시켜 수술 범위가 커지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